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으로 병명 바꿨더니...10년간 질병 '편견' 절반으로 뚝

최준영·고승연 아주대병원 신경과 교수팀 연구

간질이 뇌전증으로 질환명을 바꾸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불렀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사회적 낙인 문제를 해소하고자 '간질'이라고 불리던 질환은 2011년 '뇌전증(epilepsy)'으로 질환명을 변경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질환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크게 주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전증은 신경세포가 일시적 이상을 일으켜 △과도한 흥분 상태 유발 △발작이나 의식저하 △전신 떨림 등 만성적인 증상이 관찰되는 뇌 질환이다. 2008년 대한뇌전증학회는 '간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고, 과학·중립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명칭을 '뇌전증'으로 변경했다. 이후 국회 논의를 거쳐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최준영·고승연 아주대병원 신경과 교수팀(수학과 권순선 교수)은 질환 명칭 변경 이후 '어떤 변화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2001~2022년 20여 년간 뇌전증을 다룬 신문기사들을 분석했다.

우선 연구팀은 △ 2001~2003년 간질만 사용 '간질의 시대' △ 2011~2014년 간질에서 뇌전증으로 바뀌는 '변환의 시대' △ 2017~2018년 COVID-19 팬데믹 이전 △ 2020~2022년 뇌전증만 사용 '뇌전증의 시대'로 구분했다.

그 결과 뇌전증 명칭을 사용한 기사의 비율이 2011~2014년 60%였고, 2020~2022년에는 80%까지 늘어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뇌전증이란 표현으로 점차 대체됐다. 특히, 이 기간 뇌전증 환자들의 삶을 다루는 기사들이 보도되는 등 환자 중심적인 분위기가 감지됐다.

또한 '간질의 시대' 신문기사들이 △장애 △제한 △영혼 △악마 △유령 등과 같은 부정적·비과학적인 단어들을 사용한 반면, '뇌전증의 시대'에는 △해마 △신경세포 △전기신호 △연결 등의 과학적인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응급실 △넥타이 △기도확보 등과 같은 뇌전증 환자 응급처치 연관어와 '에피디올렉스(대마 성분 의약품)' 등 신약 관련 용어 사용 빈도도 늘었다.

주목할 점은 보도된 기사 제목에 대한 정서를 분석한 결과, 뇌전증 시대 제목에는 '편두통', '낙인' 등 단어가 포함되는 등 부정적인 정서가 80%에 달한 데 반해, 변환의 시대에 호의적인 단어로 교체되며 부정적인 정서가 절반 가까이(44%)까지 줄었다. 뇌전증의 시대에 들어선 39.1%까지 줄며 긍정적 정서가 60%를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준영 교수는 "뇌전증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경험하는 고혈압이나 당뇨 등과 같은 다양한 기저질환처럼 평소 잘 관리하면 문제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며 "명칭 변경 이후 뇌전증에 대한 관점, 감정의 변화 등 긍정적인 변화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아직 뇌전증 환자의 이혼율, 실업률이 수 배나 높다"며 "뇌전증이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보다 많은 분들이 막연한 부정적인 편견을 갖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뇌전증과 행동(Epilepsy & Behavior)》에 '관점의 변화: 간질에서 뇌전증으로(Shifting perspectives: From Epilepsy to Cerebroelectric disorder)'란 제목으로 오는 8월 게재될 예정이다.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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