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 않는 호의 베풀면 오히려 관계 망칠 수 있다?

[채규만의 마음이야기]

상대방의 욕구를 직접 물어보지 않고 알아서 해주려는 사람들의 심리는 인정 욕구, 통제 욕구, 갈등 회피, 자기희생 등 여러 가지 요인에서 비롯되고, 이러한 행동은 오히려 오해와 불만을 초래하고, 자신을 소진하며, 관계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부부 상담하다 보면 외부 사람보다는 대체로 가까운 부모 부부 친척들과 상처를 받았거나 받는 문제로 상담을 청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 보면, “내가 고생 고생하면서 자식한테 해 준 것이 얼마나 많은데 자식은 나에게 연락도 무심해요!”, “지가 고생할 때 내가 얼마나 극진히 보살펴주고 물심양면으로 돌보아주었는데 이제는 연락도 안 하고 모른 체하면서 지내니 은혜도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아서 너무 서운해요!”, “배우자를 위해서 지금까지 희생 봉사하고 살았는데, 이 인간이 은혜를 모르고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주고 있어! 배신감을 느껴요” 등 등의 수많이 사연들로 사람들은 상처를 받고 힘들어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자신이 알아서 가족이나 자녀에게 물심양면으로 잘해 주었는데 상대방이 전혀 고마워하기는 커녕 나를 멀리하거나 거리를 두기에 답답해서 힘들어하는 분들의 문제를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이 문제를 대처할 것인가를 다루어 보겠다.

▪독심술로 알아서 남들에게 잘해 주려는 사람들의 심리적 특징

사람들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직접 물어보지 않고 알아서 잘해 주려고 하는 경우, 이러한 행동 에는 여러 가지 심리적인 요인들이 작용할 수 있다. 상대방에게 “돈과 시간”을 쓰고도 상대방에게 고마운 소리를 듣지 못하고, 오히려 비난을 받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적인 원인과 문제점, 그리고 개선 방법을 아래에 자세히 설명하겠다. 혹시라도 “나는 남에게 잘해 주고 좋은 소리 못 듣고 서운하고 상처를 받는다”면 다음의 내용으로 자신의 심리적인 상태를 평가해 보고 개선책을 마련해 보기 바란다.

▸과잉보호와 지나친 간섭의 동기: 부모들의 경우에 자녀가 잘되게 하려고 알아서 자녀에게 과도하게 잘해 주려는 부모는 자녀를 보호하고 돌보려는 강한 욕구가 있다. 어찌 보면 이러한 보호 본능은 자연스럽고, 자녀가 어려움 없이 성장하도록 돕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될 수 있다. 그러나 보호가 지나쳐서 과잉보호가 되면 자녀를 간섭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자녀는 부모의 보호적인 행동을 고마워하기보다는 자신을 통제하는 행동으로 해석하고, 부모를 멀리하거나 회피하거나 반항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부모는 “내가 이렇게 하는 행동은 너를 위해서 하는데 왜 그렇게 내 마음을 몰라주고 반대로 행동하는가?” 하면서 상처를 받는다.

▸불안과 두려움: 부모는 자녀가 실패하거나 다칠 것을 두려워하여 미리 모든 것을 해결해주려고 한다. 이러한 두려움 역시 부모들의 자연스러운 반응인데 부모가 알아서 자녀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하면 자녀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박탈할 수 있고 자녀가 부모에게 의존하게 만들고, 부모는 자녀를 위해서 희생을 하지만, 자녀는 부모에게 반항하고 부모를 거부한다.

▸자아 충족의 욕구: 부모는 자녀의 성공을 통해 자신의 자아를 충족시키려는 욕구를 가질 수 있기에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녀가 행동하도록 강요하고 이로 인해 자녀에게 과도한 기대와 부담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기에 부모를 회피할 수 있다.

▸상대방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먼저 알아서 해주면, 그들이 자신을 더 높이 평가하고 고마워할 것이라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에, 알아서 상대방에게 잘해 주려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주면 상대방이 고마워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외려 부담이 되고 상대방이 고마워하기는 커녕 피하려고 할 수 있다.

▸상대방에 대한 통제 욕구: 남에게 독심술을 통해서 잘해 주려고 하는 일부 사람들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먼저 알아서 해 줌으로써 상황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느낀다. 겉으로는 남에게 잘해 준다는 행동으로 포장하면서 상대방을 내 뜻대로 조종하려고 한다.

▸갈등 회피: 상대방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대신 알아서 해주려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원하는 행동이 아니면 오히려 갈등이 깊어진다.

▸자기 희생적인 사람: 상대방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더 나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 경우가 있기에 남에게 잘해 주려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자신의 욕구와 필요를 무시하고 상대방의 욕구를 우선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태도가 지나치면 자신보다는 남을 돌보고, 자신의 삶은 피폐해지는 일도 있다.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들은 “자신도 챙기지 못하면서 남들을 챙기려고 한다”라는 비난을 한다.

▪ 알아서 남에게 잘 해주려는 사람들의 문제점

▸오해와 불만을 야기함: 상대방이 실제로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엉뚱한 것을 해 줄 수 있고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상대방이 고마워하기보다는 불만을 느끼게 만들 수 있다.

▸자기 소진: 돈과 시간을 쓰면서도 상대방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면, 자신이 무가치하다고 느끼거나 소진될 수 있고, 심리적 스트레스와 좌절감을 초래할 수 있다.

▸의사소통 부족: 직접 물어보지 않고 알아서 해주려는 태도는 의사소통의 부족을 의미한다. 이는 관계의 질을 떨어뜨리고, 서로의 필요와 욕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만든다.

▪개선 방법

▸철저한 자기 성찰: 자녀를 과보호면서 자신의 욕구를 성취하려는 것인지, 자녀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판단하고 해결해서 자녀가 원하는 삶을 살도록 도와주고 자녀의 행복해서 나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지 자신의 행동 동기를 잘 성찰해야 한다. 많은 경우에 자녀를 도와준다는 명분으로 자녀를 통제하고 자녀의 삶을 통해서 부모의 무의식적인 소원을 이루려는 경향이 있다. 자녀를 자장 잘 기르는 것은 자녀가 독립적인 삶을 살고 자녀의 역량을 100% 반영해서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을 보고 부모도 기뻐하고 즐기는 삶이다.

▸직접적인 의사소통 개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직접 물어보는 탐색적인 대화를 통해 오해를 줄이고, 상대방의 진정한 욕구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솔직하고 개방적인 대화를 통해 서로의 필요와 기대를 명확히 해서 상대방이 가려운 부분을 긁어 주어야 상대방이 시원함을 느끼고 고마워한다.

▸건강한 경계 설정: 상대방을 위해 자신을 지나치게 희생하지 않도록 건강한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욕구와 필요를 존중하는 동시에, 상대방의 욕구도 존중하는 균형을 맞추는 삶을 살아야 한다.

▸전문가의 도움: 만약 이러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어렵다면, 상담사나 심리학자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행동 패턴을 이해하고, 더 건강한 대처 방법을 배워야 한다.

결론적으로 상대방의 욕구를 직접 물어보지 않고 알아서 해주려는 사람들의 심리는 인정 욕구, 통제 욕구, 갈등 회피, 자기희생 등 여러 가지 요인에서 비롯되고, 이러한 행동은 오히려 오해와 불만을 초래하고, 자신을 소진하며, 관계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개선하기 위해서, 상대방과 건강한 경계선을 설정하고 자신 배려와 타인을 배려하는 면에서 균형을 이루고, “상대방에게 물어보고 해 주면 된다”가 해답이다.

    채규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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