"몸 때려 암도 낫게한다?"...백신 불신해 모인 사람들, 기괴한 치유법 봤더니

몸 때려서 독소 배출해 병 치료한다는 사이비 과학...영국과 호주에서 사망 사건 나오자 치유 창시자 기소

반복적으로 때려 큰 멍을 만들고 피를 흘린다. 때려서 생긴 멍이 '독소 혈액'을 표면으로 끌어올리고 화학적 독소를 배출해 병을 낫게 한다는 원리의 '파이다 라진 '사이비 과학. 이를 창시하고 설파한 홍치 샤오(하단 사진)가 영국과 호주에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으로 기소됐다. [사진=영국 일간 더선 보도 갈무리]
자신의 몸을 때리고 옆 사람의 몸을 때린다. 서로를 반복적으로 때려 큰 멍을 만들고 피를 흘린다. 이들에겐 아파도 아프지 않다. 다소 기괴하고 엽기적으로 보이는 이같은 행위는 병을 치유하기 위함이다. 때려서 생긴 멍이 '독소 혈액'을 표면으로 끌어올리고 화학적 독소를 배출해 병을 낫게 한다는 원리다.

모두 '사이비 과학'임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 이러한 가짜 의료행위로 인한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해당 치료행위 시행자가 검찰에 의해 기소된 일이 알려졌다. 실제로 이렇게 때리고 맞는 치료를 위해 수백 파운드를 지불하고 있는 실태, 영국 일간 더선이 보도했다.

호주와 영국에서 사망한 환자들...때리는 치유법 믿고 기저질환 약물 복용 안해 

영국에서 한 여성이 때리기 치료를 받고 약 복용을 중단한 후 사망한 사건에 대해, 이 치료를 설파한 '치유사' 홍치 샤오(Hongchi Xiao)가 이달 영국 윈체스터 크라운 법원에서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16년 10월 캐롤 카 곰이라는 여성은 윌트셔 시인드 위치 한 호텔에서 열린 샤오의 워크숍에 참석했다. 캐롤은 1999년 1형 당뇨병 진단을 받고 치료가 필요한 환자였다. 채식주의자로 주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대체 치료를 찾고 있던 중 샤오의 치유법을 알게 됐다. 이전에도 샤오가 운영하는 불가리아 워크숍에 참석한 적이 있다.

법정에 따르면 캐롤은 샤오의 영국 워크숍에 참가해 고통에 울부짖고 심각한 통증을 호소 한 후 넷째 날에 사망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검사 던컨 앳킨슨 KC는 “셋째 날에 캐롤은 구토하고 피곤해하며 약해졌고, 저녁에는 고통에 울부짖으며 말도 할 수 없었던 상태였다"고 말했다. 앳킨슨 검사는 "피고인(샤오)은 캐롤이 네 번째 날 이른 시간에 사망하기 전 의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죽게했다"고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샤오(현재 61세)는 영국 말고도 호주 시드니에서도 비슷한 사건으로 기소됐다. 그의 워크숍에 참석한 한 부모가 제1형당뇨로 인슐린 약을 복용하던 6세 아들에게 약을 먹지 못하게 하고 때리는 치유법을 행해 사망한 사건이었다. 샤오는 기소된 후 호주에서 재판을 위해 영국으로 송환됐고 캐롤의 과실치사 혐의로 오는 10월 1일에 선고를 받을 예정이다.

더선 보도에 따르면 이들의 치료 행위는 이른바 '파이다 라진(Paida Lajin, 이하 PL)'으로 불리며,  중국 의학에서 유래했다. 때리고 맞는 사람들은 병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진 '치유 집단'에 모인 신도들이다. 몸을 때려서 체내 독소를 배출해 암, 당뇨 등 질병을 치료한다고 믿는다. 파이다 라진을 행하는 대부분의 신도들은 집에서 혼자 때리기를 연습하기도 하고, 소셜 미디어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실제 모임에도 참석해 때리고 맞는다.

