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최대 90%… '니파 바이러스' 항체 개발
니파 바이러스에 대한 최초의 단일 클론 항체 동물실험 성공
코로나와 사스(SARS), 에볼라처럼 박쥐에서 연원하는 치명적 인수공통전염병 유발 바이러스인 니파 바이러스를 겨냥한 실험용 단일 클론 항체가 동물실험에 성공했다. 최근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된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의학전문매체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논문의 주저자로 미국 제약사 맵 생물의약(Mapp Biopharmaceutical)의 공동설립자인 래리 자이틀린 박사는 “니파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를 위한 허가된 백신이나 치료제는 아직 없지만 희망적인 동물시험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니파라는 이름은 1990년대 후반에 양돈 농가가 감염된 말레이시아 마을 이름에서 유래했다. 홍역을 유발하는 파마믹소 바이러스 계열로 과학적으로 알려진 가장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다.
홍역보다 전염성은 낮지만 위험한 호흡기 장애와 뇌 부종 증상을 일으켜 사망률이 40~90%로 훨씬 치명적이다. 주로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사람과 동물에게서 정기적으로 발병하며 최근에도 방글라데시와 인도에서 몇 건의 발병이 보고된 바 있다.
자이틀린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m102.4라고 명명한 단일 클론 항체를 먼저 개발한 뒤 바이러스가 숙주의 세포와 융합을 돕는 F단백질의 융합 전 형태를 표적 삼도록 개선한 hu1F5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니파 바이러스에 감염된 지 하루 지난 햄스터들에 hu1F5를 투여한 결과 100% 생존에 성공했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이어 아프라카 녹색 원숭이 대상 실험에서 hu1F5가 감염 후 5일이 지난 후에도 발병을 막아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감염된 6마리가 모두 생존했다. 이는 6마리 중 1마리의 목숨만 지켜낸 m102.4과 비교해도 월등한 약효였다. 연구진은 항체에 여러 가지 돌연변이를 도입해 반감기(혈중 약물농도가 절반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를 연장했으며 hu1F5에 대한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맵 생물의약은 자이틀린 박사와 케빈 월리 박사가 2003년에 설립한 회사로 전염병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새로운 의약품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생물의학첨단연구개발국(BARDA)과 협력해 역시 박쥐 연원 바이러스 중 하나인 마르부르크 바이러스에 대한 단일 클론 항체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니파 바이러스를 겨냥한 이번 연구에는 텍사스대, 밴더빌트대, 워싱턴대, 국립군의관의대(USU) 등 미국 전역의 연구진이 두루 참여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translmed.adl2055)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