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약에도 차이가?...‘이 성분’ 썼더니 뇌전증 발생 '뚝'
ARB 계열 ‘로사르탄’ 성분 복용 환자, 뇌전증 감소 두드러져
다처방 약제 중 하나인 혈압약 '로사르탄' 성분에서 뇌전증 발생 위험을 줄이는 추가적인 효능이 발견됐다. 로사르탄은 고혈압 치료에 사용되는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계열 약물로, 전 세계적으로도 많은 처방이 이뤄지는 성분이다. 최신 연구 결과 로사르탄 등 ARB 계열 약물을 복용한 고혈압 환자에서는 뇌전증 발생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혈압약 복용과 뇌전증 발생 사이의 연관성을 평가한 코호트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JAMA 신경학(JAMA Neurology)≫ 2024년 6월 17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에 따르면, 다양한 고혈압 치료제 중에서도 ARB 계열에 속한 로사르탄 성분 제제를 복용한 환자들에서 뇌전증 발생 위험이 줄어들었다.
연구를 주도한 아일랜드 킹스턴 로드아일랜드대학 쉬롱 웬 박사팀은 "로사르탄을 중심으로 한 ARB 계열 약제가 안지오텐신 전환효소억제제(ACEI), 베타차단제, 칼슘채널차단제(CCB) 등을 복용한 환자들에 비해 뇌전증 발생률이 낮아진다는 새로운 사실을 확인했다"며 "로사르탄은 이전에 동물 및 인간 대상 연구에서도 항뇌전증 작용을 하는 가능성이 보고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현재 신체 활동이 줄고 식습관의 변화 등으로 인해 고혈압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분위기다. 국내에서도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2021년 기준)' 결과 20세 인구 4400만 명 중에 28%에 해당하는 1230만명이 고혈압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혈압약 시장에는 CCB와 ARB 약물 처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번 연구에는 혈압약으로 ARB 및 ACEI, 베타 차단제, CCB 계열 약물을 복용한 적이 있는 본태성 고혈압 환자 200만 명의 미국 건강보험 자료가 분석됐다. 연구는 이들 자료를 성별 및 연령대, 과거 뇌졸중이나 심혈관질환 경험을 구분해 평가를 진행했다.
주요 결과를 보면, 혈압약으로 ARB를 복용한 환자들에서는 ACEI, 베타차단제, 기타 다른 고혈압 약제를 사용한 환자들에 비해 뇌전증 발생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이러한 결과는 과거 뇌졸중이나 심혈관질환을 경험하지 않은 환자들에서 두드러졌다. 더욱이 처방량이 많은 ARB와 ACEI 약제를 비교했을 때에도, 여성 고혈압 환자가 ARB를 사용하면 ACEI 치료군에 비해 뇌전증 발생률이 34% 낮아졌다.
연구팀은 "ARB 계열 내에서도 개별 성분을 평가한 결과 유일하게 로사르탄 성분에서 뇌전증 발생률이 일관되게 낮아졌다"며 "해당 계열 약물이 작용하는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은 혈압 조절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최근엔 발작 감수성의 핵심 조절자로 알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뇌전증은 뇌졸증을 비롯해 미세혈관 및 뇌 손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러한 결과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추후 임상적 근거 수준이 높은 무작위대조군임상(RCT)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