이들은 왜 때려서 병을 치유한다고 믿을까. 이곳에 모인 신도들은 '대형 제약 회사'를 불신하며 백신이 인구 통제와 돈을 위해 사용된다고 말하는 음모론에도 빠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모여서 자해에 가까운 행위로 자신의 몸에 멍과 상처를 낸다. [사진=영국 일간 더선 보도 갈무리]
때려서 치료한다는 '파이다 라진' 승계해 가르치기도... '자해'일 뿐 과학적 근거 전혀 없어 

샤오의 치유법을 따르는 신도 60세 필리포프는 2016년 캐롤이 참석한 같은 불가리아 워크숍에 참석한 후 PL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는 "나는 PL의 신성한 단순성과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즉각적인 효과를 믿는다. 이는 자연스러운 약과 같다"고 말했다. 더선이 보도한 필리포프의 워크숍 영상에서는 12명의 사람들이 들판에서 쪼그리고 앉아 머리를 때리는 모습이 나온다.

때리기 워크숍은 영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열렸지만, 필리포프의 불가리아 워크숍이 현재 가장 큰 규모다. 2023년에 다섯 번 열렸다. 그가 개최한 워크숍 중 하나는 11월 불가리아 데빈의 스파 타운에서 열렸으며, 참가 비용은 £600(한화 약 1백만 원)였다. 이 워크숍은 미네랄 목욕, 명상 조깅, 앉아 있는 명상과 같은 다른 건강 활동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다.

필리포프가 게시한 영상에서 참가자들은 이틀 동안 단식을 했고 자신의 무릎과 발 등 몸을 때렸다. 그는 "때리기, 두드리기는 동일한 형태의 것으로 중국 의학에서는 막힘을 열고 에너지를 통하게 해 질병을 사라지게 한다. 나는 애정을 갖고 개인이 참을 수 있는 고통 수준에서 때리기를 점진적으로 진행한다. 고통이 감소하거나 사라질 때까지 한두 세션 동안 계속 이어지며 그 시간은 개인마다 다 다르다"고 말했다.

섬유근육통을 앓고 있는 47세 안토넬라 디 조라는 페이스북에서 때리기 치료법을 발견한 후 9년 전에 PL을 시작했다. 그는 무감각, 나쁜 혈액 순환, 불균형한 체온, 지속적인 통증, 과민성대장증후군(IBS) 등 여러 질환을 치료했다는 점을 들어 "때리기가 기적의 치유법"이라고 주장했다.

디 조라는 "나는 어디서나 나를 때린다. 일어날 수 없을 때는 발목, 발, 무릎을 때리고, 두통이 있을 때는 목, 머리 주변, 얼굴을 때린다. 아프긴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으며 삶을 변화시킨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많은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의 상태는 점점 나빠지고 나는 천천히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제약회사 그리고 백신에 대한 불신...음모론에 빠져 자연적 방식으로 질병을 치유한다는 신념 강해 

이들은 왜 때려서 병을 치유한다고 믿을까. 이곳에 모인 신도들은 '대형 제약 회사'를 불신하며 백신이 인구 통제와 돈을 위해 사용된다고 말하는 음모론에도 빠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상에 나와 있는 주사나 인위적 치료는 모두 소용없고 제약사 돈벌이를 위한 것이라는 신념이다.  필리포프는 "중요한 것은 사람은 자연적인 방식으로 상태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질병의 이름이 무엇이든 중요하지 않다. 암에 걸린 신도들도 단순히 때려서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파이다 라진은 환자들이 자신을 반복적으로 때리거나 서로를 때리는 것을 포함한다. 어원을 보면 Paida Lajin이라는 이름은 피부를 때리는 것을 의미하는 중국어에서 유래했으며, 'lajin'은 근육을 스트레칭하는 자세를 의미한다. 이는 혈액이 독소로 인해 오염돼 배출해야 한다는 전통 중국 의학 개념인 'sha'와 연결돼 있다.

물론 과학적 근거가 없다. 호주 울롱공대 역학자인 기드온 메이어로비츠-카츠 박사는 멍이 독소 혈액이라고 보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일축하면서 사람들이 치유법이라고 부르며 하는 행동은 '자해'일 뿐이라고 말했다. 멍은 피부 아래의 작은 혈관이 손상된 결과다. 작은 혈관의 수와 크기에 따라 멍이 더 커지거나 작아질 수 있는 조직의 손상이지, 독소를 배출하거나 치유를 돕는 그 어떤 작용과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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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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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k*** 2024-08-07 11:00:11

      백신도 못믿겠고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 이해가 됩니다.두둘겨 패서라도 해결할수 있다면 좋겠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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