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서 가사·육아도 하니... "재택근무자 수면장애 가능성 높다"

정인철·정재혁 아주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팀 연구

재택 근로자는 비재택 근로자 보다 더 많은 수면 장애를 겪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집에서 근로하는 재택근무자가 사무실이나 현장에서 일하는 근무자에 비해 '수면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재택근무 땐 일과 가정의 경계가 없어져 더 많은 가사 노동을 하게 되어 피로가 더 쌓이고 사회적 고립감을 겪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인철·정재혁 아주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인 근로환경조사 5차(2017년), 6차(2020-2021년) 각 5만여 명의 자료를 통해 재택근무와 수면장애 간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재택 근무자는 현장·사무직 등 비재택 근로자와 비교해 수면장애가 있을 가능성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4.26배(5차 2017년), 코로나19 유행 기간 중에는 1.52배(6차 2020-2021년) 더 높았다.

일반적으로 재택 근무를 하면 일과 가정의 경계가 허물어져 업무와 집안 살림, 육아 등을 함께 부담해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보다 일의 능률이 떨어지고, 휴식 없는 생활로 더 피로함을 더 느낀다. 또한 사내 동료집단과의 교류가 단절돼 사회적 고립감 등으로 수면장애, 우울, 스트레스 등을 경험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연구팀은 특히 일 때문에 가정을 돌보지 못하거나, 가정 때문에 일에 소홀해진 경우 등 일과 가정 사이 갈등이 있을 때 수면장애를 겪을 위험이 더 커지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일-가정 갈등과 수면장애 간의 연관성을 조사 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활용했다. '지난 1년 동안 일로 인해 가족에게 당신이 원하는 만큼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다', '집안일 때문에 일에 시간을 충분히 할애하지 못했다' 등의 문항을 이용했다.

그 결과, 일-가정 갈등이 없는 경우, 재택근무-수면장애 간 연관성이 없거나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일-가정 갈등이 있는 근로자는 재택근무 때 수면장애 확률이 갈등이 없는 사람과 비교해 6배 가량 높았다.

반대로 일-가정 갈등이 없는 근로자군에서는 수면장애 위험 간 유의미한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즉, 재택근무 때 일-가정 간 갈등이 수면장애 경험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흥미로운 것은 코로나19 기간 중에는 일-가정 갈등이 있더라도 그 연관성이 없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중 재택근무가 감염병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으로 인식해 기존의 고립감, 일-가정 갈등 등과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재혁 교수는 "재택근무-수면장애 간 연관성을 확인했으나,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일-가정 간 갈등 해소, 코로나19 위험 등의 사회적 변화 등과 같은 긍정적인 요인들을 확인했다"며 "향후 보다 건강하고 효과적인 재택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산업보건학회저널(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에 게재됐다.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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