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인데 벌써 가물가물?... '젊은 치매' 방치땐 큰 일
경도인지장애 10~20%는 치매로 발전...적극 치료 나서야
최근 50대 가수 김원준과 이상민 씨가 경도인지장애를 진단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젊은 치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정상 노화와 치매의 중간 단계로, 치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발병 초기 적극적인 치료가 권장된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이나 인지능력, 계산능력, 언어능력이 떨어졌지만 일상생활은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는 2010년 2만3126명에서 2020년 27만7234명으로 10년 새 10배 넘게 급증했다.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발병률이 높지만, 50대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하는 만큼 중년기 적극 관리가 당부된다.
주요 증상은 최근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이다. 또 시공간 능력이 떨어져 길을 찾는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며 언어능력이 저하되면서 이해력과 표현력이 떨어지고 물체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등 증세가 나타난다.
다만 치매와 달리 일상생활은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건망증과 증상이 비슷해 오인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도인지장애와 건망증은 다르다.
건망증은 기억을 깜빡 잊는 증상으로 병이라고 하기에는 정도가 심하지 않고 힌트를 주면 금방 알아차린다. 하지만 경도인지장애는 본인이 무언가를 하려고 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린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기계를 사용하는 등 복잡한 동작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또 치매에서 나타나는 정신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기분이 좋지 않거나 불안함 또는 짜증을 느끼기도 한다.
경도인지장애를 초기에 진단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치매로 진행하는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정상 대조군이 매년 1~2%의 비율로 치매로 전환되는데 반해,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매년 10~20% 정도가 치매로 진행한다. 경도인지장애 상태는 알츠하이머병을 가장 이른 시기에 발견할 수 있는 단계이며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권경현 세란병원 신경과 과장은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은 자신이 경험하는 인지기능 저하가 치매가 아닌지 걱정해 검사 받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의 인지기능을 평가하기 위해 면담을 하고, 인지기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신경심리검사를 시행한 뒤 진단이 이러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병은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의 특징적인 양상들이 확인된다면 이후 치매로 진행될 확률이 더 높다"며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혈관성 위험인자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며 규칙적인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국내에서 승인받은 치매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경도인지장애 등 초기 치료에 좋은 효과를 보이면서 국내 치매 치료 전략도 변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치료제는 뇌 속에서 치매를 유발하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뭉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퇴행성 뇌손상과 치매의 진행을 늦추는 원리다. 레켐비와 같은 방식으로 작용하는 미국 일라이 릴리의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키선라(성분명 도나네맙)'도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이 약도 경도인지장애를 비롯한 경증 치매 환자에 사용되는데, 국내 승인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레켐비를 맞은 사람은 안 맞은 사람과 비교해 치매 악화 속도를 27% 늦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투약은 2주에 한 번 뇌 정맥 주사를 통해 이뤄진다. 18개월 간 아홉 차례 주사하는 게 표준지침이다. 모든 투여를 마치면 6개월가량 치매 진행을 늦출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다만 증상 지연을 넘어 증상 호전까지 보고된 사례는 없으며 중증으로 갈 수록 약효가 떨어진다. 이에 의료계에선 경도인지장애 단계부터 레켐비를 치료에 적극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향후 처방 확대를 위해선 건강보험 급여 인정 등 넘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대한치매학회 등에선 이르면 올해 연말 늦으면 내년 초쯤 처방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