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비만약, 주사제를 넘어 먹는 약으로...

로슈·릴리 등 개발 경쟁...임상시험서 효능 확인 잇달아

복용편의성을 개선한 GLP-1 계열 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로슈가 개발 중인 경구용 비만치료제가 6% 대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인 가운데 경구용 비만치료제를 개발하려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스위스 제약기업 로슈는 당뇨병이 없는 비만환자에게 'CT-996'을 1일 1회 투여한 임상 1상 시험 결과 4주간 6.1%의 체중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CT-996은 경구용 비만치료제로 개발 중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 작용제다. 로슈가 비만치료제 시장에 참전하기 위해 지난해 말 카르모트 테라퓨틱스를 인수하면서 도입했다.

로슈는 이번 결과에 대해 "CT-996은 식사 타이밍과 관계없이 투여할 수 있으므로 환자들에게 편의성을 제공한다"며 "혈당 조절과 체중 감량을 위한 치료법 뿐만 아니라 감량 이후 체중 유지를 위한 방법으로도 사용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경구용 GLP-1 작용제 시장은 로슈뿐 아니라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가 눈독을 들이는 분야다. 현재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위고비'와 '젭바운드'는 주 1회 주사를 맞아야 하기 때문에 주사에 대한 부담이 따를 수 있다. 따라서 복용 편의성을 높인 경구용 제제가 비만치료제 시장을 이끌 차세대 주자로 기대를 받는 것이다.

가장 앞선 회사는 일라이 릴리다. 릴리는 지난해 6월 경구용 비만치료제 후보인 ‘오르포글리프론’의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다. 임상 시험은 36주 동안 진행됐으며, 비만 환자의 체중이 평균 1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도 경구용 비만치료제 ‘아미크레틴’ 개발에 한창이다. 아미크레틴은 GLP-1과 혈당 조절을 돕는 ‘아밀린’을 함께 자극하는 방식의 약이다. 시험 결과 아미크레틴을 하루 한 번 복용한 사람은 12주 차에 13.1%의 체중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68주 차에 14.9%의 체중감소 효과를 보인 위고비보다도 빠른 효과다. 노보노디스크는 하반기 임상 2상 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화이자는 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을 재개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1일 2회 먹는 제형으로 개발하던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다누글리프론'의 연구를 중단했다. 부작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다만 당시 화이자는 1일 1회 투여 제형으로 변경하기 위해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그러던 중 최근 1일 1회 제형의 다누글리프론 개발 목표를 밝히고,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하반기 용량 평가를 거친 뒤 임상시험에 진입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스트럭처 테라퓨틱스도 강력한 경쟁자 중 하나로 꼽힌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GSBR-1290’도 1일 1회 먹는 비만 치료 물질이다. 지난 6월 발표한 임상 2상 결과에서 12주간 복용한 환자에게서 평균 6.2%의 체중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이 회사는 올해 4분기 안에 300명을 대상으로 임상 2b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천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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