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이식하면…‘에이즈 발병’ 걱정 안 해도 될까?

“현재로선 극히 제한적”…혈액암으로 줄기세포 이식한 HIV 감염자 중 완치 사례 7번째 발생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가 혈액암 치료를 위해 줄기세포를 이식받은 뒤 HIV에서 완치된 사례가 또 나왔다. 세계에서 7번 째다. 현재로서는, 혈액암 등 일부 병을 앓고 있는 HIV 감염자에게만 줄기세포를 이식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HIV 감염자에게 줄기세포를 이식해 완치할 수는 없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독일 베를린 샤리테 대학병원 연구팀은 혈액암(급성골수성백혈병)을 치료받기 위해 줄기세포를 이식받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가 세계에서 7번 째로 완치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HIV에서 완치된 7번 째 감염자는 독일 남성(60)이다.

일명 ‘제2의 베를린 환자’로 불리는 그는 2015년 줄기세포 이식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약 6 년 전에도 HIV(일명 ‘레트로 바이러스’)가 재발하지 않아, HIV 억제 약물의 투여를 중단했다. 지금까지 피에서 HIV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HIV는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다. HIV에 감염됐지만 에이즈가 발병하지 않은 사람은 ‘HIV 감염자’라고 부르고, 에이즈가 발병한 사람은 ‘에이즈 환자’라고 부르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일반적으로 HIV 감염자는 잠복기(10년 내외)를 거쳐, 면역력의 결핍과 함께 에이즈 환자로 발전할 수 있다.

에이즈 환자는 각종 기회감염에 매우 취약하다. 결핵 폐렴 카포시육종(피부암의 일종) 만성설사 등 모든 병에 쉽게 걸릴 수 있다. 정기 검진과 항바이러스제 치료 등을 소홀히 하면 10년 후 HIV 감염자의 약 50%, 15년 후 HIV 감염자의 약 75%가 에이즈 환자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연구팀에 의하면 에이즈 발병의 공포에서 벗어난 HIV 완치자는 모두 HIV 감염자로 혈액암 진단을 받은 뒤, 줄기세포 이식을 받았다. 이들 환자에게 줄기세포를 기증한 사람이 특정 백혈구 유전자(CCR5 백혈구 유전자)의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CCR5-delta32)를 자연적으로 2개씩 물려받았기 때문에 HIV 완치가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는 레트로 바이러스가 면역세포에 침투하는 능력을 차단해 HIV에 대한 근본적인 면역력을 갖게 한다. 그러나 이번에 완치된 HIV 감염자는 기증자가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의 사본을 하나만 물려받은 첫 사례다. 한 개의 사본을 가진 사람은 바이러스가 천천히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번 7번 째 HIV 완치자를 치료한 올라프 페낙 박사는 “돌연변이 사본을 한 개 가진 사람이 두 개 가진 사람보다 훨씬 더 많다. 따라서 앞으로 혈액암에 걸린 HIV 감염자가 완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사자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5년 이상 추적 관찰을 받아왔고, 그 기간 내내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이는 HIV의 완전 박멸이며 완치다"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뮌헨에서 이번 주 열리는 제25회 국제에이즈회의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공동 책임 저자인 크리스티안 게블러 박사는 “줄기세포 기증자가 HIV에 대해 면역이 없는데도 감염자가 완치됐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며 “기증자가 면역이 없었던 이전의 줄기세포 이식 사례에서는 바이러스가 몇 달 뒤 다시 복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첫 HIV 완치 사례(2008년)는 '베를린 환자'로 알려진 남성이었다.

국제에이즈학회 샤론 르윈 회장은 “완치(관해)에 이르기 위해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를 모두 제거할 필요가 없음을 이번 결과는 시사한다. 유전자 치료를 기반으로 한 미래의 HIV 치료 전략도 유망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게블러 박사는 “돌연변이가 HIV 치료와 관련이 없다는 것을 뜻할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이번의 두 번째 ‘베를린 환자’는 기증자의 이식된 면역세포가 HIV 감염세포를 모두 제거했기 때문에 완치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줄기세포 이식은 새로운 세포를 준비하기 위해 화학요법으로 사람의 골수를 죽이는 위험한 시술이다. 혈액암이나 줄기세포 이식을 통해 치료할 수 있는 다른 질병을 앓고 있는 HIV 감염자에게만 이식이 가능하다. 이런 종류의 줄기세포 이식은 사망률이 약 10%이고 매우 복잡하므로, 환자의 상태가 매우 심한 경우에만 사용된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HIV 감염자 모두를 줄기세포 이식으로 완치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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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eo*** 2024-07-22 21:02:21

      줄기세포가 에이즈까지 치료할 수 있다니...정말 대단합니다. 지금은 매우 위험한 시술이고 에이즈 환자를 모두 치료할 수 없다고 하니 시간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지만 앞으로는 더 기술이 발전해 모든 에이즈 환자가 치료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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