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트 “디지털 기술로 사람 살릴 것… ‘디지털 제약사’라고 불러달라”

[헬스케어 기업탐방 6] 웰트

불면증 디지털치료기기(DTx) ‘슬립큐’를 선보인 웰트의 강성지 대표는 DTx와 전통 의약품과의 시너지 효과를 강조했다. 사진=장자원 기자.

“웰트는 디지털 약을 만드는 제약사를 지향합니다. 굳이 이름 짓자면 ‘디지털 파마(Pharma)’가 되겠네요. 아직 의학적으로 설명이 어려운 공백을 디지털로 채우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웰트 본사에서 기자를 만난 강성지 대표는 웰트의 정체성을 이렇게 소개했다. 웰트가 만드는 것은 단순히 헬스케어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말 그대로 ‘약’이라는 설명이다.

웰트는 디지털 치료기기(Digital Therapeutics, 이하 DTx)를 만드는 기업이다. 연세대 의대 출신의 강 대표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재직하던 시절 창업했고, 2016년 삼성전자에서 스핀오프해 독자 법인을 세웠다.

불면증을 치료하는 소프트웨어 ‘슬립큐’

현재 웰트는 국내 DTx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됐다. 연구개발 인력 15명을 포함해 총 26명의 임직원이 강 대표와 뜻을 같이하고 있다. 이들이 개발한 불면증 치료 소프트웨어 ‘슬립큐’는 DTx로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강 대표는 먼저 허가를 받은 ‘솜즈’의 제조사 에임메드와 함께 최전선에서 국내 DTx의 규제 혁신과 개발 활성화를 이끌고 있기도 하다.

웰트의 슬립큐는 정신건강의학과의 대표적인 치료법인 ‘인지행동치료’를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받을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다. 인지행동치료는 환자의 수면 리듬 파악, 수면 원리 교육, 수면생활계획 수립 등 수면제 처방 없이 불면증을 치료하는 방법을 말한다. 다만 많은 의료기관에서 수가 책정과 인력 부족 문제 등으로 대면 인지행동치료를 기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슬립큐는 이러한 시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환자가 언제 어디서든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돕는다. 임상시험에서 7주간 슬립큐를 사용한 환자들은 수면 점수가 사용 전보다 평균 14.44%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조군(평균 8% 개선)이나 졸피뎀 등 수면제(평균 9.5%)보다 큰 폭의 점수 향상이었다.

웰트의 불면증 치료 DTx '슬립큐' 구동 화면 예시. [사진=웰트]
“슬립큐를 처음 사용하는 환자들은 마치 인터넷 강의를 듣는 기분이라며 당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지행동치료는 의학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이미 충분히 검증된 방법이죠. 장기적으로는 수면제와 병용요법을 통해 디지털융합의약품으로 발전시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불면증은 시작에 불과…다양한 질환 치료제로 확장 중

강 대표는 “슬립큐를 통해 수가 정책과 다양한 규제 절차가 DTx에 어떻게 적용되는 지를 보고 있다”며 “불면증 외에도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웰트는 슬립큐의 후속작으로 섭식 장애를 치료하는 DTx(가칭 웰트-ED)에 대한 임상을 마쳤다. 강 대표에 따르면 임상에서 목표한 지표를 초과 달성했으며, 연내 식약처 허가를 목표로 개발 후반부를 마무리하고 있다.

아직 임상에는 돌입하지 못했으나 마약 중독을 치료하는 파이프라인(가칭 웰트-A)도 준비 중이다. 현재는 잠재적 환자를 발굴하는 단계에 있지만, 강 대표는 이 제품을 가장 신중하게 개발할 생각이다.

“웰트-A는 ‘한 명의 환자라도 디지털로 살려보자’는 생각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중독을 치료하는 DTx는 그 자체로 웰트의 사회적 책무가 될 수 있죠. 디지털 기술이 실제로 사람을 살린다는 것을 환자들이 피부로 느낀다면 DTx 산업이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다음은 강 대표와 일문일답.

-DTx라는 산업을 선도하는 입장에서 규제나 수가 산정의 문제에 대응하는 게 어렵지는 않나.

“DTx는 이전에 없던 개념이다. 식약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 규제 당국이 난처할 수 밖에 없다. 충분히 이해한다. 기업 입장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소프트웨어는 신약과 접근 방식이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현 규제 체계에선 이것을 반영할 방법이 없다. 신약은 출시 초기에 가격이 가장 비싸다. 이후 급여 등재나 특허 만료를 거치며 약가가 지속적으로 내려가는 형태다. 그런데 소프트웨어는 출시 초기가 가장 불완전하다.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통해 불편함을 개선하고 유지 보수를 해야 한다. 전통 의약품처럼 출시 이후 가격이 내려가면 누가 연구개발에 투자를 하겠나. 소프트웨어의 특수성을 살린 규제 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전통의약품과 병용요법 통한 글로벌 진출 가능

-선도 기업의 위치를 이어가기 위해선 글로벌 진출도 중요하다. 어떤 전략이 있나.

“유럽 시장, 특히 이미 DTx 산업이 활성화된 독일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에서 충분히 반응을 얻고 있는 DTx의 장점을 취해 우리만의 방식으로 발전하는 제품을 선보일 생각이다. 제약산업의 ‘바이오시밀러’와 비슷하게, ‘디지털시밀러’가 될 수도 있겠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웰트 본사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사진=장자원 기자.

다만 우리만의 차별화 지점도 있다. 유럽의 기존 DTx 업체들은 못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전통 의약품과의 시너지다. 슬립큐를 수면제와 병용 처방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시밀러(Similar)가 아니라 디지털 베터(Better)가 될 가능성도 있지 않겠나.”

-최근 14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다음 행보로 코스닥 상장 계획은 없나.

“당장은 계획이 없다. 개인적으로 이상적인 상장 시점은 고객과 잠재적 주주가 상당 부분 겹칠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내놓은 제품이 실질적으로 시장에서 반응을 이끌어낸 뒤에 상장을 해야 경쟁력이 있을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자본시장에 잠식 당하는 꼴을 면하기 어렵다. 감사하게도, 현재 투자자들은 상장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있지는 않다.”

-웰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슬립큐의 이용자가 진짜 알고 싶은 건 ‘그래서 오늘 밤에 잠이 잘 올까’다. 여기에 답변할 수 있는 기업이 됐으면 좋겠다. 의학에는 여전히 불확실성과 확률의 영역이 너무 많지 않나. 그 불확실성에 합리적인 설명을 제공하고 싶다.”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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