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면역체계 빼닮았다”…감쪽같은 ‘인간화 생쥐’모델 개발

학술지 ≪네이처≫ “침팬지 고릴라 등 영장류 희생 확 줄어들까?” 관심

사람의 면역체계와 장내 미생물 구성을 빼닮은 '인간화 생쥐' 모델이 개발됐다. 침팬지 등 인간과 유전자가 매우 비슷한 영장류가 실험동물로 덜 희생될수 있을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인간의 면역체계, 장내 미생물과 흡사한 ‘인간화 생쥐’ 모델이 개발돼 생의학 연구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었다. 미국 텍사스대 의대(샌안토니오 보건과학센터) 연구팀은 인간의 면역체계와 특정 항체반응을 일으키는 장내 미생물을 갖춘 인간화 생쥐 모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텍사스대 의대 파올로 카살리 박사(미생물학·면역학·분자유전학과 석좌 연구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인간화 생쥐’ 모델은 사람의 면역체계, 장내 미생물과 매우 비슷하다”며 “따라서 앞으로 면역학과 미생물학 생의학 등 연구에 ‘비인간 영장류’를 많이 희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험동물로 쓰는, 사람이 아닌 영장류로는 원숭이, 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 등을 꼽을 수 있다. 유전자가 사람과 가장 비슷한 이들 영장류는 생명공학 연구, 신약 개발 등에 많이 활용된다.

이 연구 결과(A humanized mouse that mounts mature class-switched, hypermutated and neutralizing antibody responses)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면역학(Nature Immunology)≫에 실렸다. 카살리 박사는 면역학·미생물학 분야에서 50년 간 생의학을 연구했다. 항체 반응의 분자유전학·후성유전학 분야의 선도적인 연구자로 알려져 있다. 인간 면역체계가 완전히 발달하고 기능하는 인간화 생쥐 모델의 개발을 위해 몇 년 동안 연구를 거듭했다.

생쥐는 몸집이 작고 다루기 쉽다. 사람과 면역 요소, 생물학적 특성을 공유하고 유전자 변형도 쉽다. 이 때문에 생물학, 생의학 연구에 널리 쓰인다. 하지만 1600개가 넘는 면역반응 생쥐 유전자 중 상당수가 인간과 일치하지 않는다. 인간 면역반응의 연구에 상당히 큰 걸림돌이 되는 셈이다. 사람의 면역반응을 충실히 재현하는 '인간화 생쥐’ 모델은 과학계의 숙원이었다.

앞서 1980년대에 첫 ‘인간화 생쥐’가 만들어졌다. 사람면역결핍아이러스(HIV) 감염과 HIV에 대한 인간의 면역반응을 모델링하기 위해서다. 이후에도 면역 결핍 생쥐에 인간의 말초 림프구, 조혈 줄기세포 등 세포를 주입해 인간화 생쥐를 계속 만들었다. 하지만 완전한 기능을 갖춘 인간 면역체계를 발달시키지 못하고, 수명이 짧고, 효율적인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못했다. 생체 내 인간면역 치료법 개발, 인간 질병 모델링이나 인간 백신 개발 연구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제대혈에서 정제된 인간 줄기세포를 면역 결핍 생쥐(NSG W41 돌연변이 생쥐)의 심장 내(좌심실)에 넣는 것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몇 주 뒤 이식편이 생기면 생쥐는 체내에서 가장 강력하고 풍부한 형태의 에스트로겐인 ‘17b-에스트라디올(E2)’로 호르몬 조절을 받는다. 에스트로겐은 인간 줄기세포의 생존을 촉진하고 B림프구 분화 및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에 대한 항체 생산을 촉진한다. 연구팀은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인간화 생쥐를 ‘TruHuX(진정한 인간, 또는 THX)’라고 불렀다. 이는 림프절, 생식 중추, 흉선 인간 상피세포, 인간 T림프구와 B림프구, 기억 B림프구, 혈장세포 등 인간과 흡사하며 매우 특이적인 항체와 자가항체를 만드는 인간 면역체계를 완전히 발달시키고 완벽하게 기능하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카살리 박사는 “THX 생쥐는 인간 생체 내 실험, 면역관문억제제 등 항암치료제 개발, 인간 세균 및 바이러스 백신의 개발, 많은 질병의 모델링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그는 “에스트로겐과 면역체계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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