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병원 90%, 응급실 역할까지 수행”...소아의료 붕괴 심화
아동병원協, 소아응급실화 대책 촉구 기자회견 개최
아동병원 10곳 중 9곳이 소아응급실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소아의료체계 붕괴로 충분한 장비를 갖추지 못한 아동병원들이 응급 상황에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아동병원협회(이하 협회)는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협회가 이달 27~29일 회원 아동병원 50곳을 조사한 결과 약 44%는 ‘매월 구급차로 들어오는 응급 환자 수가 5명 이상’이라고 답변했으며, 가장 많은 병원은 120명의 응급 환자를 받기도 했다.
협회는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대형병원이 소아 응급실을 폐쇄하는 등 소아의료체계가 붕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조사에 참여한 병원의 약 70%는 ‘소아 응급 환자를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 한 달간 환자가 거주하는 지역을 벗어나 다른 병원으로 전원된 비율도 절반 수준을 차지했다.
제대로 된 응급치료 장비나 시설을 갖추지 못한 지역 아동병원이 (준)중증 응급 환자를 진료하는 비율이 높아지며 의료 사고 위험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 협회의 설명이다.
정성관 대한아동병원협회 부회장은 “응급 환자를 3차 병원으로 이송하지 못하면 여러 명의 의사와 간호사를 투입해야 하고,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까지 감당해야 한다”며 “일반 진료는 전혀 할 수 없어 일반 환자들의 불만도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협회는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에 정부 대책을 요구했다. 정부가 소아 의료시스템을 살릴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아동병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은 “빈사 상태인 소아 의료를 되살릴 수 있도록 정부는 정책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달라”며 “소아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아동병원과 소방청의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아동병원에 인적·물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