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을 팬데믹 후보, 12개→30개 이상으로 늘어

A형독감, 뎅기열, M폭스, 두창 바이러스와 5종 박테리아 추가돼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사람들에게 전 세계적인 공중 보건 비상사태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발표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보건기구(WHO)가 다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유발할 수 있는 병원체로 지목한 숫자가 12개에서 3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A형 독감 바이러스, 뎅기열 바이러스, M폭스 바이러스 등이 새로 추가됐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WHO의 ‘우선순위 병원체(Pathogens prioritization)’ 목록을 바탕으로 《네이처》가 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우선순위 병원체 목록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사람들에게 전 세계적인 공중 보건 비상사태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선정해 발표한 것이다. 2017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약 12개의 우선순위 병원균을 발표했던 데 이은 세 번째 발표였다.

이번 위해 200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1652종의 병원체(대부분의 바이러스와 일부 박테리아)를 약 2년간 평가했다. 새로 발표된 목록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일으킨 SARS-CoV-2가 포함된 사르베코바이러스(Sarbecovirus)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포함된 메르베코바이러스(Merbecovirus)를 아우르는 코로나바이러스군이 들어있다. 이전 목록에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과 MERS를 유발하는 특정 바이러스는 포함됐으나 해당 바이러스가 속한 전체 바이러스군은 포함되지 않았다.

새로 추가된 바이러스 중에는 2022년에 전 세계적인 음폭스를 일으켰고 중앙 아프리카의 주머니에서 계속 퍼지고 있는 M폭스 바이러스가 있다. 그 사촌 격으로 천연두를 일으키지만 1980년에 근절된 두창바이러스(variola virus)도 포함됐다. 그 이유는 더 이상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다시 출현할 경우 팬데믹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에 참여한 스리랑카 스리자야와르데네푸라대의 닐리카 말라비게 교수(면역학)은 “테러리스트에 의해 생물학적 무기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소에서 발병을 촉발한 아형 H5를 포함 현재 6개의 A형 독감 바이러스도 목록에 포함됐다. 콜레라, 흑사병, 이질,​​설사 및 폐렴을 유발하는 5가지 박테리아도 새로 포함됐다.

설치류 바이러스 2종도 산발적인 사람 간 전염을 통해 사람에게 옮겨지는 것으로 확인돼 추가됐다. 기후 변화와 도시화 증가로 이들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파될 위험이 높아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쥐가 옮기는 니파 바이러스는 동물에게 치명적이고 전염성이 높으며, 현재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치료법이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목록에 포함됐다.

연구진은 우선순위 병원체 목록 외에도 별도의 '원형 병원체' 목록도 작성했다. 기초 과학 연구와 치료법 및 백신 개발을 위한 모델 종 역할을 할 수 있는 병원체 리스트를 뽑은 것이다. 이번 분석에 참여한 영국의 가축전염병 전문 피어브라이트 연구소의 나오미 포레스터-소토 연구원(바이러스학)은 “연구가 덜 된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에 대한 더 많은 연구를 장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바이러스과 연구그룹의 일원인 홍콩대의 말릭 페이리스 교수(바이러스학)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인간 백신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예를 들어 설명했다. 동일 계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면 해당 계열 전체 바이러스에 대한 우위에 서게 됐다는 자심감을 불어넣어준다는 것. 이는 치료법에도 적용되는데 “많은 항바이러스제가 전체 바이러스 그룹에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포레스터-소토 연구원은 이번에 발표된 병원체 ​​목록이 합리적이라 평가하면서도 “목록에 있는 일부 병원체는 결코 전염병을 일으키지 않을 수도 있고,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병원체가 미래에 중요해질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는 거의 대부분 다음 병원체의 출현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덧붙여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40279-024-02069-2)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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