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진출한 GC녹십자 면역글로불린 '알리글로', 연착륙 성공할까
적응증 협소 약점... 공급 부족 상황은 긍정적
GC녹십자의 면역글로불린 신약 '알리글로'가 미국 시장 문을 두드린 지 8년 만에 미국에 진출한다.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미국 내 자회사인 GC 바이오파마 USA를 통해 이달 중 알리글로를 본격 출시한다. 알리글로는 선천성 면역결핍증이나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 등에 사용되는 면역글로불린 제제다. 국내 면역글로불린 중 처음으로 미국에 진출한다.
알리글로의 미국행은 꽤나 어려웠다. GC녹십자는 2015년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면역글로불린 5%의 허가를 신청했지만, 2016년 11월 제조공정 관련 자료 보완을 요청받았고, 보완 제출한 서류마저도 다시 보완 사항을 지적받으면서 일정이 지연됐다. 결국 회사는 5%가 아닌 10%를 허가받는 것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2020년 면역글로불린 10%의 북미 임상을 마친 GC녹십자는 2021년 2월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FDA 현장 실사가 미뤄지면서 품목허가 시기가 미뤄졌다. 코로나가 잦아든 지난해 현장실사를 받을 수 있었고, 연말에 기다리던 허가를 받았다. 처음 허가를 신청한 지 8년 만에 이룬 성과다.
미국에서는 일차 면역결핍증이라고도 불리는 원발성 면역결핍증(PI)에 사용되는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 10% 제제로 허가를 받았다. 사용 대상은 17세 이상 성인이다. GC녹십자는 지난 8일 미국행 초도 물량을 첫 출하했다. 이달 중 미국 시장에 물량이 풀리면서 출시될 예정이다.
다만 품목허가가 지연되면서 시장 상황이 많이 변했다. 이미 품목허가를 받은 다른 약들이 적응증을 늘리며 경쟁력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미국에 유통되는 혈액제제들의 적응증이 알리글로보다 훨씬 다양하다. 면역글로불린 시장 점유율 1위인 미국 CSL베링의 ‘프리비젠’은 만성 염증성 탈수성 다발성 신경병증(CIDP) 면역혈소판 감소증(IMT) 적응증을 갖고 있다. 일본 다케다의 ‘감마가드 리퀴드’도 는 CIDP와 더불어 다초점운동 신경병증(MMN) 환자들의 근육장애 개선을 위해 처방될 수 있다. 다른 경쟁 제품인 스페인 그리폴스의 ‘플레보감마’도 면역혈소판 감소증(IMT)에 처방될 수 있다. 일차면역결핍증은 기본 옵션인 셈이다.
알리글로가 17세 이상에게만 처방 가능하다는 점도 과제로 꼽힌다. 알리글로의 적응증인 일차 면역결핍증은 보통 20세 이전에 발병하는 병으로 환자의 80% 이상이 소아이기 때문이다. 반면 프리비젠이나 감마가드 리퀴드 등은 2세 이상의 소아를 치료할 수 있도록 허가 받았다. 녹십자는 부지런히 소아 적응증 확보를 위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게다가 피하주사 제형 시장도 커지고 있다. 병원에 갈 필요 없이 집에서 자가 투여할 수 있는 피하주사 제형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CSL베링이 두 제형 모두를 사용해 본 환자 보호자 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80%가량이 피하주사 제형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CSL베링이나 다케다 등은 피하주사 제형을 판매하고 있고, 나아가 CSL베링은 피하주사 면역글로불린 1위인 ‘하이젠트라’를 프리필드주사(사전충전형)로 출시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폴라리스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피하주사 면역글로불린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04억달러로 평가됐으며 연간 13.7% 증가해 2032년 33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반해 녹십자는 아직 정맥주사 제형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대해 녹십자 관계자는 “피하주사제형 개발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타임라인이 나오거나 개발을 시작한 단계는 아니다”고 답했다.
녹십자가 꼽은 알리글로의 경쟁력은 안전성이다. CEX 크로마토그래피(양이온 교환 색층 분석법)라는 공정을 도입해 제품의 안전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혈전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혈액응고인자를 99.9% 제거했다. 경쟁사들의 혈액응고인자 제거율은 85~90% 수준이다.
또한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 반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글로벌 혈액제제 조사기관 MPB에 따르면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약 16조원(약 116억달러) 규모다. 전체의 1%만 차지해도 매출 1600억원이 되는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혈액제제 원료 부족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인 데다가 무작정 만들어 낼 수 있는 약이 아니기 때문에 수요를 못 따라 간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알리글로가 경쟁 제품들에 비해 적응증이 협소한 건 맞다. 점차 적응증을 확대해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면서도 “시장 성장성 등의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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