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흉부외과 전공의 12명뿐... "이러다 심장·폐암수술 멈춘다"
흉부외과학회, 전공의 사직 현황 집계...내년 신규 전문의 단 6명
가장 위급한 생명을 살리는 필수의료 분야이자 최고난도 외과수술 실력을 요하는 심장·폐 수술 의사가 국내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왔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29일 '흉부외과 전공의 사직 현황'을 공개하고 "흉부외과의 미래가 사라지는 초응급상황"이라고 걱정을 표시했다.
이 학회가 지난 24~26일 전국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 기존 흉부외과 전공의 총 107명 중 12명만 현재 근무 중이었다. 75명이 사직 처리됐고 20명은 사직 보류로 사직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재 전공의 근무 인원은 1년차 3명, 2년차 2명, 3년차 1명, 4년차 6명이었다. 즉, 내년 전국에 새로 배출되는 심장·폐암수술 전문가는 단 6명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지역별 전공의 부족도 심각했다. 강원·충북·제주 지역에선 이번 의정갈등 사태와 상관 없이 흉부외과 전공의가 전혀 없었고, 전북에 있던 1명은 의정갈등 후 사직했다. 기존에 가장 많은 62명의 전공의가 있었던 서울 지역 역시 이번 사태 이후 단 2명만 남아있다.
학회는 "전공의 12명으로는 연간 2만 건이 넘는 심장수술, 폐암수술을 완수할 수 없다"면서 "앞으로 흉부외과의 미래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게 자명해 국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특히, 학회 측은 지난 몇 년 사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신규 전공의가 일부 늘었지만 이번 의정갈등으로 물거품이 됐다고 지적했다.
흉부외과 신입 전공의 수는 1994년 57명에서 2009년 20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후 신규 전공의 숫자는 평균 26명 수준을 유지하다, 2018년과 2019년엔 각각 32명, 2023년엔 40명, 올해는 29명이 들어왔다. 2018~2019년엔 2008년 이후 2년 연속 30명대였으며, 지난해엔 20년 만에 처음으로 40명대를 기록했다.
더군다나, 기존의 흉부외과 전문의(의대 교수 등)도 줄줄이 은퇴를 앞두고 있다. 올해만 해도 흉부외과 전문의 32명이 은퇴하는데 수련을 마친 신규 전문의는 21명에 불과하다. 전체적으로 11명이 감소한 것이다. 내년엔 이 격차가 27명, 26년엔 53명, 27년엔 54명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학회는 내년 전국 흉부외과 전공의 수가 한자리 수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면서 오는 2029년에는 신규 전공의가 1명도 없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응시율이 11%로 저조한 탓이다.
학회는 "초응급상황에 대한 국가적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시간이 없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