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와인 한 잔, 심장에 좋댔는데”…다 잘못된 연구였다고?

캐나다 연구팀 “연구설계 오류 탓”… 레드와인 한 잔의 ‘심장병 예방 효과’도 과장된 표현

"적당한 음주는 건강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통념은 잘못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레드와인에는 심장병 예방 효과에 좋다는 폴리페놀(특히 레스베라트롤) 성분이 들어 있다. 하지만 예방 효과를 제대로 내려면 레드와인을 하루 100~1000잔 마셔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술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술도 적당히 마시면, 건강에 좋다’는 속설이 통한다. 음주 애호가들이 애써 부정하기 싫은 말이다. 한 때는 와인 한 잔의 건강 효과가 유행처럼 번졌다. 레드와인(적포도주)이 반쯤 채워진 글라스를 떠올리며 웃음 짓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캐나다 빅토리아대 의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통념은 사실이 아니며, 연구 설계의 오류 때문에 빚어진 착오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음주 습관과 수명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 논문 107편의 내용을 분석하고, 관련자를 장기간 추적관찰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종전의 ‘적당한 음주’ 관련 연구는 주로 노년층에 초점을 맞췄고, 술 때문에 건강 문제를 겪어 술을 아예 끊었거나 크게 줄인 사람을 ‘(평생) 금주자’ 그룹에 포함시키는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종전 음주 관련 연구의 대부분이 참가자의 ‘평생 음주 습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빅토리아대 의대 팀 스톡웰 박사(약물남용연구소)는 “간단히 말해 ‘적당한 음주’와 건강 상 이점을 연결하는 연구는 근본적인 설계 결함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Why do only some cohort studies find health benefits from low volume alcohol use?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study characteristics that may bias mortality risk estimates)는 국제학술지 ≪알코올 및 약물연구 저널(Journal of Studies on Alcohol and Drugs)≫에 실렸다.

“레드와인, 심장병 위험 낮춰”...1990년대 ‘프랑스의 역설’, 대중 상상 속에 뿌리박혀  

연구팀이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소량 음주자(주 1~12잔 마시는 사람)는 ‘(평생) 금주자’에 비해 연구 기간 동안 숨질 위험이 14%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 결과가 맞지 않다고 봤다. 연구팀은 특정 모델(혼합 선형 회귀모델)을 이용해 '적당한 음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밝혀내기 위해 연구의 질과 사망 위험을 평가했다. 그 결과 적당한 음주는 사망 위험 감소와 이렇다할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에 의하면 질이 높은 연구에서는 55세 이하에 초점을 맞췄고, 종전에 술을 마신 적이 있는 사람과 술을 가끔 마시는 사람을 '(평생) 금주자'와 적절히 구분했고, 참가자를 젊은 연령대에서 노년층까지 추적관찰했다. 이런 양질의 연구 결과를 보면 술을 소량 마시는 사람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과 사망 위험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당한 음주로 인한 장수 혜택은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질이 낮은 연구에서는 56세 이상에 초점을 맞췄고, 종전에 술을 마신 적이 있는 사람과 술을 가끔 마시는 사람을 '(평생) 금주자'처럼 여겨 잘못 분류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평생의 음주 습관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고, 술을 소량 마시는 사람의 사망 위험이 '(평생) 금주자'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잘못 추정되기도 했다. 건강 문제로 술을 끊은 사람의 수명이 적당한 음주자의 수명보다 더 짧아 보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국 건강의학매체 ‘메디컬뉴스 투데이’는 소개했다.

술, 간암 대장암 유방암 등 7종 암과 밀접한 관련…WHO ”술은 1군 발암물질”

일부 분석에선 흡연, 사회경제적 지위 등 요소를 통제(감안)할 때 술을 소량 마시는 사람의 사망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비흡연 그룹에서 사망 위험 추정치가 더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결과는 연구에 중대한 편향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에 의하면 ‘적당한 음주’가 건강수명과 관련이 있다는 개념은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대에 대중화된 '프랑스 역설'을 예로 들 수 있다.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는 프랑스 사람의 심장병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더 낮은 것은 레드와인 덕분이라는 통념이 생겨났다. 스톡웰 박사는 “레드와인을 만병통치약처럼 여기는 시각은 아직도 많은 대중의 상상 속에 뿌리박혀 있다”고 말했다. 미국 건강의학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MedicalXpress)와의 인터뷰에서다. 하지만 레드와인에 풍부한 화합물 폴리페놀(특히 레스베라트롤)을 섭취해 심장병 위험을 낮추려면, 레드와인을 하루 100~1000잔이나 마셔야 한다는 연구(동물실험) 결과도 있다.

연구팀에 의하면 ‘적당한 음주’는 사람의 수명을 연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특정 암에 걸릴 위험에 노출시키는 등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어떤 주요 보건기관도 무해한 음주 수준을 설정한 적이 없다. 술은 구강암, 인두암, 후두암, 식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등 암 7종과 관련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술(알코올)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담배, 미세먼지와 같은 그룹에 속한다. 스톡웰 박사는 “완전히 ‘안전한’ 음주 수준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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