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의 저속노화] 느리게 나이드는 법칙...결국 엄마표 식단?

[정희원의 저속노화]

[사진=코메디닷컴 DB]
아버지의 생신을 맞아 오랜만에 본가에서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했다. 호두와 아몬드, 토마토를 곁들인 와인, 로메인 샐러드, 가자미구이, 호박나물, 콩나물무침, 두부김치찌개, 귀리밥, 그리고 해물파전까지. 그 순간 깨달았다. 그동안 연구하고 고민하며 찾아낸 한국식 저속노화 식단이란 결국 엄마표 집밥이었다는 것을.

어머니의 밥상에는 몇 가지 기본 원칙이 있었다. 풍성한 녹색 채소, 간이 약한 찌개, 잡곡밥, 그리고 주로 생선을 중심으로 한 단백질. 10대의 나에겐 너무 심심한 맛이었지만, 지금 보니 이는 가장 이상적인 저속노화 식단이었다.

이런 식단은 우리 집만의 특별함이 아니었다. 제주도의 전통 밥상은 세계의 장수 지역인 블루존의 식단과 놀랍도록 유사하다. 왜일까? 제주도나 그리스의 이카리아 섬 같은 블루존은 농업에 불리한 환경을 가졌다. 이런 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채소, 과일, 잡곡, 해산물 중심의 식단이 발달했다. 환경적 제약이 오히려 건강에 이로운 식습관을 만들어낸 것이다.

반면 현대 사회의 풍요로움은 역설적으로 우리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가속노화 음식'이라 할 수 있는 정제된 탄수화물과 붉은 고기가 쉽게 구할 수 있는 일상 식품이 되었다. 과거에는 귀했던 이런 음식들이 이제는 넘쳐나고, 오히려 채소와 잡곡 중심의 건강식이 '값비싼 선택'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은 명확하다. 저속노화 식단은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지구 생태계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의학저널 랜싯이 제안한 '지구 건강 식단(planetary health diet)'은 우리의 전통 식단과 놀랍도록 유사하다. 채소, 과일, 통곡물, 콩류, 견과류의 섭취를 늘리고, 정제 탄수화물과 붉은 고기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건강한 식단을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이 제안은 식재료에서 경제학을 풀어낸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첫째, 골고루 먹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식품에 집착하기보다는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 자연스러운 저속노화 식단은 극단을 피하고 중용을 지키는 것이다. 렌틸이 아무리 완전식품이라도, 브라이언 존슨처럼 렌틸과 브로콜리만 먹고 살겠다는 방식은 곤란하다.

둘째, 새로운 시도에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밥에 콩을 넣는다고 해서 겁먹을 필요가 없다. 편견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한다면 개선의 기회도 사라진다.

셋째, '출처와 기원'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자. 식품 라벨을 읽고, 복잡한 첨가물이 가득한 초가공식품보다는 단순한 진짜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프로틴 드링크에 세계보건기구 권장 일일 섭취량(50g)의 절반쯤 되는 당분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건강 관련 정보도 마찬가지다.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아니면 단순한 소문인지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넷째, 상상력을 발휘해보자.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자재를 이용해 다양한 변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짜고 건더기가 적게 들어가는 국물은 염도가 낮고 재료가 풍부한 스튜로 변주될 수 있다. 밥에 넣는 것은 렌틸이 아니어도, 귀리가 아니어도 좋다. 환경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채소, 단백질, 탄수화물 순서로 식사를 진행하는 ‘거꾸로 식사법’이라도 시도해 볼 수도 있다. 요즈음에는 무척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연속혈당측정기를 이용해서 내 몸의 특성을 이해하고, 여러 가지 음식으로 실험을 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가 되돌아가야 할 곳은 멀리 있지 않다. 채소와 과일이 풍성하고 잡곡밥에 나물이 있는 평범한 밥상, 바로 그곳이 우리가 찾던 해답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다. 현대 과학과 의학의 연구 결과를 접목한, 개인과 지구 모두에 이로운 식단의 재해석이다.

식탁에 초록빛 채소를 더하고, 과일의 달콤함으로 단 음식에 대한 갈망을 달래보자. 통곡물의 식감을 음미하고, 다양한 콩류의 고소함을 즐겨보자. 새로운 식재료에 도전하는 것도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몸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음식이 당신을 더 활기차게 만드는지 주의 깊게 관찰해보자.

식습관은 스트레스, 수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건강한 식습관으로 이 고리를 끊으면 선순환이 시작된다. 당신의 다음 한 끼는 어떤 모습인가? 그 선택이 바로 건강한 삶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오늘,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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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wh*** 2024-08-16 11:37:23

      실천 가능한 방법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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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k*** 2024-07-25 11:16:07

      아주 고마운 건강정보 입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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