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적당히 마신다"오해라고? ...술 너무 많이 마신다는 신호들

[권순일의 헬스리서치]

폭음한 뒤 소파에 누워있는 남성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숨겨진 증상이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리나라 사회에서 술은 사회생활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알코올 소비와 관련해,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안전한 양’은 없다고 말한다.

그나마 음주 폐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저 위험 음주량으로 1회 알코올 섭취량을 남성은 40g(소주 약 5잔) 이내, 여자는 20g(소주 약 2.5잔) 이내로 제한했다. 적정량 이내로 마신다고 해서 안심할 순 없다. 한 주에 마시는 술의 총량이 적어도, 그 양을 하루에 몰아서 폭음하면 몸에 해롭다.

술을 꽤 마시는 사람들도 보통 “나는 적당히 술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술을 마시면서 몇 잔을 마셨는지 세면서 먹질 않기 때문이다.

사실 과도한 음주와 관련된 위험 중 일부는 명백하지만 다른 위험은 훨씬 더 미묘하게 나타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수십 년 동안 적당한 음주의 해로움에 대해 논쟁을 벌여왔다.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는 일주일에 14 유닛(units) 이상의 술을 마시지 않을 것을 권장한다.

유닛은 알코올 양을 나타내는 단위로, 1유닛은 알코올 10g이다. 이는 맥주로 약 280cc에 해당한다. 일주일에 맥주로 3900cc 이상을 마셔서는 정말 위험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술의 건강상 위험을 보여주는 연구들에 비추어 볼 때 과음에 대한 경고는 약화되어 왔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이 지적한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있을 때 ‘숨어있는’ 증상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항상 피곤하다”=전문가들은 “잠자기 전에 술을 마시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탈수가 되면 잠재적으로 지끈거리는 두통에 시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술은 수면의 빠른 안구 운동(REM) 단계를 방해한다. 매일 밤 겪는 수면 4단계 중 가장 깊은 이 단계는 기억력, 학습 및 창의성에 매우 중요하다.

영국 요크대 중독 전문가인 이안 해밀턴 박사는 “이 단계에서 ‘뇌에 휴식과 회복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렘수면을 방해하며 술을 마신 후 밤에 중간에 잠에서 깨게 되는 이유이며, 이로 인해 아침에도 상쾌한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담배 및 알코올 연구 그룹의 멜리사 올드햄 박사는 “이는 신체가 늦은 밤에 알코올을 대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술을 마신 후 사람들은 알코올의 진정 효과로 인해 더 빨리 꾸벅꾸벅 졸게 될 수도 있으며 이는 이완과 졸음을 증가시킬 수 있다.

알코올은 위와 소장에서 혈류로 흡수된 후 밤새 천천히 대사된다. 올드햄 박사는 “이로 인해 사람들은 더 자주 잠에서 깨고 다음날 아침에 더 피곤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렘수면의 부족이 당신을 불안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알코올의 탈수 효과로 인해 다음날 더 피곤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

술을 마시는 사람은 밤에 잠에서 깨어나 물이 필요하고 화장실에 가야 할 수도 있다. 또한 장기간 술을 마시면 건강한 적혈구에 필요한 비타민B와 엽산의 흡수가 저하된다.

과도한 알코올은 적혈구가 커지기는 하지만 효과가 없고 건강한 적혈구보다 더 빨리 분해되는 대적혈구성 빈혈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증상으로는 피로, 균형 감각 상실,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 기분 장애, 위장 장애 등이 있다.

“성기능이 떨어졌다”=전문가들은 “장기간에 걸쳐 과음을 하면 성충동 또는 성욕이 저하될 수 있다”고 오랫동안 경고해왔다. 술은 처음에는 세로토닌, 도파민,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호르몬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으며 이는 겉보기에 성욕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러한 수치는 줄어들고 오히려 성욕을 저하시키고 잠재적으로 우울증이나 불안증의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술은 중추 신경계를 억제해 일부 남성이 발기를 하거나, 유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음주는 또한 오르가즘을 막거나 지연시킬 수 있으며 장기간에 걸쳐 일시적인 상태를 장기적인 발기 부전으로 바꿀 수도 있다.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성도 오르가즘을 느끼기가 더 어렵거나 술을 마신 후 오르가즘이 덜 강렬하다는 것을 알게 될 수 있다.

“우울한 기분과 불안감이 증가했다”=술은 초기에 진정 효과를 낼 수 있는 억제제다. 그러나 정신 건강 예방 전문가인 리사 건 박사는 “이 상태가 사라지면 일반적으로 불안 수준이 급증하는 반동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분적으로는 알코올이 뇌의 신경 전달 물질과 화학 전달 물질의 균형을 깨드리기 때문”이라면 “술을 마시면 술에 취해 ‘근심 걱정 없는’ 상태가 되고, 술에 취하지 않았을 때에는 하지 않을 말과 행동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급성 알코올 중독 상태에서 블랙아웃, 즉 술로 인한 기억 상실 상태에 빠지면 불안, 두려움, 걱정, 공포의 감정을 느끼며 잠에서 깰 가능성이 훨씬 더 커진다.

