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는 두 번"...어른보다 많이 먹고도 항상 배고픈 11세, 왜?

복벽에 난 구멍으로 소장 탈장돼 태어나자마자 소장 대부분 제거한 소년…잘 먹어도 영양 제대로 흡수되지 않아

매일 왕처럼 푸짐하게 먹는데도 영양 결핍을 걱정해야 하는 소년의 사연이 전해졌다. [사진='더선' 보도내용 캡처]
매일 왕처럼 푸짐하게 먹는데도 영양 결핍을 걱정해야 하는 소년의 사연이 전해졌다.

영국 일간 더선의 보도에 의하면, 버지스힐에 사는 11세 올리버 고스는 태어나자마자 소장 대부분을 제거해 음식을 먹어도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흡수하기가 어렵다. 올리버의 엄마인 니콜(31)은 아이에게 가능한 한 가장 영양가 있고 건강한 식단을 먹이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올리버를 임신했을 때 초음파 검사에서 아이의 장이 복벽에 난 구멍을 통해 몸 바깥에서 자라고 있는 것이 발견됐다. 복벽파열증(배벽갈림증, gastroschisis)이었다. 의사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장을 다시 뱃속으로 넣는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괜찮을 거라고 니콜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2012년 11월, 33주로 일찍 세상에 나온 올리버는 장의 일부가 이미 죽어 있었다. 복벽의 구멍이 닫히기 시작해 소장으로 가는 혈액 공급이 막혔던 것이다.

이에 의료진은 아이의 소장 대부분을 제거해야 했고, 수술 후 니콜에게 아이가 살 확률이 매우 희박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올리버는 잘 버텼고 생후 첫 해의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낸 뒤 퇴원할 수 있었다.

올리버가 마침내 집으로 온 후 니콜은 항상 긴장 속에 살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아이의 몸에 가장 오래 머물 수 있는 음식을 찾기 위한 끝없는 여정이 시작됐다. 처음엔 튜브를 이용해 영양을 공급해 주었지만, 수년 간의 시행착오를 통해 아이가 어떤 음식을 가장 잘 견딜 수 있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소장이 아주 적은 부분만 남아있기 때문에 무엇을 먹든 소화기관을 너무 빨리 통과해 영양분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는다.

항상 배고픈 아이를 위해 니콜은 생활비의 많은 부분을 음식에 지출한다. 평균적으로 올리버는 아침식사를 두 번 한다. 큰 그릇에 딸기, 바나나, 키위, 치아씨드를 넣어 한 차례 먹은 후 스크램블 에그와 꿀을 넣은 죽을 한 번 더 먹는다. 학교에 갈 때도 고칼로리 음료와 견과류, 과일, 당근, 후무스, 유제품이나 콩을 넣지 않은 비스킷을 가져간다. 오후가 되면 학교 끝나고 먹을 간식을 준비하고, 그 후에는 시금치와 계란을 넣은 샌드위치나 고구마와 채소를 곁들인 닭고기나 생선, 또는 렌틸 카레와 같이 건강에 좋은 음식을 양껏 준비해둔다. 가공식품은 피하고 고에너지 식단을 주려고 노력한다.

아이가 잠든 후에는 온라인에서 새로운 치료법과 더 영양가 있는 식사를 검색하는 게 싱글맘 니콜의 하루 일과다. 올리버는 퇴원 후에도 위궤양, 두통, 소화기 문제로 수시로 병원을 드나들고 꾸준히 영양사와 면담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니콜의 노력 때문인지 올리버는 나이에 비해 체구가 작긴 하지만, 학교 성적도 좋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는 행복한 소년으로 자라고 있다. 다만, 이제 곧 사춘기가 시작되어 더 많은 영양이 필요하게 되면 상황이 어떻게 될 지가 현재 니콜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니콜은 “올리버가 태어났을 때 의사는 아이가 살 거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제 아이는 열한 살이 되었고 우리는 미지의 영역에 있다”며 “올리버와 같은 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복벽에 생긴 구멍을 통해 장기가 탈장되는 복벽파열증

복벽파열증은 복벽에 결손이 생기는 선천성 질환이다. 이 질환을 가진 아이는 앞쪽 복부 내벽에 2~5cm의 구멍이 있는데, 이곳을 통해 복강 내 장기가 탈장된다. 대개 복강이 작은 편이며, 탈장된 복부 장기는 주로 탯줄의 오른쪽에 나타난다. 주로 위, 소장, 대장이 탈장 되지만 그 외에 쓸개, 자궁, 나팔관, 난소, 방광, 고환도 탈장될 수 있다.

신생아 약 1만 명당 1.75~2.5명의 유병률을 보이며, 산모의 나이가 30세 이하인 경우와 임신 경험이 적은 산모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장기를 감싸고 있는 막이 없어 장이 양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장이 부어 있고, 염증이 생기며, 두꺼워지고 짧아져 있다. 장 이상회전(malrotation)이 나타나며, 작은 구멍을 통해 내장이 나와 있기 때문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혈액 공급이 중단되거나 장이 부패할 위험이 있다. 대부분 영아의 경우 장에서 영양분을 잘 흡수하지 못하거나 운동성이 저하되어 있는 등 장의 기능이 떨어져 있다.

복벽파열증의 확실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한 가지 가설은 태아가 자라는 동안 배꼽탈장의 파열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배꼽탈장의 경우 복강 내 장기들이 탯줄을 통해 탈장되어 있으며, 이를 둘러싸고 있는 막도 존재한다. 하지만 복벽파열의 경우 주로 탯줄의 오른쪽 복벽을 통해 장기가 탈출되어 있으며 탯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태어나기 전 그 막이 재흡수 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다른 가설은 태아가 자궁 안에 있을 때 어떤 사고 또는 탯줄의 우측부위에 혈류를 공급하는 제장간막동맥(배꼽창자간막동맥)의 기능 부전으로 생긴다는 것이다. 일관된 염색체 또는 유전자 이상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 가족 내 여러 명의 형제에게서 나타난 사례가 보고되어 여러 가지 유전자와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증상을 유발한다고 보고 있다.

복벽파열은 임신 중 초음파로 진단이 가능하며, 분만 후 탈장된 장기를 확인해 확진한다. 만약 임신 중 초음파로 복벽파열이 진단되었다면, 소아과 수술이 가능한 의료기관에서 분만해야 하고 분만 전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 출산 후 결손된 복벽을 통해 탈출한 내장을 적절하게 교정시키는 수술을 한다. 수술 기술의 발전과 신생아 집중 관리로 생존율이 87% 이상으로 증가했다.

    지해미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