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도 못이기는 폐고혈압...치료제 없어 어려움?

대한폐고혈압학회 학술대회... "약가 문제로 못들어와"

19일 대한폐고혈압학회 정욱진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임종언 기자

폐고혈압(폐동맥 고혈압)은 폐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에 이상이 생겨 폐동맥 혈압이 상승하는 병이다. 병의 진행 속도가 빨라 젊은 사람도 수 개월 내 사망하기도 하는 중증으로 분류된다. 다만 조기에 발견된다면 13년까지 장기 생존할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에는 외국에서 널리 쓰이는 맞춤 치료제가 들어오지 않아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신규 약제 도입을 비롯해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위한 전문센터 설립, 건강보험 급여화 등을 강조하고 있다.

대한폐고혈압학회는 19일 서울 드래곤시티호텔에서 학술대회와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정욱진 대한폐고혈압학회 회장은 폐고혈압 맞춤 약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외국에서 개발된 4개 약제가 있지만, 한국에선 약제 가격을 낮추다 보니 글로벌 제약사가 들어오지 않으려고 한다"며 "4개 치료제가 모두 들어오지 못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제일 좋은 약이 없는 상태다"라고 지적했다.

그가 언급한 폐고혈압 약제는 △엔도텔린 경로 표적치료제 △PDE5(포스포디에스테라제5)억제제 △프로스타사이클린 경로 표적치료제 △2제 혹은 2제 병용요법 등이다. 실제로 4개 약제를 모두 쓴 환자는 폐 혈압이 절반까지 떨어지고, 폐혈관 저항도가 6배 가량 줄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있다.

폐고혈압은 다른 질병보다 조기 진단이 어려운 병에 속한다. 의심할 수 있는 증상으로 △공기가 부족한 느낌 △호흡곤란 △가슴통증 △어지럼증 등이 있다. 하지만 빈혈 증세와 비슷해 의료진도 오해하기 쉽다. 이에 따라 진단까지 2.5년이 걸린다는 보고가 있다. 폐고혈압 국내 5년 생존율은 71.8%로 높지만 발견이 늦을 수록 생존율은 떨어진다.

김대희 정책이사(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폐고혈압을 조기에 의심하고 빠르게 진단해줄 수 있는 전문센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내에는 폐고혈압 전문처방센터는 고사하고 다학제팀을 갖춘 병원을 찾기도 어렵다"며 "이런 부분에 정부의 관심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폐고혈압 전문센터는 지역에 위치해 주민들을 상대로 질환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맞춤 진료를 제공해 환자의 조기 진단을 돕는다. 외국 사례를 보면 미국에 80개, 호주에 50개, 영국에 10개가 설치돼 있다. 영국은 기관 설치 이후 총 2000건 가량 진단 횟수가 늘었다고 보고된다.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을 포함해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 4개국을 포함 21개국에서 전문가 500여명이 참여했다. 이 학회는 2017년 대한고혈압학회 산하 학회로 출범했으며 폐고혈압 인식 향상과 조기진단의 중요성을 알리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폐, 미리(family)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김경희 홍보이사(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는 "폐고혈압은 정확한 진단을 통해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한 병이다"며 "캠페인을 통해 폐고혈압의 증상 등 질환 이해도를 높이고 적합한 병원에 방문할 수 있도록 교육 영상 제작 활동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폐고혈압은 1군에서 4군까지 기능적 차이가 있으며, 특별한 원인이 없는 특발성으로 나타난다. 선천적 심장질환, 자가면역질환 등의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폐동맥고혈압환우회는 평소 숨 가쁨, 가슴통증, 얼굴 부종 등이 자주 발생하거나 가족 중에 폐고혈압 환자가 있다면 심장초음파, 흉부엑스선 등의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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