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못쉴 것 같은데 구토까지?"...혹시 ' 이 병'?

美소화기학회, ‘순환성 구토 증후군’ 임상진료 지침 발표

다소 생소한 '순환성구토증후군(CVS, Cyclic Vomiting Syndrome)'  환자의 약 65%는 구토 발작에 앞서 약 1시간 동안 공황장애를 겪는다. 또한 환자의 약 50%가 매년 적어도 한 번 응급실 신세를 진다. 구토 및 메스꺼움과 공황장애가 함께 나타난다면 이 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심각한 공황장애를 약 한 시간 동안 겪은 뒤 토한다면 ‘순환성 구토 증후군(CVS)’을 의심해볼 수 있다. 미국소화기학회(AGA)는 이런 내용 등을 담은 CVS의 새로운 임상진료 지침을 내놓았다.

이 지침에 따르면 순환성구토증후군을 앓는 환자의 약 65%는 구토에 앞서 약 1시간 동안 심각한 공황장애 증상으로 고통받을 수 있다. 공황장애는 유명한 연예인들도 많이 겪는다. 곧 죽을 것 같고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증상이다.

또한 순환성구토증후군 환자의 약 50%는 적어도 매년 한 번 응급실을 찾으며, 약 3분의 1은 메스꺼움 소화불량 등 각종 장애 및 불편을 겪는다. 메스꺼움과 구토를 일으키는 게 이 병의 기본 증상이다. 하지만 구토 직전과 구토 단계에선 피로감, 더위 또는 추위, 정신 몽롱, 불안, 두통, 절박한 배변 욕구, 급성 설사나 변비, 복통, 땀 흘림(발한), 얼굴이 빨개짐(안면홍조), 떨림 등 증상을 보일 수 있다. 특히 복통은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나타난다. 구토 발작은 대체로 이른 아침에 일어난다. 여성과 젊은 성인, 편두통 가족력이 있는 사람에게 더 흔히 나타난다. 따라서 환자와 의사는 이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수면부족 여행 멀미 감염 수술 금식 등도 원인 될 수 있어

새로운 임상진료 지침의 공동 저자인 미국 피츠버그대 의료센터 데이비드 레빈탈 박사(신경위장병학 및 운동센터 소장)는 "순환성구토증후군은 전체 인구의 최대 2%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환자의 대부분은 증상이 나타난 지 몇 년이 지나서야 제대로 진단돼 치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 병을 정확히 진단하면 환자가 쇠약해지는 증상을 파악해 효과적인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순환성구토증후군은 장-뇌 상호작용에 의한 만성 장애다. 갑작스러운 오심, 구토 및 트림 등 증상을 특징적으로 나타낸다. 경증은 연간 4회 미만, 2일 미만 지속되는 경우로, 중등도-중증은 연간 4회 이상, 2일 이상 지속되고 최소 1회 이상 응급실 방문이나 입원이 필요한 경우로 정의된다. 이 병 환자는 발작 사이에 반복적인 구토를 하지는 않지만 메스꺼움, 소화불량, 가끔 구토 등 가벼운 증상을 겪을 수 있다.

진단의 핵심은 정보 공유다. 환자가 의사에게 과거 구토 증상을 자세히 설명해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이 병 환자는 장염(Stomach flu, 바이러스성 위장염)이나 식중독으로 오진되는 사례가 적지 않으니 조심해야 한다.

새로운 임상진료 지침의 공동 저자인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탕감 벤카테산 박사(신경위장병학 및 운동학)는 “이 병은 로마 기준이라는 임상 기준에 따라 진단한다. 과도하고 불필요한 검사를 피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숫가루 죽 누룽지가 좋아…기름지고 맵고 짜고 단 음식은 가급적 피해야

규칙적인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를 통해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구토 발작을 예방하고 중단시키는 약물을 쓰면 증상 완화에 큰 도움이 된다. 일찍 진단을 받을수록 구토 발작을 멈추게 할 확률이 높아진다. 발작을 없애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사전에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아산병원 의료 정보에 따르면 이 환자에게 좋은 음식으로는 미숫가루, 죽 등 담백한 음식이나 누룽지, 크래커 등 마른 음식, 가벼운 차, 신선한 야채, 과일 등을 꼽을 수 있다. 기름진 음식, 짜고 매운 음식, 지나치게 단 음식은 피하는 게 좋다. 환자는 입안과 구강을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어린이나 노인이 구토한 경우, 과음으로 구토한 경우엔 누워 있으면 안 된다. 토한 것이 기도에 빨려 들어갈 위험이 있다. 토할 땐 즉시 얼굴을 옆으로 돌려줘야 한다.

연구팀에 의하면 환자는 물을 많이 마시거나 목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토하기도 한다. 증상 완화에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행동은 이 병 환자에게 특이한 ‘자가 진정’ 패턴이다. 환자가 괜히 말썽을 부린다고 오해해선 안 된다. 따뜻한 물로 목욕이나 샤워를 해도 증상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실제로 환자의 약 48%가 효과를 봤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뜨거운 물에 오래 노출되면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인지행동 요법, 마음챙김 명상 등도 증상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목구멍에 손가락 넣어 토해도, 환자 나무라선 안 돼…특이한 ‘자가 진정’ 패턴

순환성구토증후군은 편두통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환자의 70~80%가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나 직장·가족 갈등 등 부정적인 스트레스는 물론 생일, 가족 상봉, 휴가 등 긍정적인 스트레스도 구토 발작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 특히 조심해야 한다. 수면 부족, 생리와 관련된 호르몬 변동, 여행, 멀미, 급성 감염, 수술 등 생리적 스트레스도 구토를 일으킬 수 있다. 드문 편이지만, 오랜 기간의 금식이나 격렬한 운동도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불안, 우울증, 공황장애를 포함한 기분장애가 전체 환자의 50~60%에서 나타난다. 환자의 20~30%가 편두통을, 약 3%가 발작 장애를 겪는다. 자율신경계 불균형이 나타나기도 한다. 예방용 약물로는 삼환계 항우울제 등이 권장된다.

새 임상진료 지침에 관한 연구 결과(AGA Clinical Practice Update on Diagnosis and Management of Cyclic Vomiting Syndrome: Commentary)는 미국소화기학회(AGA) ≪소화기내과(Gastroenterology)≫ 저널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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