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경정신약리학(Neuropsychopharmacology)》 저널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유전적 요인에 따라 커피 섭취가 비만, 정신건강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미국인 13만153명, 영국인 33만4,659명의 유전자 정보, 커피 소비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등 관련 데이터를 바탕으로 커피와 건강 사이의 연관성을 파악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참가자 전체 게놈을 분석해 특정 형질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식별하는 게놈 전체 연관성 연구(GWAS)를 진행했으며 특히 가장 일반적 형태의 유전자 변이인 단일염기다형성(SNP)과 커피 소비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했다.
그 결과 영국인과 미국인 모두에게서 커피 소비와 관련한 유전적 성향의 증거를 발견했다. 연구진은 “카페인이 얼마나 빨리 대사될 수 있는지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는 물론 커피 소비 성향을 결정하는 특정 유전자를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또, 유전적 변이로 커피를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이 비만 진단을 받을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 유전적 요인에 따른 커피 섭취가 확실히 비만을 유발한다는 게 아니라 연관성이 있다는 의미 정도라고 선을 그었다. 업계 전문가는 건강·의학 매체 ‘메디컬뉴스투데이(MedicalNewsToday)’와의 인터뷰에서 관련 유전 형질이 있는 이가 커피를 마신다고 무조건 살이 찐다는 것이 아니라 둘 사이에 유전적으로 연관성이 있음을 확인한 것으로 비만은 한 가지 요인이 아니라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신 건강 측면에서는 미국인은 커피 섭취량이 많을수록 우울증이나 조울증에 걸릴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영국인의 경우 정반대의 패턴이 나타나 예상과 다른 결과를 보였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유전적으로 커피 섭취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 조울증, 우울증이 걸릴 확률이 높으나 문화에 따른 커피 섭취 습관 등 환경적 요인과 커피 섭취량을 묻는 질문 방식의 차이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은 하루에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를 5온스(약 140ml) 기준 몇 잔을 섭취하느냐고 물은 반면, 영국인 대상 설문지는 용량 표시 없이 디카페인 커피를 포함해 하루 몇 잔의 커피를 먹느냐고 물은 것이 결과의 오류를 일으켰다는 것.
이번 연구와 관련해 사람에게 커피를 더 많이 마시게 하는 유전자 변이가 있고 이러한 유전적 특징이 비만, 정신 건강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측면에서는 확실히 의미가 있지만 이 결과를 전체 인구로 범위를 확대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인구집단에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고 앞서 언급했듯 환경이나 습관, 기타 질병 등 여러 변수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 이런 이유로 다수의 변수를 제외하고 대상 범위를 확대한 추가 연구가 계속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커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유전적 요인 뿐아니라 섭취량, 섭취 방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커피를 즐긴다면 되도록 건강하게 마시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가에 따르면 적당량의 커피 섭취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하며 특히 하루 1~2잔 정도 커피 섭취는 뇌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매일 6잔 이상의 커피를 마셔 카페인을 과하게 섭취하면 뇌 용적이 줄고 치매 발병 확률이 53% 나 높아진다. 또, 커피는 면역력 향상 등에 도움이 되는 장내 미생물 군집 형성을 지원하는 폴리페놀 함량도 높다. 하지만 순수한 커피 외에 크림, 설탕, 시럽 등을 넣어 자주 마시면 당분, 인공 감미료 등을 과도하게 섭취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