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이식용 돼지...'이 증후군' 환자에게 뜻밖의 선물을?
고기 못 먹게 된 알파갈증후군 환자에게 다시 고기 맛 보게 해줘
유전자조작으로 태어나고 길러진 장기이식용 돼지가 뜻밖에 기쁨의 원천이 되고 있다. 포유류 동물의 붉은 고기(적색육)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에게 다시 고기 맛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고 의학 전문 매체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파갈증후군(AGS)은 거의 모든 포유류의 적색육으로 만든 제품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2002년 학계에 그 증세가 처음 보고된 이 증후군은 등에 흰 점 하나가 있고 미국 동남부에 서식하는 ‘외로운 별 진드기(alone star tick)’에 물릴 경우 발생한다.
쇠고기, 돼지고기 및 다른 적색육 고기 또는 우유 또는 젤라틴 같은 특정한 포유류 제품을 먹고 몇 분에서 몇 시간 뒤 증세가 나타난다. 두드러기, 가렵거나 벗겨지는 피부, 콧물, 두통, 호흡 곤란, 복통, 설사, 메스꺼움, 구토 그리고 입술이나 얼굴, 혀, 목과 같이 신체 부위가 붓는 등의 증세가 나타나며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알파갈증후군은 인간과 영장류 사촌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포유동물의 조직에 존재하는 당단백질인 알파갈(galactose-alpha-1,3-galactose)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돼지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려면 이 당단백질부터 제거해야 한다. 미국 생명공학회사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 코퍼레이션’의 자회사인 ‘리비비코르(Revivicor)’가 생산하는 장기이식용 돼지에서 첫 번째로 제거되는 유전자가 바로 이 알파갈을 생산하는 유전자다.
이종 이식은 아직 실험 단계지만 리비비코르의 '갈세이프(GalSafe)' 돼지는 202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식품 공급원이자 인간 치료제의 잠재적 공급원으로 사용될 수 있게 됐다. 여러 세대에 걸쳐 검출 가능한 수준의 알파갈이 이들 돼지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리비비코르는 이종이식을 연구하는 회사이지 식품회사가 아니다. 하지만 알파갈증후군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갈세이프 돼지고기를 구매할 수 없겠느냐는 간청이 쇄도하고 있다. 갈세이프 돼지고기 판매에 관심을 보이는 식품회사가 없었기에 몇 년 전부터 알파갈증후군 환자에게 무료로 돼지고기를 공급해주기 시작했다.
리비비코르의 데이비드 아야레스 대표는 돼지고기 패티와 햄, 갈비, 돼지갈비 등이 잔뜩 포장된 냉동고를 열면서 “수백 개의 주문이 밀려들어오고 있다”고 말했. 그는 “이들 돼지는 FDA가 승인한 연구용 돼지이므로 환자에게 공급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리비비코르의 갈세이프 돼지는 미국 아이오와주 농장에서 사육되는데 그 개체수 확인을 위해 미국 농무부가 인증한 도살장에서 주기적으로 육가공처리를 받는다. 리비비코르는 냉동 처리된 이 고기를 사전 신청서를 작성한 알파갈증후군 환자에게 우편으로 보내준다. 리비비코르의 회사 사무실 냉동고 근처 게시판에는 베이컨을 먹는 다시 먹게 된 기쁨을 담은 감사 편지들이 줄줄이 붙어있다.
이종 이식 연구를 위해 다양한 유전자 변형을 가진 돼지는 이와 별도로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리비비코르 농장에서 사육된다. 최근 뉴욕대(NYU) 랭곤헬스에서 이뤄진 실험적 신장이식에 신장을 제공한 갈세이프 돼지도 여기서 자랐다.
이식 가능한 장기를 제거한 돼지를 이후 고기로 식용가능 하느냐는 질문도 제기된다. 사용할 수 없다. 장기 제거 과정에서 동물들이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사용한 강력한 마취제는 미국 농무부의 무약물식품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의 듀이 스테드먼 대변인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