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겪는 화이자, 먹는 비만약 개발 '탈출구' 될까

2분기 실적 발표서 집중 투자 강조..."회사에 기회될 것"

[사진=화이자]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화이자가 먹는 비만 치료제 개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투자자 대상 분기 실적 발표를 열고 "‘다누글리프론’은 회사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약물은 비만약 시장에서 각광받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유사체 작용제 계열로, 주사제가 아닌 경구제(먹는 약)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부작용 문제로 중단됐던 임상시험도 지난 달부터 재개됐다.

최근 화이자는 올해 2분기 실적 보고를 통해 GLP-1 유사체 작용제 계열 비만약 개발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 시장 선두권 업체인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일라이 릴리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에 비해 시장 진입이 늦은 상황이지만, 약물 투약이 간편한 경구제로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다누글리프론은 화이자가 개발 중인 비만약 후보물질 중 경구용 GLP-1 치료제라는 강점을 가진다. 시장에 먼저 진입한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주 1회 주사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투약이 간편한 알약 제형이라는 데 차별점이 있다. 이들 치료제가 작용하는 GLP-1은 음식을 먹으면 위장관계에서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식사 후 포만감을 느끼게 만든다.

불라 CEO는 "여러 경쟁 업체들이 비만 치료제 시장에 진입했지만, 먹는 GLP-1 치료제는 여전히 매력적인 옵션으로 시장 수요가 크다"며 "비만약 시장에서 1일 1회 제형이 가진 경쟁력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7월 화이자는 다누글리프론 임상 개발에 재시동을 걸었다. 이 후보물질은 작년 진행된 임상 2상 평가 결과 상당수의 참가자들에서 구토, 설사 등의 이상반응이 보고되며 개발이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황이었다. 화이자는 “기존 1일 2회 용법의 다누글리프론을 1일 1회 용법으로 변경해 개발에 들어간다”며 “이미 진행된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간수치 악화 등 주요 이상반응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현재 먹는 GLP-1 치료제는 릴리와 화이자의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릴리의 '오르포글리프론'은 이미 임상 3상 평가에 진입했으며, 화이자의 다누글리프론도 1일 1회 제형으로 임상 2b상을 완료한 상태다. 노보 노디스크는 위고비에 이은 경구제 옵션으로, 상대적으로 제조가 쉬운 저분자 화합물 '아미크레틴(amycretin)'의 초기 임상 평가에 돌입했다.

화이자는 "릴리 오르포글리프론에 비해 임상 속도가 늦긴 했지만, 14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에서 약물의 지속성과 효능이 높게 나오며 다른 경구제 대비 확실한 경쟁력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누글리프론 임상 재개로 경구제 개발이 다시 정상 궤도에 올랐다"며 “경구용 GLP-1과 관련한 임상 2b상 데이터를 보유한 것은 릴리 다음으로 화이자가 유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시장 일각에서는 다누글리프론이 최종 임상에 성공하면 2030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한화 약 137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LP-1 주사제인 위고비는 올해 1분기에만 13억 달러(약 1조7800억원), 마운자로(미국 제품명 젭바운드)는 5억1700만 달러(약 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두 제품 모두 심혈관질환이나 수면무호흡증 등과 같은 비만 관련 합병증에 예방효과가 추가로 보고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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