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잔 커피 끊어 두통?"...금단증상 아닌 15년 시한부 판정, 무슨 일?

알코올 중독과 커피 중독 겪은 30대 여성...커피를 줄여가면서 금단증상이라 생각한 두통과 복시가 사실은 희귀한 뇌종양인 3등급 희소돌기아교세포종 때문. 15년 시한부 선고 받은 여성의 사연.

커피 중독자였던 30대 여성이 커피를 줄이면서 두통과 브레인 포그를 겪었지만 카페인 금단 증상으로 착각하고 증상을 그냥 방치하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다. [사진=영국 일간 더선 보도 갈무리]
커피 중독자였던 30대 여성이 커피를 줄이면서 두통과 브레인 포그(정신 흐릿한 상태)를 겪었지만 카페인 금단 증상으로 착각하고 증상을 그냥 방치하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다.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난 후 하루에 최대 12잔의 커피를 마셔왔던 영국 런던에 사는 아비 펠햄(36세)의 이야기다.

아비는 14살 때부터 약물과 알코올 의존증에 시달려왔다. 아비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술을 마시기 시작한 후 17년 동안 알코올 중독자로 살았다. 최악의 경우 하루에 700ml짜리 위스키와 맥주를 두 병씩 마셨을 정도였다. 그렇게 술 없이 못살던 아비는 2020년 4월, 팬데믹으로 인해 어릴 적 고향으로 돌아간 후 금주를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왔다.

지금까지 4년 동안 금주를 해온 가운데 술 대신 커피를 지나치게 많이 마셔 댔다. 하루 12잔이 넘게 마시는 카페인 중독자가 돼 있는 자신을 보고 해로운 카페인 습관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커피 줄여나가는 과정 중 카페인 금단 증상같은 두통, 메스꺼움 등....알고 보니 희소 뇌종양 

지난 2023년 11월부터 커피를 덜 마실 것을 결심하고 점점 마시는 양을 줄여나갔다. 그와 중에 두통, 메스꺼움, 브레인 포그를 겪기 시작했다. 이전에 알코올 금단 증상을 겪은 적이 있었던 아비는 이번에도 카페인을 갈망하는 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한밤 중에 머리가 너무 아파 비명을 지르며 깨어나기도 했고,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 부비동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항생제를 처방 받았다.

하지만 증상은 지속돼 올해 5월 아비는 의사와 안경사를 찾아갔다. 시신경이 부어 있다는 말을 듣고 런던 세인트 메리 병원으로 옮겨져 MRI와 CT를 촬영했다. 뇌에 악성일 수 있는 무언가 있다는 결과를 들었다. 다음 날 뇌수술을 받기 위해 차링 크로스 병원으로 이송됐다.

의료진이 아비의 뇌를 열었을 때 종양과 낭종을 발견했다. 낭종이 점점 커지면서 종양을 눌러서 심각한 증상을 일으켰던 것이다. 의료진은 낭종을 먼저 제거했다. 낭종을 없애니 시력은 즉시 호전됐다. 하지만 뇌 종양은 생각보다 공격적이었다. 아비는 희귀한 뇌종양인 3등급 희소돌기아교세포종(Oligodendroglioma)을 진단 받았다. 해당 수술로 인해 마비가 올 수 있다는 경고를 들었던 아비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했지만, 다행히 90%를 제거하는 두 번째 수술을 받았다. 다만 아직 남은 종양으로 인해 아비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앞으로 길어야 15년 정도만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비는 "나는 이전에 중독에 빠져 피해자처럼 살았다. 그런 중독에서 회복한 경험이 암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런 일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삶을 즐기며 살 것"이라고 말했다.

아비는 7월에 방사선 치료를 시작했고 올해 말에 화학 요법을 받을 예정이다.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며 치료 후의 삶을 기대하고 있다.

신경세포를 둘러싼 세포에 종양...평균 생존 기간 9~11년 

아비가 진단 받은 희소돌기아교세포종은 뇌와 척수의 희소돌기아교세포에서 발생하는 희귀한 종류의 뇌종양이다. 뇌의 희소돌기아교세포 또는 신경교 전구세포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신경교종의 일종으로 희소돌기아교세포는 중추신경계에서 신경 세포를 둘러싸고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세포다. 해당 종양은 주로 뇌의 전두엽이나 측두엽에서 발생하며 종양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인 증상으로는 두통, 발작, 인지 기능 저하, 성격 변화 등이 있다.

희소돌기아교세포 종양은 주로 성인에게 발생하며, 일반적으로 느리게 자라는 특성을 가지나 경우에 따라서는 아비의 사례처럼 더 공격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 주로 성인의 모든 원발성 뇌종양 및 중추신경계 종양 9.4%에서 발생한다. 어린이의 경우 모든 원발성 뇌종양의 4%에서도 발견된다.

희소돌기아교세포종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몇 가지 유전적 돌연변이가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특히, 1p/19q 염색체 결손이 있는 경우, 종양의 반응성과 예후가 더 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p/19q 결손은 희소돌기아교세포종의 중요한 분자 유전적 특징이다. 이 종양의 행동 양상, 예후, 치료 반응성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는 전체 중추신경계 종양의 3.4% 가량 된다고 알려져 있다. 희소돌기아교세포종의 평균 생존 기간은 9~11년 정도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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