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이 왔다는 어르신, 그냥 두고 볼 일인가요?

박홍주 서울아산병원 교수 인터뷰... "고령 난청환자 인공와우 수술은 절대적 이익"

인공와우수술 모식도. 내부장치를 귀 뒤의 두개골 바깥쪽에 위치하게 하고 전극을 달팽이관에 삽입한다. 외부장치에서 소리를 전기신호로 바꿔 내부장치로 전달해 듣게 된다. [자료=서울아산병원]
디지털화 시대엔 시력 손상이 크게 늘어난 반면, 초고령 시대로 접어들면서 청력 손상이 흔해지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안경 등 시력교정 도구가 널리 보급된 것처럼 앞으론 보청기나 인공와우 등 청력교정 도구가 크게 확산될 것이란 의미다.

박홍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최근 코메디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진단하면서 앞으론 인공와우 수술이 대중적으로 더욱 친숙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화는 신체의 모든 기능이 조금씩 망가져 가는 과정입니다. 대표적인 게 나이가 들면서 말소리가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 노화성 난청이죠. 난청은 귓속 달팽이관(와우)에서 뇌로 소리신호를 전달하는 ‘유모세포’가 손상된 결과입니다. 우리 사회의 평균 수명이 올라가면서 고령층에서 난청 환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대수명이 높아질수록 난청 발생 빈도도 늘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난청 환자는 점점 더 많아질 거예요.”

흔히 청력을 교정하는 도구로 보청기를 떠올리지만, 인공와우의 중요성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박 교수는 말한다. 보청기와 인공와우의 청력 교정 방식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본인의 청력 상태에 맞지 않는 방법을 사용하면 아무리 비싼 보청기를 구입해도 소용이 없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인공와우 수술이 필요한 시점에 대해 “보청기 소리를 아무리 키워도 잘 들리지 않을 때”라고 했다. 이어 그는 “특히, ‘웅웅’거리는 소리는 들리는데 사람 말 소리를 거의 못 알아듣는 정도라면 청각신경은 살아있지만, 달팽이관(유모세포)이 거의 망가진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따라서, 인공와우 수술은 귓속 달팽이관 내 망가진 유모세포를 대신해 청신경을 자극하도록 전극을 삽입하는 수술이며, 외부 소리를 주파수에 따라 전기자극 형태로 바꿔 청신경을 직접 자극해 뇌가 말소리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게 도와준다.

코메디닷컴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박홍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사진=황태원 PD

치매 앞당기는 난청…고령층도 적극 치료해야 

다만, 지금까지 인공와우는 선천적 청각장애를 가진 소아들이 받는 수술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실제 인공와우 수술의 발전으로 농아인의 일상활동과 사회진출이 비약적으로 개선했다. 박 교수는 올해 초 소아 인공와우 환자의 수술 20년 후의 직업 현황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00~2007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한 소아 환자 71명의 성장 후 사회활동 비율이 비장애 아동과 유사한 수준까지 높아졌다. 고등학교 진학률은 100%, 대학 진학률은 75%였으며 취업률은 62%였다.

박 교수는 이제 이런 사회적 효과를 고령층 난청 환자에게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도 난청을 적절히 교정하지 않고 방치하면, 개인의 일상적 불편뿐 아니라 치매 발병률과 돌봄 비용을 높여 사회 전체가 지불할 비용도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듣지 못해 말이 안 통하면 사회에서 격리되고 소외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환자들은 혼자 살게 되면서 사회적 역량도 없어지게 됩니다. 의사소통이 안되기 때문에 누군가 도와줘야 합니다. 집에서의 일상생활은 물론 동사무소에서 작은 서류를 떼는 사소한 일부터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게 됩니다.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지금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미 인공와우 수술이 필요한 고령층이 많은 상황입니다.”

난청이 치매 유발률을 높이는 것도 문제다. 박 교수는 “뇌가 고장나지 않으려면 많이 사용해야 한다”면서 “못 듣는 것만으로도 뇌에 들어오는 정보의 절반이 날아간다”고 우려했다. 듣는 일뿐 아니라 언어활동이 줄면서 일부 운동기능을 맡는 뇌부위까지도 덩달아 작아진다. 입 주변과 목 등의 근육이 말소리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이렇게 난청으로 쪼그라든 뇌는 치매를 앞당기기도 한다. 실제,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에서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고령층 고도 난청 환자에게서 불과 5~10년 만에 치매가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난청 정도에 따라 치매 유병률도 크게 차이가 났다. 말소리를 조금 알아듣지 못하는 고령층(경증 청력장애)조차 청력에 문제없는 노인보다 치매 유병률이 2배 높았다. 중간 정도의 장애 때도 3배로 높아졌으며, 거의 말을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중증일 땐 무려 5배 이상 치매가 빨리 왔다. 최근 서울아산병원의 연구에선 MRI 기술을 활용해 난청 발병 후 실제 뇌가 위축한 모습을 포착했을 뿐 아니라, 인공와우 수술 이후엔 다시 뇌의 크기가 회복하는 과정도 확인하고 있다.

원데이 서저리 도입 등 노력…인공와우 수술 저변 확대 필요

박 교수는 인공와우 수술의 개인·사회적 효과는 ‘절대적 이익’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후천적 청력장애와 치매 예방을 위해 인공와우 수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교수는 “이제 고령 난청 환자는 10~20년 이상, 길게는 30년까지도 장기간 불편하게 살아간다”면서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 사회 전반이 이러한 불편함을 함께 겪고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고 지적했다.

그렇기에, 사람들에게 인공와우 수술이 너무 어렵게 인식되는 지금의 현실은 박 교수로서도 큰 고민이다. 수술에 익숙해질 경우 30분~1시간만에 귓속 달팽이관에 전극을 심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 과정이지만, 뇌수술과 같이 매우 크고 복잡한 수술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박 교수는 올해부터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 전후 입원 없이 인공와우 수술을 시행하는 ‘원데이 서저리'(One-day surgery, 당일 수술 받은 후 귀가가 가능한 수술 형태)를 도입했다. 해외에서도 최근 일부 사례가 보고되곤 있었으나, 국내에선 처음이다. 관련 의료비용과 자원 소모를 줄일 뿐 아니라 환자로서도 이득이 많고 만족감이 높다. 2023년 9월까지 누적 2000명의 인공와우 수술 결과를 토대로 입원하지 않아도 충분한 환자를 선정해 원데이 서저리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인공와우 수술을 앞둔 환자의 두려움을 해소하고자 MRI를 통해 청신경의 형태를 확인하고 환자의 나이, 난청 기간 등의 다양한 인자를 AI(인공지능)으로 분석하고 수술 예후를 예측해 그 결과를 환자에게 미리 제공함으로써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수술을 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의사로서 환자들에게 수술을 잘 집도하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인공와우 수술이 좋다는 사실을 알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빨리 치료할수록 더 결과가 좋기 때문이죠. 국가적으로도 ‘적당히 (청력이) 나쁜 사람들에 대한 보청기 지원’이 더 필요합니다. 미리 치료해 더 큰 질병과 장애를 예방하는 일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이는 나랏돈을 더 쓰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론 오히려 국가 예산을 아끼는 일이기도 합니다.”

난청에 따라 위축되는 대뇌 부위의 위치. 대뇌의 청각피질, 언어영역(브로카·베르니케영역), 언어와 연관된 운동피질과 감각피질 등이 위축하며 전반적인 뇌 크기도 작아진다. 다행히도, 인공와우 수술 후 청력 기능을 회복하면 이들 부위도 회복한다. [자료=박홍주 교수]
닥터콘서트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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