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뇌경색이 3번이나 발생...알고 보니 '이 병'이었다
의정부을지대병원 이동환 교수 '폐 동정맥 기형' 진단
10년 전 뇌경색을 진단받아 치료했음에도 최근 1년간 세번 재발해 병원을 찾은 환자가 '폐 동정맥 기형'이라는 생소한 진단을 받았다. 치료가 가능한 병이지만 진단이 늦어지면 사망까지도 이어질 수 있어 의료계는 뇌경색 재발 빈도가 높을 땐 이 병을 의심해 볼 것을 당부한다.
폐 동정맥 기형은 모세혈관의 선천적 장애로 동맥과 정맥이 혈관 덩어리로 뭉치면서 그대로 연결되는 병이다. 주요 증상으로는 △피로감 △호흡곤란 △심계항진(심박이 느껴지는 증상) 등이 있으며 △두통 △졸도 △마비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국내에선 10만명당 2~3명 정도가 유병되는 희귀병이다.
해당 사연의 주인공 홍 모 씨(62세·여)는 최근 잠을 자던 중 극심한 두통이 나타나 지역의 한 병원을 찾아 MRI(자기공명영상)를 촬영했고, 뇌경색 확진을 받았다. 해당 병원은 뇌경색 상태가 심각함을 인지해 의정부을지대병원으로 전원 조치했다.
이 병원 역시 '급성 뇌경색' 진단을 내렸지만, 홍 씨의 담당의였던 이동환 신경과 교수는 그가 지난 2014년에 첫 뇌경색을 진단받고 지난 1년 사이 세번이나 재발한 것에 주목했다. 뇌경색 1년 이내 재발률은 약 10% 안팎으로 낮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뇌경색은 대부분 원인이 존재하기에 이를 해결하면 재발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이 환자는 10년 새 네번 재발했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뇌는 심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정밀 검사를 위해 심장내과에 협진을 요청하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홍 씨의 차트를 넘겨 받은 이 병원 문인태 심장내과 교수는 심장초음파와 더불어 경식도초음파 검사를 동시에 실시했다. 이 검사는 입으로 초음파 기계를 삽입해 심장과 가장 가까운 식도의 위치에서 심장을 정확하고 선명하게 관찰하는 특수 검사다.
이때 문 교수는 뇌와 직접 이어진 좌심방으로 들어가는 혈액에 이상 흐름을 감지, 폐정맥 이상을 확인했다. 이후 폐혈관의 정확한 상태를 찾기 위해 흉부 CT(전산화단층촬영검사)를 실시한 끝에 폐 동정맥 기형을 진단했다.
폐 동정맥 기형은 호흡기 증상이 일반적이지만 혈전이 직접 뇌혈관으로 들어가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혈전이 쌓이면 뇌 혈액 공급을 막는데 홍 씨가 뇌경색을 치료 받았는데도 계속적으로 재발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후 영상의학과에서 홍 씨에게 '폐 동정맥 기형 색전술'을 시행했다. 이는 심장에서 뇌로 들어가는 혈류를 차단하는 식으로, 정맥 찌꺼기가 동맥을 타고 가지 못하도록 정맥 구멍을 막는 수술이다. 수술은 잘 마쳤고 홍 씨는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
이 교수는 "뇌경색 재발이 아주 드문 것은 아니지만, 1년에 두세번씩 재발할 때는 폐 동정맥 기형을 의심하고 경식도초음파나 CT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진단이 오래 지연되면 뇌에 고름이 차는 뇌농양으로 발전할 수 있는데 고름이 뇌 전체에 퍼지면 팔·다리 마비, 심지어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기에 원인을 찾아 치료 받는다면 이 병의 예후는 좋은 편"이라며 "재발 확률도 높지 않으며 재발해도 (원인을 알기에) 같은 수술을 다시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