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변' 넣는다" 몸 가려운 간질환 男...세계 최초 분변(똥)이식 받아
원발경화쓸개관염 환자 대상으로 한 최초의 분변이식술 임상시험에 첫 번째로 참여한 남성
원발경화쓸개관염이라는 간질환 진단을 받은 남성이 세계 최초로 해당 질환에 대한 분변이식술(fa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FMT) 치료 효과를 연구하는 임상시험(FARGO clinical trial)에 참여했다고 영국 매체 더선이 보도했다.
지금까지 분변이식술은 세균감염인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싸일(Clostridioides difficile)과 염증성장질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번 임상시험은 세계 최초로 원발경화쓸개관염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원발경화쓸개관염은 담관에 생긴 미만성염증과 섬유화에 의해 협착 · 폐색이 발생하고, 담즙의 흐름이 나빠지면서 최종적으로 간경화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자체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지만, 궤양성대장염이나 크론병과 같은 염증성장질환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영국 국립보건연구원 버밍엄 바이오메디컬 연구소 팔락 트리베디 박사에 의하면 현재 원발경화쓸개관염에 대한 치료법이나 약은 없는 실정이다. 그는 “해당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분변미생물군이식 치료법을 연구하는 것이 이번이 세계 최초”라며 “이 혁신적인 임상시험에 첫 번째 환자가 참여하게 되어 매우 기쁘며, 환자의 삶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을 찾기 위한 우리의 사명에 도움을 준 환자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첫 번째로 모집한 환자에 이어 연구진은 참여 기관의 도움을 받아 앞으로 버밍엄과 영국 전역에서 58명의 환자를 추가로 모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에 참여하는 사람은 8주 동안 일주일에 한 번 분변 혹은 위약을 이식 받게 된다. 건강한 기증자에서 채취한 변을 환자의 장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첫 번째는 대장내시경을 통해, 나머지 7회는 관장을 통해 이식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에 최초로 참여한 사람은 영국 버밍엄에 사는 릭 델러웨이다. 그는 수개월 동안 체중 감소, 피로감, 식은땀, 브레인포그 등의 증상을 겪다가 2016년 1월에 원발경화쓸개관염 및 염증성장질환 진단을 받았다. 진단을 받은 후에도 피로감, 두통, 가려움증으로 고생하던 그는 병원을 통해 이번 임상시험에 대해 알게 되었고 첫 번째로 참여하게 됐다.
릭은 “평소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군집)과 그것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이 임상시험이 나에게 꼭 맞는다고 생각했다”며 “이식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질환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그만한 가치가 있으며, 이 임상시험에서 좋은 데이터가 나와 모든 원발경화쓸개관염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현재 릭은 초기 평가 및 분변이식술 치료 과정을 마쳤으며, 앞으로 임상시험이 종료될 때까지 3개월마다 진료를 받을 예정이다.
분변이식술, 건강한 기증자의 분변을 환자에게 이식해 미생물 균형 복원하는 치료법
분변미생물군이식은 기증자의 건강한 분변을 환자의 장으로 옮겨 장내 미생물군집의 균형을 복원하는 기술이다. 즉, 건강한 개인의 분변 속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질환이 있는 사람의 장에 이식하는 것이다.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 감염으로 고통 받는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주목 받고 있으나, 궤양성대장염과 과민성장증후군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내시경이나 관장기구를 이용해 항문을 통해 삽입하거나, 상부내시경을 사용해 입이나 코를 통해 삽입하거나, 냉동 건조된 캡슐을 경구 투여하는 방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