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속 단백질로, 얼마나 많은 병 위험 예측할 수 있나?

“다발성골수종 폐섬유증 등 67종의 병에 걸릴지 예측 가능”

핏속 단백질로 질병을 67종이나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특히 다발성골수종 폐섬유증 등 희귀병을 빨리 발견해 치료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람의 피 한 방울 속 단백질을 분석하면, 그 사람이 앞으로 67종의 병에 걸릴 위험이 얼마나 높은지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런던 퀸메리대 등 공동 연구팀은 핏속 혈장단백질 약 3000개를 이용해 다발성골수종 등 많은 병의 발병을 예측해 신속히 대처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런던 퀸메리대 클라우디아 랑겐버그 교수(정밀의료연구소장)는 “고급 분석 기술을 이용해 각종 질병 예측에 매우 중요한 5~20개 단백질의 ‘시그니처(대표적인 특징, Signature)’를 정확히 찾아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로써 다발성골수종, 폐섬유증, 비호지킨림프종, 운동신경병증, 확장성 심근병증 등 질병 67종에 걸릴 위험을 일찍 알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종전에는 심장마비, 뇌졸중 등 발병율이 높은 병의 위험을 주로 예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희귀병 등 각종 병에 대한 폭넓고 새로운 예측 가능성을 열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많은 병은 몇 개월에서 몇 년이 지나야 진단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일찍 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랑겐버그 교수는 "표준임상 관행으로는 심장마비를 진단하기 위해 고작 특정 단백질(트로포닌)만 측정한다. 하지만 측정 가능한 수천 개의 단백질에서 선별 및 진단을 위한 새로운 표지자(마커)를 식별할 수 있게 됐다. 매우 흥분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한 프로테움(단백체) 연구와 질병 관련 단백질을 싸게 측정할 수 있는 효과적인 검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프로테옴(단백체)은 '단백질의 총합'이다.

연구팀은 단백질학 연구 중 가장 큰 규모인 ‘영국 바이오뱅크 제약 프로테옴 프로젝트(UKB-PPP)’의 데이터를 사용했다. 이는 무작위로 뽑은 4만명 이상의 영국 바이오뱅크 참가자에게서 혈장 단백질 약 3000개를 측정한 것이다. 프로테옴(단백체)은 ‘단백질 총합’이다. 단백질 데이터는 참가자의 전자 건강기록과 연결된다.

연구팀에 의하면 단백질 시그니처 중 일부는 전립샘암에 대한 전립샘 특이항원처럼 이미 선별 검사로 시험된 단백질과 비숫하거나 더 나은 성능을 보였다. 따라서 다발성 골수종, 특발성폐섬유증 등 각종 질병을 일찍 발견하고 예후(치료 경과)를 개선할 수 있는 단백질 시그니처의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연구팀은 우선순위가 높은 병을 선별한 뒤, 임상 환경에서 프로테옴 예측의 정확도를 평가할 계획이다. 이 연구에는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독일 샤리테대 의대와 베를린 보건연구소 등도 참여했다.

이 연구 결과(Proteomic signatures improve risk prediction for common and rare diseases)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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