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빠지고 배 볼록 통증"...요로감염 오진한 '이 암', 무슨 일?
난소암 증상을 요로감염으로만 진단해 항생제 처방...6개월 후 난소에 머리카락 치아 잔뜩 들어있는 종양 발견한 여성의 사연
배가 아프면서 임신한 것처럼 볼록 나오기 시작했다. 급하게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 가는 횟수가 늘었다. 그 사이 뒷 머리에서 머리카락이 쑥쑥 빠지기도 했다. 이 모든 증상이 대표적 여성암인 난소암의 증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 요로감염으로만 진단받은 젊은 여성의 사연이 공개됐다.
난소암 발견까지 6개월이라는 시간을 허비한 것으로, 여성은 현재 수술을 받고 완치됐지만, 초기에 뭔가 잘못됐다 여겨지면 의료진에게 정확한 진단을 요구하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영국 일간 더선 보도에 따르면 리버풀에 사는 생명공학과 대학생 미아 로빈스는 2021년 12월에 맹장 제거 수술을 받은 후, 2022년 1월부터 복부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배에 찌릿한 아픔과 함께 화장실에 가고 싶은 절박뇨(강렬한 소변 욕구)을 느끼며 잠에서 깨곤 했지만, 화장실에 가면 그 통증이 사라지곤 했다. 피로, 체중 감소, 탈모 등 우려스러운 증상도 나타났다.
그는 병원을 찾았고 의료진으로부터 탈모증, 빈혈, 요로 감염(UTI)등 일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항생제를 처방 받아 복용했지만 증상은 계속 악화됐다. 잠을 잘 수 없었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으며 체중은 절반 정도 줄었다. 뒷머리에서 머리카락이 한움큼씩 빠지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배가 임신 4~5개월 정도 된 것처럼 볼록해지는 것이었다.
미아는 "3주 동안 두 번이나 응급실에 갔고 6개월 동안 약 다섯 번의 일반의 진료를 받았다"며, " 빈혈, 탈모증, 요로감염증 등일 수 있다고 설명을 듣고 요로 감염에 대한 항생제만 처방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미아는 친구에게 "내가 암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자 친구가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당시 19세였던 미아는 2022년 6월에 다시 한 번 응급실을 찾았고, 추가 검사 결과 난소암 1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종양이 멜론만 한 크기라 응급 수술을 받아야 했다. 조기에 발견하긴 했지만 종양의 크기가 매우 컸고, 종양이 방광 바로 위에 있어 더 통증이 심한 것으로 진단됐다. 의료진에 따르면 멜론만한 종양에는 머리카락과 치아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런 형태의 종양을 '기형종' 또는 '테라토마(Teratoma)'라고 부른다. 배아 발달 과정의 초기 세포들이 비정상적으로 분화하면서 발생한다. 테라토마는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전능성 세포에서 기원하기 때문에, 머리카락, 치아, 뼈, 신경 등 다양한 조직이 발견될 수 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오른쪽 난소, 나팔관, 복부 일부, 림프절 일부를 제거해야 했다. 6개월 후, 2023년 2월에 암이 재발했다. 성공적인 화학 요법 치료 후 미아는 8월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처음에 제대로 된 진단을 받지 못했던 미아는 사람들에게 건강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항상 의료 전문가에게 재차 묻고 정확한 진단을 요구할 것을 당부했다.
미아의 경우, 증상이 심해진 때부터 난소암 진단을 받는 데까지 6개월이 걸렸다. 미아는 "초기 단계이고 다른 장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해서 다행이었지만, 통증이 심했고 내 직감 상 UTI 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의료진은 UTI 정도에서만 설명할 뿐 암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6개월 동안 내 증상이 무시당한 것이다"고 억울해 했다.
이같은 경험으로 미아는 다른 사람들에게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되면 의료진에게 바로 이의를 제기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미아는 "통증이 심해 그날 응급실에 계속 가지 않았다면 종양은 계속 커져 손을 쓸수도 없이 죽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자각증상 없어 조기 발견 힘들어...배에 딱딱한 것 만져지거나, 복부 팽만감 등 증상
난소는 자궁 뒤에 위치하면서 난자의 생성과 배란, 호르몬 분비를 담당하는 생식기관으로, 난소암은 난소에 생기는 모든 악성종양을 말한다.
국내에서 난소암은 국가암정보센터 통계에 따라 2021년 3221건 발생했고 여성에서 생긴 암 중에서 10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7년에서 2021년까지의 5년 상대 생존율은 65.9%로 전체 암환자 생존율에 비해 낮다. 난소암은 초기 자각 증상이 없어서 발견이 늦는 경우가 많아 생존율이 낮은 암에 속한다. 최근에는 수술법, 표적항암치료제 등 치료법이 발달해 생존율도 높아지고 있다.
난소암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고, 어느 정도 병이 진행되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배에 딱딱한 것이 만져지거나, 복부 팽만감, 아랫배 통증, 회음부 통증, 질 분비물 증가, 비정상적인 질 출혈, 생리 불순 등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난 이후에 병원을 찾으면 대부분 3기 이상 진행된 경우가 많다.
난소암 발병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배란,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유전성 유방암처럼 BRCA 유전자의 이상 변화가 주요한 원인으로 거론된다. BRCA1, BRCA2의 기능 상실이 상동재조합결핍(Homologus Recombination Deficiency, HRD)를 발생시키고 이러한 경우 난소암이 발병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난소암으로 사망한 모친 혹은 자매가 있다면 난소암 발생률은 높아진다. 이외에도 출산 경험이 없거나 불임, 비만 그리고 유방암이나 자궁내막암, 직장암의 병력이 있을 때도 발병 가능성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