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현철, 목디스크 수술에도 회복 못했던 까닭

트로트가수 고(故) 현철 씨가 지난 15일 밤 8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5년 전쯤 경추(목뼈)를 다친 뒤 디스크수술을 받았으나 회복이 순조롭지 않았다. [사진=뉴스1]
'봉선화 연정', '싫다 싫어' 등의 히트곡으로 1980∼1990년대 큰 인기를 누린 트로트 가수 현철 씨가 지난 15일 밤 8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올해 4월 한 방송이 소개한 현철 씨 배우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고인은 5년 전쯤 경추(목뼈)를 다치며 주변 신경에도 문제가 생겼다. 당시 목디스크(경추 디스크) 수술을 받고 재활치료도 병행했으나, 고령인 탓에 회복이 더뎠고 요양 중 지병으로 사망했다.

중추신경 지나는 목뼈... 다치면 종종 마비 증상 나타나

목뼈는 뇌와 척수로 이뤄진 중추신경이 지나는 길이다. 이 때문에 목뼈가 다치면 중추신경에 문제가 생기기도 쉽다.

목디스크 탈출증은 교통사고나 낙상사고, 잘못된 자세 등이 원인이 되어 나타난다. 말초신경뿐 아니라 중추신경까지 누르거나 다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허리디스크보다 위험할 수도 있다.

목부터 팔, 어깨까지 통증이 발생하거나 손에 힘이 빠지고 저리는 증상이 대표적이며 두통과 어지럼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중추신경 손상 정도에 따라 단순한 저림 증상을 넘어 팔과 손, 다리 등 신체 일부가 마비되는 경우도 흔하다. 척수가 팔과 다리 등의 감각과 운동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젓가락질이 어려워지는 등 세밀한 손 기능에 문제가 생기거나 보행장애, 하반신 감각 이상, 하반신 마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경추 3~4번 부위의 중추신경이 마비되면 횡격막(가로막) 기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 수 있다. 특히,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마비 증상이 있는 '급성 경추디스크 탈출증'은 응급 수술이 필요하다.

문봉주 강남세브란스병원 척추신경외과 교수는 "경추디스크로 인한 마비 증상은 뇌경색이나 뇌출혈로 인한 마비 증상과 마찬가지로 중추신경계 손상 때문"이라며 "신경 특성상 한 번 망가지면 회복이 어렵다"고 설명한다. 문 교수는 "신경이 손상된 상태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상황"이라면서 "일단 밑 빠진 독을 막기 위해 수술로 신경을 누르고 있는 디스크를 빨리 제거하고, 이후 재활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추디스크는 목뼈의 디스크가 탈출하거나 파열돼 경추 신경을 압박하며 통증이나 마비 증상이 나타난다. [자료=대한의학회]
"목디스크 수술 후 회복 여부, 수술 전 마비 상태가 중요"

문 교수는 경추디스크 수술과 재활치료의 예후는 수술 전 어느 정도 마비됐는지가 좌우한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가 수술 전에 걸을 수 있었다면 이후에도 걸을 수 있지만, 마비가 심했다면 수술 후에도 회복이 잘 안된다"면서 "수술 후에도 마비 증세로 재활치료를 받는 환자는 대부분 이전에 있던 마비가 회복이 안 되는 경우"라고 말했다.

특히, 팔과 다리가 모두 마비될 정도로 증세가 심하면 수술을 해도 사실상 와상(누워서 요양)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환자가 고령이라면 재활치료를 병행해도 회복이 어렵다. 즉, 움직이지 못하니 빠르게 쇠약해지면서 점점 더 회복이 어려워지고 각종 합병증이 발생하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반면, 경추디스크 수술의 부작용으로 이전에 없던 마비 증세가 생기는 경우는 사실상 거의 없다고 문 교수는 설명했다. 수술 과정에서 의료진이 최대한 신경을 건드리지 않도록 집도하기 때문이다.

수술 부위도 중추신경이 지나가는 등 쪽의 목 뒤편이 아닌 가슴과 배 방향의 목 앞편을 절개한다. 수술 부작용은 수술 부위에 피가 고이거나 목소리에 변화가 생기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피가 고이면 신속히 재수술해야 하며, 목소리가 변하는 부작용은 대체로 6개월 정도 지나면 자연적으로 사라진다. 가장 치명적인 부작용은 혈관이나 식도 손상이지만, 이는 매우 드물다.

문 교수는 "마비가 있는 급성기 환자는 응급수술이 시급하다"면서 "환자 가족이나 보호자도 이에 대해 인식하고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아직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인 비급성기 환자는 의료진과 함께 신중히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어느 정도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면 약물을 통한 통증 완화와 신경 주사치료 등을 견딜 수 있기 때문에 당장의 수술보다는 회복 치료를 더 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술을 고려한다면, 통증 등으로 조금 괴롭더라도 어느 한 병원이나 한 의료진의 추천만으로 곧바로 수술을 결정하기보단 경험이 충분한 전문 의료진에게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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