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장기화에 응급실 파행 운영 잇달아

순천향대천안병원 16일 운영 중단...국립중앙의료원도 위기

한 의료기관 응급의료센터에 앞에 주차된 119구급차 모습. (해당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입니다.) [사진=뉴스1]
전공의 이탈 장기화로 높은 근무 강도를 버티지 못한 응급실 근무 인력의 사직이 잇따르면서 일부 병원에서 응급실 상시 운영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순천향대 천안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 속초의료원 등이 응급의학과 의사 인력 부족 상황을 겪고 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은 이날 하루 응급실 운영을 멈췄다. 통합응급의료정보 인트라넷 종합상황판엔 '인력 공백으로 인한 응급실 진료 전면 불가'라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병원은 이날 심근경색, 뇌출혈, 중증 화상, 분만 등 27개 중증 응급질환 진료를 제공하지 못했다.

이런 일이 벌어진 배경엔 인력 채용 갈등이 있었다. 최근 병원 경영진이 한 교수를 새로 초빙하려고 했으나, 기존 교수들이 반대하면서 사직이 이어진 탓이다. 전임 교원 8명 중 절반인 4명이 사직서를 제출해 사실상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한 기존 교수는 온라인에 메일을 공개하며 병원 경영진이 수년간 기존 의료진의 처우 개선 요구를 묵살한 채 전공의 이탈 이후 불거진 인력 부족 문제를 '비선 임용'으로 해결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수 년간 이어진 교원 이탈 방지를 위해 임금 인상과 응급의료체계 개선 등 처우 개선과 지원 등을 요구해왔다는 것이다. 이날 사태로 순천향대 천안병원 측은 새 교수 초빙을 백지화하고 사직서 제출 교원의 복귀를 요청할 계획이다.

강원도립 속초의료원에서도 최근 응급실 전문의 5명 중 2명이 그만두면서 이달 1개월 동안 응급실을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속초의료원은 이 기간 중 7일 동안은 응급실 운영을 멈추고 경증 환자는 지역 내 14곳의 병·의원으로 이송해 응급실 과부하를 막는다.

국립중앙의료원 역시 최근 응급의학과 전문의 1명이 사직 의사를 전달하며 응급실 운영 위기를 맞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소속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육아휴직 1명을 포함해 총 6명인데, 이 중 1명이 관두고 남은 4명의 전문의로는 24시간 응급실 운영이 어려워진다. 국립중앙의료원 측은 지난달과 이달 연이어 공고를 내고 5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응급실 전담의)를 모집 중이나 지원율은 미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 상황에 대해 대한응급의학회는 정부가 응급의료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생명을 지키는 최전선인 응급의료도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학회는 지난 3월부터 인력 부족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며 정부에 신속한 의료대란 해결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이날 오후 학회는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대규모 의대 증원 등 의료정책 추진 이후 발생한 응급의료인력 부족의 어려움 속에서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응급환자와 가족들의 걱정과 불안, 불만에 마음 깊이 공감하며 응급의료 현장을 힘겹게 지켜 왔다"고 했다.

이어 "이제 일부 권역응급의료센터, 대학병원, 종합병원 응급실, 응급의학과 교수(전문의)들마저 격무에 시달리고 지쳐, 24시간 응급의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지경까지 내몰리고 있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응급의료를 위한 지원을 상시화, 제도화해달라"고 촉구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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