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 베타세포 중 혈당조절 이끄는 그룹 따로 있다”

인슐린 분비하는 베타세포 중 10% ‘최초 대응자’ B6 생산에도 관여

췌장의 베타세포가 다 동일한 것이 아니라 혈당 수치 변화에 선도적으로 반응하는 일군의 세포군이 있다는 사실이 새로 발견됐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리 몸의 혈당조절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에 의해 좌우된다. 혈당 수치가 올라가면 췌장의 랑게르한스섬에 있는 베타세포가 인슐린을 분비해 이 균형을 관리한다. 베타세포의 기능저하가 발생해 인슐린 분비가 원활하지 않아지면 당뇨병이 생긴다.

이러한 베타세포가 다 동일한 것이 아니라 혈당 수치 변화에 선도적으로 반응하는 일군의 세포군이 있다는 사실이 새로 발견됐다. 지난달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된 국제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의학 전문매체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4일(현지시간)보도한 내용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독일 드레스덴공대 드레스덴재생치료센터(CRTD) 니콜라이 니노프 교수는 “췌장을 보면서 우리는 모든 베타 세포들이 실제로 설탕에 똑같이 민감한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는 “종전 연구들은 일부 베타 세포들이 다른 세포들보다 더 민감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베타세포 중에서도 혈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최초 대응자(first responder)’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췌장의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 성체가 5cm 정도의 작은 담수어인 제브라피시(Zebrafish)로 눈을 돌렸다. 이 작은 열대어는 사람과 비슷하게 작동하는 췌장을 가지고 있다. 또 색소가 전혀 없는 투명한 물고기여서 살아있는 상태에서 직장에서 췌장을 실시간 관찰할 수 있다.

연구진은 작은 베타 세포 그룹이 다른 베타 세포들보다 당 수치에 더 민감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른 베타세포들보다 포도당에 더 빨리 반응한다 하여 ‘최초 대응자’ 세포로 명명된 이들 세포가 포도당 반응을 시작하면 남아있던 ‘추종자 세포(follower cell)’가 따라서 반응을 일으킨다.

연구진은 추종자 세포가 포도당에 반응하기 위해 최초 대응자가 필요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투명한 제브라피시를 사용해 빛의 광선으로 단일 세포를 켜거나 끌 수 있는 현대적인 빛 기반 기술인 광유전학을 활용했다. 최초 대응자들을 비활성화하자 추종자 세포들의 혈당에 대한 반응이 낮아졌다. 반대로 최초 대응자들을 다시 활성화시키자 추정자 세포들의 반응이 향상됐다.

니노프 교수는 “최초 대응자는 당 반응을 조절하는 데 있어서는 베타세포 서열의 최상위에 위치하지만 베타세포의 약 10% 정도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적은 수의 세포가 나머지 베타세포의 활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최초 대응자를 독특하게 만드는 요인을 알아내기 위해 포도당에 민감한 베타 세포의 유전자 발현을 민감도가 낮은 다른 베타세포와 비교했다. 그 결과 최초 대응자가 비타민 B6 생산에 관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최초 대응자는 식이 비타민 B6의 비활성 형태를 세포 내에서 활성인 형태로 바꾸는 데 관여하는 핵심 효소를 발현한다.

연구진은 캐나다 몬트리올대의 기 루터 교수 연구진의 도움을 얻어 제브라피시와 생쥐 췌장에서 비타민 B6 생산을 중단시키자 두 종 모두에서 고혈당에 반응하는 베타 세포의 능력이 극적으로 감소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니노프 교수는 “최초 대응자들이 비타민 B6를 생산하고 나머지 베타 세포에 공급해 그들의 활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면서 “정말 그런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 다음 단계 중 연구 목표 중 하나”라고 밝혔다.

더 나아가 그는 “우리는 이제 포도당 반응을 시작하는 특정한 세포가 있고 비타민 B6가 이 과정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비타민 B6는 세포 호흡 조절부터 신경 전달 물질 생산에 이르기까지 세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백 가지 이상의 필수 효소의 보조 인자 역할을 한다.

니노프 교수는 “비타민 B6의 낮은 수준과 대사성 질환의 발병률과 제2형 당뇨병 사이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연구가 있다”며 “우리는 거기에서의 연관성 탐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비타민 B6가 췌장의 베타세포를 어떻게 조절하는지 이해하면 당뇨병의 병리학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과 궁극적으로 새로운 치료법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o4513)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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