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기간 15시간 지난 약물 투여…3개월 자격정지 처분 부당한가?

[박창범 닥터To닥터]

의사는 변질/오염/손상되거나 유효기한 혹은 사용기간이 지난 의약품을 환자에게 사용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사용기간이 지난 의약품이 환자에게 투입이 되지 않도록 재고관리를 엄격하게 해야 한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자료사진)[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병의원을 운영하는 의사들에게 의약품 및 의료기기관리는 쉽지 않다. 유효기간(의약품의 효능과 안전성이 보존되는 기간)과 사용기간(용기에 표기된 조건에서 보관할 때 효능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간)이 1-2년정도로 상대적으로 긴 약물과 기기도 있지만 코로나19 백신과 같이 냉장 유효기간이 28일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이렇게 약물과 의료기기에 따라 유효기간과 사용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많은 병의원들이 재고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다가 환자에게 유효기간이나 사용기간이 지난 약물이나 의료기기를 사용하여 문제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최근 이와 관련된 사건이 있어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의사 A는 개인의원을 운영하면서 생후 6개월 영아 B에게 유효기간이 하루 지난 (정확히는 15시간) B형간염 백신을 접종하였다. 당시 해당 의약품은 밀봉된 채 적절하게 냉장보관이 되어 있었고, 접종 후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았다. 의사 A는 나중에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이 영아 B에게 접종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영아 B의 보호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고 추후 재접종을 안내하였다. 하지만 영아 B의 부모는 이러한 사실을 보건소에 신고하였고, 보건복지부는 의사 A가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3개월의 자격정지 처분을 하였다. 이러한 행정처분에 대하여 의사 A는 불복하고 소송을 제기하였다.

현재 의료법 시행령 제32조제2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한 의사에게 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법에서 규정하는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1) 진료행위 중 성폭력을 하거나, 2) 처방전에 따르지 않고 마약 혹은 마약성 진통제를 투약/제공하거나, 3) 변질/오염/손상되거나, 유효기한 혹은 사용기간이 지난 의약품을 사용하거나, 4) 그 밖의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만약 변질/오염/손상되거나 유효기간 혹은 사용기간이 지난 의약품을 사용하다가 적발되면 자격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

법원은 행정처분의 경우 검사로부터 기소유예를 받은 경우는 1/2, 법원에서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 1/3의 범위에서 감경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해당 법조항에서 구체적인 행위의 동기 및 경위,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정도, 비난가능성 등을 참작하여 기간을 다양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해당 위반행위에 대하여 명시적인 감경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보건복지부가 3개월의 자격정지처분에 대한 감경처분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였다. 또한 해당 의약품은 유효기간이 1일 (정확히는 15시간) 지났고, 의사 A는 유효기간이 지났다는 것을 확인한 후 환아의 보호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고 추후 재접종을 안내하였고, 환아에게 부작용이 발생하는 등 건강에 악영향이 없었고, 원고가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난가능성이 낮고, 도덕성과 직업윤리를 훼손하는 정도의 고의에 의한 위반행위가 경미하다고 하면서 해당 의사 A에게 자격정지 3개월의 처분은 달성되는 공익보다 원고가 받을 불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원고에 대한 3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하였다. (서울행정법원 2024.4.12. 선고 2023구합73908 판결)

이 판결은 행정당국이 의사의 불법행위에 대한 자격정지라는 행정처분을 내릴 때 일괄적이고 기계적으로 기간을 정하지 말고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기간을 정할 것을 요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의할 것은 이 판결은 의사 A가 보건복지부의 3개월의 자격정지 행정처분이 부당하다는 것에 대하여 승소한 것뿐이다. 즉 의사 A가 비록 유효기간이 1일 (정확히는 15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변질/오염/손상되거나 유효기간 혹은 사용기간이 지난 의약품을 사용한 것에는 변함이 없다. 즉 무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보건복지부가 해당 판결을 존중한다면 자격정지 3개월의 기간보다 적은 기간의 자격정지처분을 내릴 것이다.

정리하면 의사는 변질/오염/손상되거나 유효기한 혹은 사용기간이 지난 의약품을 환자에게 사용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사용기간이 지난 의약품이 환자에게 투입이 되지 않도록 재고관리를 엄격하게 해야 한다. 여기에 사용기간이 겨우 15시간이 지났더라도 예외는 없다. 다만 이렇게 유효기간이나 사용기간이 지난 약물이 사용되었더라도 이를 파악하고 사후에 해결하려고 노력하였다면 이에 대한 정상참작이 될 수 있겠다.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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