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치료 20분이면 끝?...유방암약 ‘페스코’ 보험급여 적용

'허셉틴-퍼제타' 복합 피하주사제, 치료시간 기존대비 최대 90% 단축

페스코 피하주사제 제품. [사진=한국로슈]

글로벌 제약사 로슈의 유방암 치료제 ‘페스코(성분명 퍼투주맙/트라스투주맙)’가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이달 1일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페스코는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트주맙)'과 '퍼제타(성분명 퍼투주맙)'를 하나의 피하주사제 형태로 개량한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다. HER2란 인간상피 성장인자수용체 2형(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2)을 말하며, 암을 성장시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페스코는 2021년 HER2 양성 조기 및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획득했으며, 투약 시간 단축 및 투여 편리성을 인정받아 항암제 중 처음으로 개량생물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이번 고시에 따라 페스코의 본인부담률은 기존의 퍼제타와 동일하게 ▲국소 진행성 염증성 또는 초기 단계(지름 2㎝ 초과)인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화학요법과 병용투여 시 30%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HER2 양성 및 림프절 양성(트라스트주맙과 퍼투주맙 병용요법의 투여 18주기 이하)의 조건에 모두 만족하는 유방암 환자에 대해 병용요법 시 100% ▲전이성 질환에 대해 항-HER2 치료 또는 화학요법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HER2 양성 환자로 전이성 또는 절제 불가능한 국소 재발성 유방암 환자에 도세탁셀과 병용투여 시 5%로 적용된다.

현재 국내 조기 유방암 환자의 절반 가량은 폐경 전 여성으로 서양(15~30%)에 비해 젊은 층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2021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방암 환자 90%가 치료 시작 후 경력 단절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직장을 그만둔 이유는 ▲6개월 이상 긴 치료 기간(67.9%) ▲치료 후 일시적 체력 및 면역력 저하(64.2%) ▲치료기간 잦은 통원으로 근태관리 문제(34%) 등 치료와 관련된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유방암에 20~25%에 해당하는 HER2 양성 환자들은 재발 예방을 위해 3주마다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데, 기존 정맥주사 요법은 1회 투약 및 관찰에 총 270분(4시간 30분)이 소요됐다. 반면, 페스코는 투약에 5분, 관찰 시간 15분으로 단 20분 만에 치료를 마칠 수 있다.

손주혁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은 평균 18개월 이상, 일부 HER2 양성 조기 유방암은 1년 간의 퍼투주맙과 트라스투주맙 정맥주사 병행치료가 필요하다"며 "페스코는 긴 치료 기간 동안 환자 삶의 질을 보다 전반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치료제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급여 적용으로 페스코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환자들이 기존 치료에서 겪었던 시간적∙물리적 불편함과 부작용을 비롯해, 사회경제적∙심리적 부담까지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급여 적용은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3상 임상 ‘FeDeriCa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연구 결과 페스코 피하주사 투여군은 트라스투주맙 및 퍼투주맙 정맥주사 투여군과 비교해 비열등성을 확인했다. 안전성 프로파일은 유사했으며, 페스코 피하주사 투여군에서 새로운 이상반응은 확인되지 않았다.

페스코는 미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도 건강보헙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페스코를 HER2 양성 유방암 치료를 위한 'Category 1' 또는 '2A'로 권고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현재 트라스투주맙과 퍼투주맙을 병용 투여 중인 환자는 동일한 치료 지침에 따라 페스코로 전환해 치료받을 수 있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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