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북경한미 감사...임종윤 아킬레스건 될까?
감사위원회 통해 북경한미-코리그룹 부당거래 여부 조사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송영숙 회장·임주현 모녀와 임종윤·종훈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재점화한 가운데 북경한미약품에 대한 한미약품의 감사가 어떤 결과를 낳을 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감사 대상은 북경한미약품과 코리그룹 간 부당거래 의혹인데,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코리그룹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최근 임원들에게 "한미약품 경영에 위해가 될 수 있는 위중한 사안으로 생각됐고, 감사위원회에서도 해당 내용의 심각성을 인지해 공식적으로 명확한 조사를 요청했다"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일차적으로 확인하고, 필요시 추가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제기된 북경한미와 코리그룹 계열사의 부당내부거래 의혹에 따른 것이다. 코리그룹의 계열사 룬메이캉이 의약품을 유통하는 도매상으로서 북경한미의 부당지원을 받아 왔다는 내용이다. 일감몰아주기 의혹의 중심에 선 룬메이캉은 임 사내이사가 북경한미에서 근무한 2007년 설립된 회사다. 룬메이캉의 지난해 매출액은 2000억원 수준이며 이중 대부분이 북경한미와의 거래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감사는 임 이사의 입지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그가 코리그룹의 실질적인 소유주로 알려져 있는데, 감사 결과에 따라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행사의 정당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미약품 관계자는 “투명 경영을 위해 북경한미와 관련한 의혹은 반드시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임 이사 측은 반박하고 있다. 룬메이캉은 고(故) 임성기 회장 시절 만들어진데다, 한미약품은 매년 회계법인 감사를 받는 회사인데 해당 내용을 문제 삼는 건 회계법인이 그간 부적절한 감사보고서를 낸 것이냐는 비판이다.
임 이사의 불안한 입지는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 3월 어머니 송 회장과의 경영권 다툼에서 승기를 잡은 뒤 계획대로라면 지난달 주총을 통해 한미약품 대표가 돼야 했다. 하지만 당시 이사회 개최가 불발됐고, 최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마저 모녀 편에 서면서 경영권 향방이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 들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그의 편을 들어줬던 소액주주들마저도 주가가 오르지 않자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모녀와 형제 대결에서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우위에 있지 않아 분쟁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송 회장이 퇴진을 결정하며 밝힌 '신동국 회장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려면 그룹 지주회사 격인 한미사이언스 임종훈 대표를 교체해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9명으로 구성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신동국 회장이 주주총회를 통해 추가로 선임돼 10명이 되면 이사회 정원을 꽉 채우게 된다. 이 경우 송·신 두 회장 측 우호 인사와 형제 측 이사가 5대 5가 되기 때문에 대표이사 선임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또 다른 방법으로 임종윤·종훈 측 이사진을 해임할 수도 있다. 다만 이사 해임은 상법상 주총 특별 결의사안이기 때문에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필요하다. 송·신 회장 측 우호 지분이 모두 48% 가량이어서 소액주주 등 추가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