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표정만으로 수술 후 통증 예측한다?

분당서울대병원 구본욱 교수팀 AI모델 개발

환자의 얼굴 표정만으로 통증 정도를 알 수 있는 AI모델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연구진이 환자의 얼굴 표정만으로 수술 후 생긴 통증 정도를 알려주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

환자가 얼마만큼 아프다고 표현하는 것은 의료진이 환자 건강 상태를 반영하는 중요한 정보 중 하나다. 통증 정도를 안다면 환자의 안전과 빠른 회복을 위해 적절한 평가와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통증의 정도는 환자마다 천차만별이고 어린이나 정신질환자는 스스로 통증을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 객관적인 통증의 유무와 강도를 측정해주는 도구가 필요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구본욱·박인선 교수 연구팀은 통증에 대해 반사적으로 나타나는 얼굴 표정과, 생리적 신호 등을 통해 수술 후 환자의 통증을 평가해 빠르고 객관적으로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먼저 연구팀은 전신마취 하에 위 절제 수술을 진행한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수술 전 통증이 없는 상태 △수술 후 마취회복실 입실 직후 △환자가 진통제가 필요한 정도의 통증을 표현했을 때 △진통제 투여 후 통증이 경감된 상태 등에서 얼굴 표정을 촬영했다. 이를 통해 총 155개의 얼굴 표정을 포착해 기록했다.

이와 함께, 일반적으로 통증 모니터링을 위해 사용되는 진통통각지수(ANI)와 활력 징후(vital sign·생명 징후)와 같은 생리적 신호와, 환자의 주관적인 통증 강도를 표현하는 숫자통증척도(NRS)를 측정했다. 이후 수집한 데이터를 다양하게 조합해 인공지능 모델을 구축하고, 수술 후 통증 강도를 예측할 수 있는지 검증했다.

그 결과, 얼굴 표정 데이터만을 학습한 AI 모델이 수술 후 발생한 중증 통증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했다. 실제로 실험 대상자 중 수술 후 통증이 심하게 나타난 환자를 정확하게 판별한 것이다. 이 모델은 생리적 신호(진통통각지수, 활력 징후)를 기반으로 한 모델보다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AI 검사도구의 진단 정확도를 보여주는 기법인 '수신기 작동 특성 곡선 아래 면적(AUROC)'으로 측정했을 때 예측 정확도는 0.93으로 가장 높았다. 통상 지표가 1에 가까울 수록 성능이 뛰어나고 0.8이면 고성능 모델로 평가된다.

구본욱 교수는 "마취회복실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환자의 통증을 평가하는 인공지능을 이용한다면 적절한 통증 관리 치료를 통해 수술 환자의 회복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이번에 개발한 모델은 수술 후 통증 환자뿐 아니라, 의사소통이 어려운 환자들의 통증 평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대한마취통증의학회지(Korean Journal of Anesthesiology)》 최근에 게재됐다.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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