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을 정치적으로 이용해도 되는가?

[박창범 닥터To닥터]

정치적인 이유로 백신과 같은 공공의료정책에 대하여 의구심을 만드는 선전공작은 정치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여러 사회적인 문제점을 유발시킬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에 대한 모든 정부조치가 사라지거나 줄어들면서 사람들은 코로나19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최근 미국 로이터통신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시기 미군이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에 의구심을 부여하는 비밀작전을 했다는 사실을 폭로하여 사회적 논란이 되었다. (Pentagon ran secret anti-vax campaign to undermine China during Pandemic. https://www.reuters.com/investigates/special-report/usa-covid-propaganda/)

미군은 적어도 300개이상의 트위터계정을 통해 2020년 봄부터 2021년중반까지 동남아시아에서 시작하여 중앙아시아 및 중동에서 비밀작전을 시행하였는데 로이터통신에서 취재가 시작된 후 이 계정들은 삭제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비밀작전이란 가짜 소셜미디어를 통해 동남아시아에는 중국백신의 효과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이슬람교도들에게는 중국백신이 돼지의 젤라틴을 함유하고 있다고 선전하면서 중국산 백신의 효과나 안전성에 의구심을 부여하거나 이슬람교도들이 백신접종을 하지 않도록 하는 작전이었다.

하지만 당시 사정을 되돌려보자. 2020년 전세계에 코로나19가 대유행을 하면서 하루에 수천명의 사람들이 사망하고 있었다. 당시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유럽(아스트라제네카), 미국(모더나, 파이자)과 중국(시노백) 뿐이었다.

미국은 자국우선주위를 주장하면서 자국에서 개발한 백신의 거의 대부분의 물량을 선점하였고, 남는 백신을 다른 나라에 보낼 때에도 매우 비싼 값으로 제공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발도상국가는 미국산 백신을 자국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 이에 비하여 중국은 자국이 개발한 백신은 세계를 위한 공적자원이라고 하면서 개발도상국에게 무상 혹은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였다.

이러한 당시 상황에서 미군은 중국의 코로나19 백신정책이 동남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증가시킬 것으로 생각하고 이에 대한 대응전략으로 앞서의 비밀작전을 수행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비밀작전은 성공하였고 많은 필리핀사람들이 중국산 백신을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문제는 중국산백신을 신뢰하지 않으면서 필리핀 사람들 중에서 단지 20퍼센트만이 백신접종을 하였다고 한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마스크를 쓰는 것도 거부하는 사태로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필리핀에서만 코로나19에 130만명이상이 감염되었고 2만4천명이 사망하였다.

정치적인 이유로 백신과 같은 공공의료정책에 대하여 의구심을 만드는 선전공작은 정치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여러 사회적인 문제점을 유발시킬 수 있다. 미국의 한 공공의료정잭 전문가는 “당시 중국산 백신이 미국산 백신에 비하여 효과는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WHO(국제보건기구)의 승인을 받을 정도로 효과가 증명된 백신으로, 비록 미국산백신보다 효과가 낮다고 하더라도 접종을 하지 않은 것보다는 공공의료적 측면으로는 훨씬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이익을 위하여 백신에 대한 공포나 의구심을 가지게 하는 선전전은 공공의료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한 종류의 백신에 대한 불신은 다른 종류의 백신도 불신하는 것과 같은 악영향을 미쳐 결국 예방할 수 있는 감염병의 확산을 초래할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최근 세계가 일극화체계에서 다극화체계로 변화하면서 여러 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많은 패권국들이 국제적인 여론을 선점하기 위하여 전세계에서 선전전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치적인 목적을 위하여 백신과 같은 공공의료정책에 대하여 의구심을 벌이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전세계 보건을 고려한다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정치나 외교라는 것도 결국은 우리들이 함께 잘 살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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