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두통 발생 원인에 대한 새로운 단서 나왔다?

신경세포 ‘블랙아웃’으로 단백질 구성 바뀐 뇌척수액이 통증 유발

편두통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세계적으로 10억 명 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머리의 특정 부위에 며칠간 지속되는 통증을 가져오는 편두통은 메스꺼움과 흐릿한 시야, 피로를 동반하기도 한다. 편두통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세계적으로 10억 명 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 원인에 대해선 딱 부러지는 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

4일(이하 현지시간)《사이언스》에 발표된 생쥐 대상 동물실험 결과는 편두통이 발생하는 신경학적 경로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제공한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진의 이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5일 보도한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뇌의 신경세포 활동이 중단되면 잠깐의 ‘블랙아웃’이 발생하면서 뇌와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뇌척수액의 단백질 구성이 바뀐다. 투명한 이 뇌척수액이 종전까지 알려지지 않는 틈을 타고 두개골에 있는 신경세포로 이동해 통증 및 염증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편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뇌 자체에는 통증 수용체가 없다. 두통은 뇌 외부의 말초신경계에 있는 부위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말초신경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뇌가 어떻게 신경을 자극해 두통을 일으키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치료가 어렵다.

일군의 과학자들은 ‘전조 증상 동반 편두통(aural migraine)’이라는 특정 유형의 편두통을 지닌 생쥐 모델을 사용해 이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편두통 환자의 3분의 1은 편두통이 발생하기 전에 메스꺼움, 구토, 빛에 대한 민감성, 손발 저림 및 무감각 등의 전조 증상을 경험한다. 5분에서 1시간까지 지속되는 이 전조증상이 발생하는 동안 뇌는 ‘대뇌피질 확산 억제(CSD)’이라는 대뇌 국소혈류 변화를 겪게 되는 이 때 신경세포 활동이 잠시 중단되는 블랙 아웃이 발생한다.

편두통에 대한 종전 연구에 따르면 뇌척수액의 분자가 뇌에서 빠져나와 뇌와 척수를 보호하는 층인 수막의 신경을 활성화할 때 두통이 발생한다고 한다. 코펜하겐대 마이켄 네더가르드 교수(신경과학) 가 이끄는 연구진은 얼굴과 두개골을 관통하는 3차신경을 활성화하는 뇌척수액에도 비슷한 누출이 있는지 규명하고자 했다.

3차신경은 안면의 피부, 비강 및 구강의 점막, 치아 등에 분포하는 지각근과 저작운동 및 안면근육을 조절하는 운동근으로 구성돼 있다. 안신경, 상악신경, 하악신경으로 이뤄진 3차신경의 가지들은 두개골 아래쪽의 3차신경절에서 합류한다. 3차신경절은 얼굴과 턱 사이의 감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중추 역할을 하며 통증 및 염증 단백질 수용체를 포함한다.

연구진은 CSD를 겪은 적이 있는 생쥐를 별도로 키우면서 뇌척수액의 움직임과 내용물을 분석했다. 그 결과 CSD가 일어나는 동안 뇌척수액 내 일부 단백질의 농도가 평소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반면 편두통 치료제의 표적 중 하나인 통증 전달 단백질인 CGRP를 포함한 다른 단백질의 수치는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연구진은 또한 3차신경절 주변 보호층에서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틈새를 발견했는데 이는 뇌척수액이 이들 신경세포로 흘러 들어가게 만들었다. 연구진은 단백질 농도가 다른 뇌척수액이 대조군 생쥐의 3차신경을 활성화시키는지를 실험했다.

CSD 직후에 채취한 체액은 삼차신경 세포의 활동을 증가시켜 활성화된 세포에서 보내는 통증 신호로 인해 두통이 유발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CSD 후 2.5시간 후에 채취한 체액은 같은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네더가르드 교수는 “뇌척수액에서 방출되는 것은 무엇이든 분해되기에 이는 단기간에 그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편두통은 “사람들에게 휴식과 회복 그리고 잠을 자라는 신호를 보낸다는 점에서 보호적으로 작동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논문을 검토한 영국 킹스칼리지런던대(KCL)의 필리 홀랜드 교수(신경과학)는 “뇌의 변화가 주변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멋진 잠재적 상호작용을 잘 보여주는 연구”라며 “신경계의 이 두 구성 요소(뇌와 주변부) 사이에는 혼선이 있을 수 있으며, 우리는 이를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대의 그레고리 듀소르 교수(신경과학)은 “우리가 두통이 기원이라고 생각하는 방식의 변화를 가져올 연구”라면서 “3차신경절에 닿는 척수액의 단백질이 왜 두통을 유발하고 다른 유형의 통증은 유발하지 않는지 등 향후 많은 연구프로텍트의 원친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q3498)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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