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있으면 왜 면역력 떨어지나... "이 세포가 백혈구 집어삼켜”

병원체 집어삼키는 호중구가 비만세포에 흡수되는 현상 관찰돼

알레르기 반응이 발생할 때 비만세포가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를 집어삼킨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오른쪽은 비만세포(세피아 색)가 살아있는 호중구(청록색)를 유인해 흡수하는 순간을 포착한 전자현미경 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독일 로스토크대학병원 마르쿠스 프랭크&카롤린 슐츠]
알레르기 반응이 발생할 때 비만세포가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를 집어삼킨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최근 국제 학술지 《셀(Cell)》에 발표된 독일 막스 플랑크 면역생물학 및 후성 유전학 연구소와 뮌스터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의학전문 매체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보도한 내용이다.

비만세포(mast cell)는 히스타민과 헤파린 등을 함유한 과립을 갖고 있는 백혈구의 일종으로 체중 증가 비만과는 관련 없다. 이 세포는 골수성 줄기세포로부터 분화한 과립구의 하나로서, 피부, 다양한 기관의 결합 조직 뿐 아니라 호흡기, 비뇨생식기, 소화관의 점막 상피조직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조직에서 발견된다.

염증은 유해한 자극에 대한 신체의 반응으로 열, 통증, 발적, 부종, 조직 기능 상실을 특징으로 한다. 염증은 균형을 이루면 유해 물질을 제거하고 조직을 복구함으로써 신체를 보호한다. 그러나 과도한 염증은 조직 파괴와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다양한 면역세포다. 이때 관여하는 면역 세포의 유형은 유해한 자극에 따라 달라지며 염증 반응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면역체계의 필수 구성요소인 비만세포도 염증 유발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비만세포는 염증 유발 물질을 함유한 과립으로 채워져 있다. 이들 과립은 알레르겐을 포함한 잠재적 위험에 직면할 경우 방출돼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비만세포가 겉보기에는 무해해 보이는 환경적 요인에 반응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알레르기 반응 부위에서 비만세포와 다른 면역세포 간의 상호 작용은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특수현미경을 통해 살아있는 생쥐 조직에서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동안 활성화된 비만 세포와 다른 세포 유형의 역할을 실시간으로 촬영했다. 그러다 비만세포 내부에서 살아있는 호중구를 발견했다.

연구 책임자 중 한 명인 독일 뮌스터대 의학생화학연구소의 팀 렘머만 소장은 “살아있는 호중구가 살아있는 비만세포 안에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현상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으로, 살아있는 유기체 외부의 실험에서는 발견되지 않았을 것이며 생체 내 현미경 촬영이 가능했기에 포착된 것”이라고 밝혔다.

백혈구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호중구는 면역체계의 최전선 방어자다. 잠재적인 위협에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대응하기 때문이다. 혈액을 순환하다가 염증이 있는 부위의 혈관을 통해 빠르게 빠져나가 박테리아나 곰팡이 같은 침입자를 집어삼키거나 항균물질을 방출하거나 '호중구 세포외 덫'으로 알려진 거미줄 같은 덫으로 침입자를 포획한다.

호중구는 또한 상호 소통하며 세포 군집을 형성해 건강한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각자의 기능을 결합할 수 있다. 감염과 무균 손상에서 이런 호중구의 역할은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한 염증에서 호중구의 역할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세포 배양을 통해 살아있는 조직에서 관찰되는 호중구 포획을 모방한 뒤 이 과정에 관여하는 분자 경로를 추적했다. 그 결과, 비만 세포가 호중구가 군집 활동을 시작할 때 흔히 사용하는 물질인 류코트리엔 B4(LTB4)를 방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비만세포는 이 물질을 분비함으로써 호중구를 끌어들인다. 호중구가 충분히 가까이 오면 비만세포는 호중구를 액포에 집어넣어 세포 내 구조를 형성한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비만세포의 세포 내 트랩(MIT)’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렘머만 소장은 “호중구는 감염 시 병원체를 포획하기 위해 DNA와 히스톤(염기성 단백질)으로 거미줄 같은 덫을 만든다”면서 “그런 호중구가 알레르기 조건에선 비만세포의 덫에 걸리는 것이 참 아이러니컬하게 다가선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국제 연구진의 도움을 받아 인체 샘플에서 MIT가 형성되는 것을 확인하고 포획 후 관련된 두 가지 세포 유형(비만세포와 호중구)의 운명을 추적했다. 그 결과, 포획된 호중구는 결국 죽으면서 그 잔해가 비만세포 안에 저장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여기서 이야기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환된다”고 논문의 주저자인 미하엘 미흘란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원은 설명했다. 비만세포는 호중구로부터 흡수한 물질을 재활용해 자신의 기능과 신진대사를 촉진할 수 있으며 새로 획득한 호중구 성분을 지연적으로 방출해 추가적인 면역 반응을 유발하고 염증과 면역 방어를 지속하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미 인간의 비만세포 매개 염증성 질환에서 이 같은 상호작용을 조사하기도 했다. 이번 발견이 알레르기와 염증성 질환 치료에 새로운 접근법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연구진은 기대하고 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cell.com/cell/fulltext/S0092-8674(24)00774-8?_returnURL=https%3A%2F%2Flinkinghub.elsevier.com%2Fretrieve%2Fpii%2FS0092867424007748%3Fshowall%3Dtrue)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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