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약 선택 가능해진다…‘레켐비’·‘키선라’ 어떤 차이?

퇴행성 뇌질환 항체약 시장 본격 개화...주사횟수·부작용 관리 차이 보여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에 독성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을 제거하는 약물인 키선라 진입하면서 레켐비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알츠하이머를 치료하는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뇌에 쌓이는 독성 단백질을 제거하는 표적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의 글로벌 허가를 시작으로, 동일한 작용을 하는 두 번째 치료 옵션 ‘키선라(성분명 도나네맙)’도 허가 문턱을 넘었다.

이들 치료제(주사제)는 ‘완치’ 목적이 아닌,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춘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가진다. 다만, 주사 횟수와 투약 비용, 환자 부작용 관리 측면에서 일부 차이를 보이고 있어 향후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일(현지시간)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키선라를 정식으로 승인했다. 앞서 지난달 열린 FDA 자문위원회 논의에서도 자문위원 11명 전원이 키선라 승인을 권고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허가받은 적응증에 따르면, 약물의 주요 처방 대상은 경도인지장애를 비롯한 경증 치매 증세를 가진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다. 약물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뇌 영상검사를 통해 환자의 뇌 조직에서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의 축적 정도를 살펴야 한다.

이번 허가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700명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3상 임상 ‘TRAILBLAZER-ALZ 2 연구’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주요 결과를 보면 키선라 치료군은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의 축적 정도를 파악하는 PET(양전자단층촬영술) 영상 검사에서 1년간 인지 기능이 유지된 비율이 47%로, 위약(가짜약)군 29%와 비교해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더욱이 키선라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치료 기간이 길어질 수록 뇌에 쌓인 독성 아밀로이드 단백 수치가 크게 감소했다. 실제로 약물 치료 6개월, 12개월, 18개월 시점에서 아밀로이드 단백은 각각 61%, 80%, 84%까지 꾸준히 줄어들었다. 이러한 효과는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유독 두드러졌으며, 치료 18개월 차에는 위약군 대비 인지 기능 저하를 35% 늦췄다.

주사 편의성은 ‘키선라’…부작용 관리는 ‘레켐비’ 우위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치료제는 뇌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독성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을 줄이는 작용을 한다. 이들 항체 의약품은 뇌에 비정상적인 베타 아밀로이드가 축적되면 신경독성 때문에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이 가속한다는 학계 가설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즉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 치료의 핵심으로 잡혔다.

키선라는 이 시장에 세 번째로 진입한 약물이다. 동일한 작용으로 글로벌 시장에 최초 허가를 획득한 바이오젠의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은 2021년 6월 미국 FDA 승인 직후,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약물의 주요 부작용으로 알려진 뇌출혈 및 뇌부종 등의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반응(ARIA)’이 발생하고 약효가 미흡해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후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합작한 레켐비가 지난해 7월 FDA 허가를 획득하며 본격 처방이 이뤄지는 최초의 치료제로 이름을 올렸다. 레켐비는 정식 출시 후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각각 700만 달러(한화 약 97억원), 1900만 달러(약 260억원)의 매출 실적을 기록했다.

이번 키선라의 허가로 레켐비와 직접적인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일단, 두 약물은 약물 주사 횟수와 부작용 관리에 일부 차이를 보인다. 레켐비는 2주 간격으로 정맥 주사하는 반면, 키선라는 4주마다 주사한다. 주사 간격이 긴 키선라의 약값은 바이알당 695.65 달러(약 96만원)로, 1년 동안 치료 비용은 3만2000달러(약 4400만원) 들어간다. 미국에서 시판 중인 레켐비의 1년 약값 2만6500달러(약 3500만원)보다 비싸다.

이에 릴리는 “키선라는 아밀로이드 단백이 제거되면 약물 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최초의 항아밀로이드 표적 약물”이라며 “투여 횟수를 줄일 수 있어 치료 비용을 상대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더불어 아밀로이드 표적 약물에서 논란이 되는 안전성 문제도 온도 차가 있다. 통상 이들 약물을 처방받은 환자는 주사 전과 후에 부작용 위험을 평가하기 위해 뇌 영상검사(MRI)를 진행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레켐비는 약물 주입 전 총 4번의 뇌 영상 검사가 필요한 반면, 키선라는 5번을 시행해야 하는 차이가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리링크 파트너스는 “약물 안전성을 놓고서는 레켐비가 더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경쟁 제품의 출시는 치매 약 시장의 인프라를 키우고, 전체 계열 약물의 상업화를 더욱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키선라 허가 소식에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진 분위기다. 김정현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우리나라에서도 작년 12월부터 가교임상을 시작해 2027년 6월 임상 종료가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김 애널리스트는 “2종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출시와 함께 퇴행성 뇌질환 항체 치료제 시장도 본격 개화 중”이라며 “국내에서 유사한 작용을 하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은 아직 찾기 어려우나, 중장기적으로 항체 치료제 생산 수요를 견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닥터콘서트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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