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 '귀' 건강도 위협?... "청력과 균형감에 악영향"
김진수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의학연구소 박사팀 연구
미세플라스틱이 귀 내부에 쌓여 청력 등 귀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달팽이관, 전정기관이 위치한 내이(內耳)에 손상을 줘 청력 손실과 균형감각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진수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의학연구소 박사와 박민현 서울대 의대 이비인후과학교실 교수, 최종훈 중앙대 창의ICT공대 융합공학부 교수 공동 연구팀은 난청 등 청력장애와 최근 여러 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미세플라스틱과의 상관관계를 찾아보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일회용품 등에 플라스틱 종류 중 하나인 '폴리에틸렌'을 실험용 쥐에 4개월 간 매일 10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그램)을 먹였다. 그런 뒤 △청력 측정 △균형감각 측정 △뇌 포도당 대사 분석 △전사체 분석 등을 시행해 귀 건강 악화 정도를 파악했다.
먼저 연구팀은 쥐의 지방을 제거한 후 빛 투과 시 완전히 투명하게 보이는 '조직 투명화 기법'으로 내이를 관찰했다. 그 결과 청력을 담당하는 달팽이관과 균형 감각을 담당하는 진정기관에 폴리에틸렌이 0.144마이크로그램 축적된 것을 확인했다.
이때 청력 측정 시험에서 정상군은 31.7데시벨, 폴리에틸렌 섭취군은 54데시벨에 반응했다. 이는 정상군보다 22.3데시벨 더 큰 소리에 반응했다는 뜻으로, 그만큼 청력이 소실됨을 의미한다.
균형감각은 트레드밀(런닝머신)을 이용한 운동 검사를 시행해 비교했다. 안정적으로 달린 시간을 측정한 결과, 정상군은 평균 515.7초, 폴리에틸렌 섭취군은 평균 322.1초로 폴리에틸렌 섭취군이 운동 지속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균형감각 등 복합 운동능력을 확인하는 로타로드 회전봉 검사에서도 정상군에 비해 폴리에틸렌 섭취군이 회전봉 위에서 2배 빨리 떨어졌다. 손발의 악력도 30%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은 방사성의약품을 폴리에틸렌 섭취군에 주사 후 양전자방출단층촬영을 시행했다. 그 결과 청력 감소 시 나타나는 대뇌 측두엽의 포도당 대사 감소를 확인했다. 전사체 분석 역시 폴리에틸렌 섭취군에서 세포사멸과 염증 관련 유전자(PER1, NR4A3)가 많이 발현돼 있었다. 이는 달팽이관과 전정기관의 세포 죽음으로 손상과 염증이 나타난 것이다.
김진수 박사는 "앞서 우리 연구팀은 섭취한 미세플라스틱이 폐에 붙거나 전신으로 퍼져, 폐 등 장기에 염증을 유발한다는 것을 연구로 입증한 바 있다"며 "이번 내이 연구로 미세플라스틱의 생체 위해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외에도 미세플라스틱은 장에 붙어 장벽을 손상하는 등 장 면역을 낮추고, 위암 면역치료 시 치료 저항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며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해저더스 머티리얼스(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지난 18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