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 간 이식 크기는? "AI가 계산해줍니다"

삼성서울병원 유진수 교수팀 AI모델 개발

간 이식은 받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주는 사람도 그만큼 중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연구진이 간 이식 수술 때 어느 정도 크기를 주고 받을 지 등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해 주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했다.

유진수·오남기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 정우경·김재훈 영상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공여자의 간 크기와 용량을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에 기반해 자동 측정할 수 있는 '간이식 인공지능(AI)모델'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공여자의 간은 기증 후 최소 현재 간 크기의 30% 이상은 유지해야 안전을 확보할 수 있고, 수여자 역시 자기 몸무게 대비 이식받은 간의 무게가 0.6~0.8%는 돼야 간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그만큼 공여자, 수여자 양쪽 모두에 안전한 적정선을 찾는 게 중요하다.

기존에는 이식외과 전문의가 CT 영상을 기반으로 공여자의 간을 분할한 다음, 일일이 손으로 크기와 용량을 계산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사람이 직접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릴 뿐 아니라, 의사마다 주관적 판단에 따른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2022~2023년 이 병원에서 공여자로 수술받은 환자 114명의 데이터를 활용해 AI 모델을 제작했다. 이들 중 103명의 자료는 AI모델의 학습용으로, 나머지 인원의 데이터는 예측값과 수술 후 실제 측정값을 비교하는 검증용으로 사용했다.

또 연구팀은 이 환자들의 CT 영상 검사 결과를 3D모델로 만든 다음, U-Net(의료 이미지 분할에 효과적인 신경망 구조) 기반 딥러닝 모델을 설계했다. 그런 뒤 각 CT 영상 자료를 데이터로 변환해 총 1000번의 학습 훈련을 거쳤다.

환자의 간 CT 결과를 토대로 간이식 AI모델이 제시한 3D 이미지(Inference)와 실제 의료진이 CT 영상 결과를 분석해 만든 3D 이미지(Ground truth)이다. [사진=삼성서울병원]
기존 의료진이 직접 이식 간 크기를 계산한 것과 AI모델이 계산한 결과 간의 (크기) 유사도는 우엽(중간 인대를 기준으로 오른쪽 간)에서 94%, 좌엽에서 91%로 나타났다. 간 용량에서도 간 이식 AI모델과 의사가 직접 측정한 값의 차이가 평균 9.18ml(밀리리터)에 그쳤다.

환자 별로 다른 간의 용량·크기 등 변수를 얼마나 잘 예측·평가하는 지를 설명하는 지표인 결정계수는 오히려 AI모델이 앞섰다. 해당 모델의 결정계수는 0.76으로, 의사가 직접 하는 경우의 0.68보다 높았다. 결정계수는 0에 가까울 수록 AI모델의 유용성이 낮고, 1에 가까울 수록 유용성이 높다.

연구팀은 간이식 AI모델의 가능성을 초기 단계에서 확인한 만큼, 이를 발전해 보다 정교한 범용 서비스로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 AI 모델을 잘 발전시키면 3D 모델링 기반 수술 계획 소프트웨어 시장을 주도하는 일본을 역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연구팀은 기대했다.

유진수 교수는 "한국은 전세계에서 간암 수술이나 간 이식 수술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나라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은 뒤처져 있다"면서 "수술 안전성을 높여주는 신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수가 등의 지원을 받아 일본이 주도하는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국제외과학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Surgery)》 최근 호에 게재됐다.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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