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불모지 요로상피암, '파드셉' 1차약 허가...신약 진입 30년만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병용요법으로 식약처 허가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두 배 늘린 신약 '파드셉(성분명 엔포투맙베도틴)'이 1차 치료제로 허가 범위를 확대했다. 이 약물은 최근 항암제 시장에서 각광을 받는 항체-약물접합체(ADC)로, 한국아스텔라스제약이 국내 공급 중이다. 파드셉은 이번 허가로 항암 신약의 불로지로 평가받는 요로상피암 분야에서 1차부터 3차까지 모든 치료 차수에 사용이 가능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5일 수술이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한국아스텔라스제약의 ADC 치료제 파드셉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을 허가했다.
통상 요로상피암은 소변이 생성되고 이동하는 통로의 가장 안쪽 점막인 요로상피세포에 발생하는 암으로 방광암, 신우암, 요관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환자의 10~15%는 수술이 불가능한 원격전이 단계에서 진단받고, 이 경우 5년 상대생존율이 11.7%로 매우 낮은 편이다. 빠르고 공격적인 양상에도 불구하고 지난 30년간 1차 표준치료 옵션은 '항암화학요법(케모)'이 유일한 상황이었다.
신약 파드셉의 1차 치료제 적응증 확대 승인은 지난해 3월, 이전 치료에 실패한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에서 최초의 ADC 항암제로 허가받은 데 이어 1년 5개월여만에 이뤄졌다. 이번 1차 적응증 확대로 파드셉은 1~3차 모든 단계에서 처방 적응증을 확보하게 됐다. 무엇보다 파드셉 병용요법은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에서 유일하게 선호요법이자 강력한 권고등급인 '카테고리 1'로 우선 권고하고 있다.
이번 승인은 'EV-302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해당 연구는 25개 국가에서 88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 대비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의 임상적 유효성 및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한 글로벌 임상 3상 연구다. 1차 평가변수는 무진행 생존기간 및 전체 생존기간이었으며, 2차 평가변수는 객관적 반응률, 안전성 등이었다.
주요 결과를 보면, 추적 관찰기간 17.2개월(중앙값) 시점에서 파드셉 병용요법은 전체 생존기간을 유의미하게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드셉 병용요법군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31.5개월로,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군의 16.1개월 대비 약 2배 연장하며, 사망 위험을 53% 낮췄다.
무진행 생존기간도 유의미하게 개선했다. 파드셉 병용요법군에서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12.5개월,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군에서는 6.3개월로, 파드셉 병용요법이 대조군 대비 약 2배 연장하며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55% 감소시켰다.
파드셉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이전 연구에서 관찰된 것과 유사했다. 3등급 이상 치료 관련 이상반응은 파드셉 병용요법군의 55.9%, 항암화학요법의 69.5%에서 발생했다. 가장 흔하게 발생한 3등급 이상의 이상반응은 피부반응(15.5%), 말초신경병증(6.8%)이었고, 대부분은 용량 조절을 통해 관리 가능한 수준이었다.
범승훈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혁신적인 신약들이 허가되며 일찍부터 1차 표준치료에 변화가 있었던 폐암, 유방암 등 다른 암종과 달리 요로상피암은 수십 년간 항암 신약의 불모지로 불렸다"며 "이번 허가를 통해 국내 환자들에게도 ADC 혁신 신약이라는 새로운 1차 치료 옵션이 생겼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파드셉 1차 병용요법이 기존 표준 치료 대비 사망 위험 53% 감소 및 전체 생존기간 2배 개선 데이터는 매우 고무적인 수치"라며 "국내 요로상피암 환자들의 생존율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아스텔라스제약 항암제사업부 총괄 김진희 상무는 “작년 10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기립박수를 받은 파드셉 1차 병용요법 임상 결과는 요로상피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치료 옵션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