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왜 이리 가렵지?”…가려움증 일으키는 '별난 병'들

피부는 ‘건강 신호등’…빨간불 켜지면, 피부병 외 각종 병에 신경 써야

가려움증이 심하면 삶의 질이 뚝 떨어지고, 사회생활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 가려움증은 '건강 신호등'이다. 가려움증이 나타나면 잠시 시간을 내서 건강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가려움증(소양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피부병이다. 가려움증을 일으키는 피부병에는 피부건조증, 아토피피부염(습진), 접촉성피부염(알레르기), 두드러기, 피부진균감염, 피부기생충감염, 벌레물림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온몸병인 당뇨병, 신경장애인 다발성경화증, 심리장애인 정신적 가려움증 등이 있어도 피부가 이곳저곳 가려울 수 있다.

미국 건강포털 ‘더헬시(Thehealthy)’에 따르면 온몸의 심한 가려움증은 콩팥병, 간질환, 피부묘화증, 척추병, 셀리악병, 림프종, 갑상샘병, 접촉성피부염, 폐경기, 유방암, 임신 등으로 생길 수 있다.

콩팥병= 온몸의 심한 가려움증은 말기 콩팥병이나 만성 신부전 환자에게서 자주 발생한다. ≪신부전 저널≫에 실린 연구 결과를 보면 혈액투석 환자의 42%가 중등도나 중증의 가려움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와 뉴욕 장로교 병원의 피부과 전문의인 앤서니 M. 로시 박사는 “가려움증이 너무 심해 한밤중에 긁다가 잠에서 깨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콩팥병이 가려움증을 일으키는 이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콩팥이 혈류에서 노폐물을 없애지 못해 몸 안에 독소가 쌓이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가려움증을 가라앉히기 위해선 항발작제(가바펜틴)를 처방받을 수 있다.

간질환= 온몸이 가려우면 간질환의 조용한 신호일 수 있다. 그치지 않는 가려움증이 콩팥병 말기에 나타난다면 간에도 이상이 생겼다는 뜻이다. 미국 예일대 의대 피부과 캐슬린 쿡 수오지 조교수는 “간이 해독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담즙산 등 부산물이 쌓인다”고 말했다. 몸의 담즙산 흡수를 억제하거나 간으로 돌아가는 담즙산의 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약물을 처방받을 수 있다.

피부묘화증= 피부묘화증(Dermatographia)은 피부를 가볍게 긁거나 눌러도 부종, 홍반성 발적(빨갛게 부어오름), 가려움증이 생기는 만성 두드러기의 일종이다. 솟아오른 붉은색 상처를 남기고 이런 증상이 사라지는 데 15~30분이 걸린다면 피부묘화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미국 마운트 시나이 병원 카메론 로크사 부교수(피부과 성형외과 전문의)는 “피부묘화증은 손으로 만지면 피부가 민감해지고 히스타민이 너무 많이 분비되는 피부병”이라고 말했다. 원인은 불명확하나 스트레스, 감염, 알레르기 유발 물질(알레르겐)이나 약물에 의해 생길 수 있다. 다른 피부나 옷에 자주 닿는 부위가 피부 발진에 가장 취약하다. 진단은 쉬운 편이다. 가려움증이 심해지면 염증을 완화하는 항히스타민제를 처방받을 수 있다. 그래도 좋아지지 않으면 주사를 맞는다.

척추병= 발진이 나타나지 않는 만성 가려움증은 신경성(신경병증성) 가려움증 탓일 수 있다. 종전 연구 결과를 보면 척추병이 있으면 신경에 압력이 가해지고 신경이 뒤틀려 피부에 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다. 신경성 가려움증은 몸의 한쪽이나 양쪽에 모두 발생할 수 있다. 긁어도 증상이 완화되지 않으면 큰 위험 신호다. 로시 박사는 “습진 환자는 긁으면 가려움증이 수그러드는 걸 느낀다. 하지만 신경성 가려움증은 긁는다고 해서 개선되지 않으며, 대부분 증상이 더 심해진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고추에서 뽑은 캡사이신 크림으로 신경성 가려움증을 치료할 수 있다.

