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공백 메운다지만... "전담간호사, 주먹구구식 운용"

국회, 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 법제화 촉구 토론회 개최

2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간호사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수영 대한간호협회 전담간호사 제도 마련 TF 위원장, 진재옥 부천세종병원 간호부원장,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 황선영 한양대 간호학과 교수, 정의석 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 교수, 이은지 CBS 기자, 신종원 한국 YMCA 전국연맹 이사 사진=임종언 기자

"전담 간호사로서 늘 저를 짓누르는 두 가지 생각들이 있어요. 이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인가, 배우지 못한 처치로 환자가 잘못되면 어떡하지. 가장 큰 문제는 간호법이 없어 교육과정도 없고, 채용도 주먹구구식으로 경력자를 뽑는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담 간호사의 A씨는 2일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 주관으로 열린 '간호사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전공의 이탈로 생긴 의료 공백의 상당 부분을 현재 전담 간호사가 메우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들의 활동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등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또 전담 간호사 교육 과정과 채용 기준도 없어 간호계에선 간호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간호법은 지난 6월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의를 시작으로 같은 당의 이수진 의원,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 등 네 차례 발의됐다. 현재 제1법안 심사소위를 마친 상태다.

이날 토론회는 △탁영란 대한간호협회(간협) 회장 △황선영 한양대 간호학과 교수 등 간협 관계자 외에도 △정의석 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 교수 △박혜린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들은 간호법 제정에 공감하면서도 법안심사과정 중 보완돼야 할 점을 제언했다.

발제자로 나선 황선영 교수는 지난해 전국 163개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상급병원 전담간호사의 76.2%는 의사 업무를 혼합해 진료하고 있으나 선발 기준이 없고 오로지 경력에 의존해 뽑고 있다"며 "진료 지원에 대한 교육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전담 간호사로 일해도 특별한 보상이 없는 것 역시 문제"라며 "전담 간호사를 법제화해 교육 과정과 채용 기준을 마련한다면 간호사 장기근속과 더불어 (다가올)고령화 사회, 양질의 간호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또 다른 상급병원 전담 간호사 B씨는 간호법이 비단 간호사를 위한 법만은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전담 간호사의 업무 정당성을 인정 받는다면 기존에 전공의, 전문의와 협업해 빠르게 환자 상태 변화에 대처할 수 있다"며 "이에 전공의는 수련에 더욱 집중하고 (정부가 추구하는) 전문의 중심병원 구현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 자격 취득 절차와 의학회와 연계한 교육과정이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의석 교수는 "법 내용에는 전담 간호사의 구체적인 자격 요건과 교육과정, 면허 등을 도입해야 한다"며 "또 흉부외과, 심장내과 등 필수 의료 전담 간호사는 흉부외과학회 등 학회와 연계해 교육을 받는 과정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역시 법제화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전담 간호사 허용 의료 행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혜린 과장은 "추후 법제화가 되면 정부가 간호사 진료 보조 행위를 OX(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은 안되는) 형태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공신력 있는 국내 의학회나 각 상급병원 등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허용 행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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