“눈이 잘 안 보인다”=현기증, 시야 흐림 또는 복시(한 물체가 둘로 겹쳐서 보이는 눈)는 술에 탐닉할 때 흔히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음주는 또한 안구 건조증과 관련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충혈된 것 같은 눈, 가려움증, 자극 또는 불편함, 시력 변동으로 알려진 눈의 혈관 부종으로 인한 충혈 현상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은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지만, 장기간의 알코올 남용, 즉 과음은 실제로 눈에서 뇌로 시각 정보를 보내는 역할을 하는 연결 고리인 눈 속의 시신경을 영구적으로 손상시킬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 중독은 시력의 중간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상태인 황반변성 및 눈의 시신경으로 가는 혈류가 방해받는 시신경병증의 발병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 알코올 남용과 이러한 질병 사이의 정확한 관계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과학자들은 종종 알코올 중독과 관련이 있는 비타민A 결핍 때문일 수 있다고 제안한다.

전문가들은 “술을 끊거나 술을 덜 마시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체가 역전되어 음주의 많은 장단기 영향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24시간 동안 술을 마시지 않으면 혈당 수치가 정상화되고 알코올 섭취로 인한 흐릿한 시야가 사라진다.

“면역력이 뚝 떨어졌다”=우리 신체의 면역 체계는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음주는 이 시스템을 약화시켜 감염과 질병에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파미카의 수석 약사인 캐롤라이나 곤칼베스 박사는 “단기간의 음주는 병원체를 식별하고 퇴치하는 데 필수적인 대식세포, T세포, B세포와 같은 면역세포의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손상은 감염과 질병에 대한 신체의 감수성을 증가시킨다. 더욱이 알코올은 혈류에 들어가기 전 첫 번째 접촉점인 위장 시스템에 즉시 영향을 미친다. 장 기능과 면역 체계 성숙을 돕는 미생물 군집인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알코올에 의해 변화한다.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은 장내 미생물과 장내 면역계 사이의 통신을 방해한다. 또한 위장관의 상피 세포, T세포 및 호중구를 손상시켜 장 장벽을 훼손시키고 미생물이 혈류로 누출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알코올은 염증을 조절하는 단백질인 사이토카인 생성에 영향을 미쳐 면역 반응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생리 주기가 바뀌었다”=연구에 따르면 폭음은 생리 건강을 방해할 수 있다. 곤칼베스 박사는 “더 많은 연구에서 술에 들어있는 에탄올이 호르몬을 생산하는 뇌하수체가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뇌 영역인 시상하부와 난소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방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칭하여 ‘시상하부-뇌하수체-생식선 축’이라고 한다. 술을 마시면 황체 형성 호르몬과 난포 자극 호르몬의 분비를 방해할 수 있으며 둘 다 이 축의 일부이다. 이는 난포의 성숙과 배란이 촉발되는 방식에 영향을 미쳐 생리 주기에 불규칙성을 유발할 수 있는 호르몬 및 생리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불임 위험이 커진다”=영국불임학회에 따르면 음주는 또한 여성의 생식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생식을 조절하는 호르몬의 불균형을 유발하며, 소량이라도 여성의 생리에 영향을 미치고 임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아기를 가지려는 여성이나 임산부는 아기의 건강 위험을 가능한 한 낮추기 위해 술을 전혀 마라”고 권고한다. 덴마크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일주일에 한 잔에서 다섯 잔 정도 마시면 여성의 임신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으며, 10잔 이상 마시면 임신 가능성이 훨씬 더 낮아진다.

또한 과음을 하는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정자의 질과 양이 낮아진다는 증거도 있다. 정기적으로 술 권장량을 초과하는 남성은 고환에서 정자 생산 세포를 파괴해 정자의 질에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음주는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생성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다른 호르몬을 교란시켜 남성이 생산하는 정자의 수와 질을 손상시킨다”며 “여성의 경우 술은 배란과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한다”고 말한다.

“혈압이 너무 높아졌다”=술을 자주 마시면 혈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술을 마시면 혈관이 좁아지며 심장은 몸 주위로 혈액을 보내기 위해 더 열심히 작동해야 하고 혈압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혈압은 혈관, 심장 및 뇌를 포함한 장기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며 이는 심장마비, 뇌졸중 및 치매 위험을 증가시킨다.

평균 성인 4명 중 1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고혈압은 일반적으로 증상을 유발하지 않는다. 그러나 매우 높은 수치를 가진 사람들은 두통, 흐릿한 시야 또는 복시, 자주 발생하는 코피 도는 숨 가쁨 증상을 겪을 수 있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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