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왜 특히 공격적인가 봤더니"...췌장 암세포 '이 유전자' 억제해
췌장암 암세포, HNF4A 유전자 발현 억제해 급속 성장하고 확산돼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췌장암이 공격적으로 성장하고 확산될 수 있는 비밀이 밝혀졌다. 암세포가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DNA 메틸화를 유발해 간세포핵인자4알파(HNF4A)로 알려진 유전자의 활성화를 막음으로써 그렇게 만든다는 것이다. 《소화기내과 및 간장내과 진보(Gastro Hep Advances)》에 발표된 영국과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영국 가디언이 15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췌장암은 세계적으로 매년 50만 명 이상이 걸리는 열두 번째로 흔한 암이지만 생존율이 가장 낮다. 논문의 주저자인 영국 노팅엄트렌트대 존 반 지스트 암연구센터의 마리아 핫지아포스톨루 선임연구원은 “췌장암은 20개의 일반적인 암들 중 생존율이 가장 낮으며 다른 암과 달리 5년 이상의 생존율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췌장암은 치료가 어려운 진행 단계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으며, 진단 후 3개월 이내에 절반 이상의 환자가 사망한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배우 앨런 릭먼, 존 허트, 패트릭 스웨이지 같은 유명인사들이 췌장암에 걸려 숨졌다.
연구진은 췌장암 조직 샘플과 건강한 췌장 세포를 비교한 결과 췌장암이 DNA 메틸화를 유발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HNF4A라는 유익한 유전자 분자의 작동을 억제시키는 한편 종양이 매우 빠르게 성장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HNF4A 유전자는 많은 신체기관들이 적절하게 기능하도록 돕기 때문에 인간의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췌장암 암세포가 그 유전자의 이점을 은밀하게 무력화시킨다는 것을 연구진이 발견한 것이다. 핫지아포스톨루 선임연구원은 “HNF4A의 손실은 췌장암 발병과 공격성을 촉진하며 이제 우리는 이것이 환자의 낮은 생존율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영국 노팅엄대와 미국 스탠퍼드대,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그리고 시더스-시나이의료센터의 연구진도 이번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자금을 지원한 영국 췌장암연구소의 연구책임자인 크리스 맥도날드 박사는 “췌장암의 80%는 암세포가 퍼져 더 이상 수술할 수 없을 때까지 발견되지 않는다”면서 “이번 연구는 무엇이 췌장암을 그렇게 급속하게 성장시키고 퍼지게 하는지를 이해하게 해 줌으로써 미래의 효과적 치료법 개발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ghadvances.org/article/S2772-5723(24)00055-4/fulltext)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