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 사람 면역력, ‘이렇게’도 되살릴 수 있다?”

“과활성화제로 뚝 떨어진 면역력 복구 가능”…특정 면역세포 기능 회복, 세균 바이러스 죽여

면역력이 떨어진 노인은 폐렴 대상포진 등 예방접종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나이든 사람의 특정 면역세포(수지상세포) 기능을 새로 개발한 과활성화제로 되찾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몸의 수지상세포는 ‘나뭇가지 모양(수지 상)’의 면역세포다. 수지상세포는 또다른 면역세포인 T세포에게 외부 침입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세포는 ‘침입자의 모습(항원)’을 찍은 뒤 림프절로 이동해, T세포에게 그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수지상세포가 림프절로 이동하는 능력을 점차 잃는다. 이 때문에 면역세포는 침입자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빠진다. 집에 괴한이 침입했는데 신고할 전화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격이다.

미국 보스턴아동병원 연구팀은 노화로 잃어버린 수지상세포의 이동 및 정보전달 능력을 되살리는 방법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늙은 생쥐에게 과활성화제(과잉 활성화제)를 투여해 수지상세포의 이동 능력을 되살리고 이동 속도를 크게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조나단 케이건 박사(면역학)는 “나이든 사람의 면역체계를 젊어지게 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암과 각종 감염병 퇴치에 도움이 되는 강력한 백신 보조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Correction of age-associated defects in dendritic cells enables CD4+ T cells to eradicate tumors)는 국제학술지 ≪셀(Cell)≫에 실렸다.

연구팀에 의하면 인체에서 수지상세포와 T세포, NK(자연살해)세포 등 면역세포는 외부 침입자(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맞서 싸우는 첨병 역할을 한다. 그 가운데 수지상세포(항원 제시 세포)는 ‘침입자의 모습’을 찍은 뒤 림프절로 이동해, T세포에게 항원을 보여준다. 이를 보고 T세포가 집결한다. T세포 중 CD4 T세포는 다른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고, CD8 T세포는 침입자와 직접 싸운다. 수지상세포를 지휘관에, T세포를 백병전을 펼치는 병사에 비유할 수도 있다.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는 외부 침입자에 처음으로 대응하는 세포다. 또다른 면역세포인 T세포에게 칩입자의 모습(항원)을 알려준다.

케이건 박사는 “나이가 들면 수지상세포의 이동 능력이 뚝 떨어지고 T세포(특히 킬러 CD8 T세포)를 덜 만든다. 면역반응에 대한 자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염증 조직에서 발견되고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지방분자(과활성화제)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이를 2014년 분리하기 시작했고, 과활성화제를 수지상세포에 첨가했을 때 어떻게 작용하는지 조사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늙은 생쥐에게 과활성화제를 투여한 결과, 수지상세포가 림프절로 매우 빨리 옮겨갔고 그 이동 속도는 종전 백신보조제보다 250배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고갈된 CD8 T세포가 세균 바이러스 등을 죽이는 기능을 되찾아, 암세포를 없애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사람의 유행성독감 등 감염병과 암에 과활성화제가 효과적임을 입증하는 데 애쓰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수지상세포를 동원하는 차세대 감염병 백신과 암 백신의 개발에 있다. 케이건 박사는 "최근 10년은 T세포 표적치료의 시대였다. 하지만 T세포는 나이가 들면서 줄어든다.  면역치료의 표적을 다양화해 이런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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