셀리악병= 미국 유타대 피부과 학과장이자 셀리악병 재단의료 자문위원인 존 존 박사는 “무릎, 팔꿈치, 엉덩이, 헤어라인 등에 돌기나 물집이 생기고 매우 가렵다면 셀리악병이 피부에 나타나는 '포진상 피부염(DH, Dermatitis herpetiformis)'의 징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셀리악병 환자가 글루텐이 들어 있는 음식을 먹으면 면역체계가 면역글로불린A(IgA)라는 항체를 생성해 반응한다. 이 IgA 항체는 피부 세포로 이동, 결합해 가려움증 반응을 일으킨다. 환자는 평생 ‘글루텐 프리 식단’을 엄격히 따라야 한다. 환자가 글루텐을 계속 섭취하면 영양실조, 빈혈, 뼈 손실, 궤양성 대장염, 심지어 암에 걸릴 수 있다.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이 계속 가려우면 정말 짜증이 난다. 덥고 습기가 많은 요즘엔 특히 그렇다. 하지만 뜻밖의 질병이 있다는 적신호일 수 있으니,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림프종= 예일대 수오지 조교수는 “혈액병인 호지킨, 비호지킨 림프종 등 림프종의 5~30%에서 가려움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발진이 있든 없든 가려움증은 호지킨병의 첫 증상일 수 있다. 감염에 반응해 염증을 일으키는 세포 신호 분자인 사이토카인에 의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림프종이 의심되면 흉부 엑스레이를 촬영할 수 있다. 림프종 진단을 받은 뒤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요법을 받기 시작하면 곧 가려움증이 멈춘다.

갑상샘병= 갑상샘병은 기능항진이든 기능저하든 간에 피부에 이상한 감각을 일으킬 수 있다. 마운트 시나이 병원 로크사 부교수는 “땀샘의 변화가 피부를 건조하게 할 수 있다”며 “피부에는 갑상샘호르몬이 없을 때 세포 활동이 감소하는 갑상샘호르몬 수용체가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갑상샘기능저하증 환자에게서 가려움증과 피부 건조증이 더 흔하다”고 말했다.

알레르기= 알레르기는 흔한 만성병 중 하나다. 피부 알레르기는 알레르기 항원과 접촉했을 때 피부에 가려운 발진이 생기는 접촉성 피부염이다. 아기 물티슈나 화장품 등 개인 위생용품에서 발견되는 화합물은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키는 알레르기 항원 중 일부다. 가려움증이 눈에만 나타나면 눈꺼풀 피부염의 징후일 수 있다. 피부과, 알레르기 전문의가 알레르기 첩포검사(Patch test)로 알레르기 유발 요인을 파악할 수 있다. 증상 완화를 위해 강력한 국소 스테로이드를 처방받을 수 있다.

갱년기= 갱년기(폐경기)에 접어들면 건조하고 가려운 피부 등 갑작스러운 외모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콜라겐 생성의 필수 구성요소인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 피부의 수분을 유지하는 천연 오일 공급도 감소한다. 산부인과 전문의 셰리 로스 박사는 “이 때문에 피부가 더 얇아지고 가려워진다”고 말했다. 알로에 베라 젤이나 칼라민 로션으로 피부의 가장 바깥층에 수분을 유지하면, 건조증과 가려움증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유방암= 유방 파제트병은 유두 안이나 주변에 암세포가 모이는 유방암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에 의하면 유방 파제트병은 전체 유방암의 5% 미만이다. 첫 징후는 유두와 유륜 주위에 비늘 모양의 붉고 가려운 반점이 생기는 것이다. 수오지 박사는 “유두 습진으로 잘못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유방암과 관련이 있는 경우에도 생길 수 있다.

임신= 임신한 여성 150명 중 1명의 복부에 붉은 발진인 '소양성 두드러기성 구진 및 판(PUPPP)'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다리와 팔에도 나타날 수 있다. 대체적으로 약물을 대부분 복용할 수 없는 임신 3기 후반까지는 발진이 생기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가려움증에 대해 이렇다할 조치를 취할 수 없다. 피부과 전문의 로시 박사는 “여러 번 임신한 사람에게도 소양성 두드러기성 구진 및 판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이 증상은 해롭지 않고, 저절로 사라진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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