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원격진단, 고령사회 건강노화의 ‘희망봉’
[박효순의 건강직설]
한국은 내년이면 65세 노년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가 넘어가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든다. 65세 이상은 1000만명을 훌쩍 넘고, 70세 이상도 650만명에 육박하게 된다. 그래서 건강한 노년, 건강노화 개념이 큰 화두로 떠올랐다.
2022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남녀 평균 82.7세로 나타났다. 그러나 건강수명은 그보다 훨씬 낮은 65.8세다. 무려 15년을 이런저런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부상에 시달리다 사망한다. 이처럼 노인 인구의 증가와 비율 확대뿐 아니라 노년기 질병 인구(부상 포함)의 증가는 개인이나 가족뿐 아니라 사회적, 국가적인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전 세계 인구 고령화 문제에 부응해 2020년 8월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노화 10년계획’을 회원국의 합의로 승인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유엔(UN)의 정책으로 채택됐다. 우리나라는 가파른 인구 고령화 가속과 이에 따른 대응 전략이 더욱 절실한 실정이다.
한국노인간호학회 박명화 회장(충남대 간호대 교수)은 지난 27일 ‘초고령사회 건강노화(Healthy Aging)를 위한 실천 전략’ 주제의 2024년 춘계학술대회에서 "마을의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찾아가는 건강평가와 마을 특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미 초고령화가 도래한 농촌 소지역(읍면동 단위)의 건강 격차를 줄이기 위한 건강노화 프로그램을 개발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농촌 지역 고령자의 평균 정주 기간은 40년이며 지역 밀착도가 높은 고령자를 위해서는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을 중심으로 특화된 건강노화 전략이 개발되어야 지속 가능한 고령 건강사회를 만드는 데 공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주대 의대 이윤환 교수(예방의학)는 "기대수명이 연장된 초고령사회에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건강하게 나이 드는 건강노화는 매우 중요하다"면서 "고령 친화 사회를 위해 정부, 의료 기관, 지역 사회가 협력하여 통합된 프로그램과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와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2년 11월 현재,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1인 가구에 속하는 인원은 197만 3000명으로 전체 1인 가구의 21.8%를 차지한다. 2024년 3월 기준으로 국내 1인 가구의 점유율은 41.8%, 1002만 1413가구로 1000만 가구를 돌파했다. 65세 이후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독거노인의 비율은 커진다.
경로당은 배우자나 가족과 함께 사는 노인들뿐 아니라 특히 독거노인들이 일상의 상당 부분을 보내는 ‘둥지’나 다름없다. 대한노인회에 따르면, 전국의 경로당 숫자는 6만 5000개가 넘고, 회원은 약 250만명이다. 행안부에서 시설을 제공하고, 운영은 지자체들이 담당한다.
경로당은 상당히 건강하거나 어느 정도 거동이 가능한 노인들이 방문한다. 건강노화 계획의 하나로 ‘원격진단·원격진료·원격의료’가 경로당을 매개로 이뤄진다면 아주 효율적일 것 같다. 고령사회 건강노화의 ‘희망봉’이 될 수도 있다. 보건소와 연계해 시범사업을 해보기를 보건당국에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