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해 올들어 360배 폭증…백신 방어면역력 떨어졌다면?

호흡시 '훕' 소리나면 의심해야

백일해가 지난달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급성 호흡기 감염병인 백일해가 소아청소년 사이에서 무섭게 확산하고 있다. 이에 의료계에선 백신의 감염병 예방률이 점차 떨어지는 양상을 보인다고 지적하고, 상용 백신에 대한 재평가와 변이종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백일해는 초기에 △발열 △재채기 △기침 등이 나타나 감기와 혼동하기 쉽다. 다만 병이 진행되면서 심한 발작성 기침이 발생하고, 숨을 들이쉴 때 높은 소리의 ‘훕’ 소리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2~3주가 지나면 대부분 낫지만 △폐렴 △무기폐 △폐기종 등 합병증이 남기도 한다.

3일 질병관리청 감염병 통계에 따르면, 전날까지 올해 국내 누적 백일해 감염자는 512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0년(2014~2023년)간 누적 백일해 환자 수(2683명)보다 2배 많고 지난해 같은 기간(2023년 1~6월 누적 14명)과 비교하면 366배 늘어났다. 전체 환자의 71.7%는 6월(3680명)에 몰렸으며, 최근에는 전국 각지에서 소규모 발병이 확산하는 추세다.

환자군은 소아청소년에 집중됐다. 지난달 1일 기준(누적 환자 1365명) 13~19세가 49.6%(677명)로 가장 많았고 7~12세가 37.5%(512명)로 뒤를 이어 소아청소년이 전체 87.1%를 차지했다.

백일해는 현재 △A형간염 △결핵 △수두 △장티푸스 △콜레라 등과 함께 법정 감염병 2급으로 분류돼 있다. 성인에게는 치명적이지 않지만,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들에게는 생명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백일해 증상이 보인다면 서둘러 병원을 찾아야 한다.

백일해의 주된 감염경로는 기침과 재채기를 할 때 나오는 호흡기 분비물이다. 가정이나 학교 등 집단생활 공간에서 발생할 위험이 높고, 감염자의 침이나 콧물 등이 묻은 물건을 통해서도 간접적인 전파가 가능하다.

백일해 예방을 위해서는 백신 접종이 최선이다. 소아는 생후 2·4·6개월에 기초접종 후 15~18개월, 4~6세, 11~12세에 추가 접종(총 6회)이 필요하고 이후 10년마다 1회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성인은 과거 접종력이 없다면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하고 6~12개월 후 3회 접종이 권장된다.

현재 국내 백일해 예방접종률은 1세 97.3%, 초등학교 입학생 96.8%로 높은 편이다. 권고대로 접종하면 소아의 백일해를 85% 정도 예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유병률이 폭증하자 전문가들은 백일해 질병 자체에 특이점이 생겼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강진한 가톨릭대 의대 백신·바이오연구소 교수는 “올해 백일해 유행이 폭발적으로 늘긴 했지만, 임상 증상이 약하고 입원 치료를 해야 하는 환자들도 많지 않다는 특이점이 있다”면서 “다행히 아직은 환자 수 증가세만큼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증으로 진행될 수 있는 고위험군의 1살 미만 감염 사례는 4명으로 적고, 최근 10년간 사망 사례도 보고되지 않았다.

백일해 백신의 예방력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조지아대 연구팀은 ‘네이처 리뷰 미생물'(nature Reviews Microbiology) 최신호에서 최근의 백일해에 대해 자연 면역과 백신 유래 면역의 지속 기간, 백신의 감염병 예방 능력, 세균의 진화가 백신 면역 회피에 미치는 영향 등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고 소개했다.

강 교수도 “4~6세까지 백일해 백신을 5회 접종한 아이들이 7세 때부터 방어면역력이 떨어지고 10세 때는 면역이 바닥을 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왜 이런 양상이 나타나는 지를 규명하려면 상용화된 백신에 대한 정밀 평가와 함께 백일해 검체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세균 변이종 여부 등을 추가로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닥터콘서트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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